인클로저와 산업혁명 이야기 2

자유주의 입문 독서토론모임 / 2023-05-04 / 조회: 9,820

인클로저와 산업혁명 이야기 2 - 3번의 인클로저 운동

2023.5.2 남상민


인클로저운동은 짧은 기간 한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이루어졌으며 각 시기별로 다른 성격을 가진 것이었습니다.

대체로 2번의 인클로저 운동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3번의 시기로 나눠집니다. 기존 지식과의 혼란을 막기 위해 2차의 전기, 후기로 이름 붙이겠습니다.


1. 1차 인클로저(1455~1607년)


16세기의 인클로저는 1편에서 말했듯이, 물가상승과 지대의 하락을 직면한 지주들이 토지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또한 대상토지는 공동경작지로,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경작해 온 공동경작지를 둘러막아 목장으로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은 농민과의 합의나 법적 절차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주의 강압에 의해 추진됐다는 점입니다. 당시 농민보호정책의 일환으로 인클로저는 법으로 금지됐으나 지주들은 금지법을 위반하며 인클로저를 추진했고, 그로 인해 미미한 규모였음에도 여론의 큰 비난과 일련의 반대운동이 벌어진 것입니다. 전체적으로는 2%정도의 미미한 변화였으나 지역에 따라서는 촌락이 사라질 정도의 큰 충격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세간의 비난과 법 위반을 무릅쓰고 이뤄졌다는 것에서 지주들의 위기감이 얼마나 컸었는지가 가늠이 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후에 벌어진 인클로저운동 전체가 마치 국가의 뜻을 거스른 지주들의 위법행위인 것처럼 후대에 인식이 자리잡게 됩니다.


2. 2차 인클로저 전기(17~18세기 전반기)


인클로저는 17세기에 크게 진전되어 이 시기에 24%나 진행됩니다. 이 때의 인클로저는 16세기의 경우와 달리 농지의 이용도를 높이고 공동지나 황무지를 경작지로 조성하여 곡물 생산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게 될 17~18세기 농업혁명(4윤작 노퍽농법)과 맞물려 있습니다. 1660년 제정된 곡물법으로 인해 국내 곡물가격이 일정수준 이상 보장 되며 곡물생산의 유인이 커진 까닭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인클로저는 기본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에 의해 수행되어 가장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에도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아 사회적으로는 크게 주목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8세기에 이르자 장기간의 농업불황으로 인클로저운동이 정체됩니다.


3. 2차 인클로저 후기(의회인클로저운동, 18세기중엽이후 1세기 간)


이 시기의 인클로저는 의회의 법에 의거해 수행됩니다. 따라서 의회인클로저운동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사실 인클로저의 악영향은 대부분 이 시기에 벌어집니다.


지주가 대부분인 의회에 의해 최초의 인클로저법이 1604년 제정되었으나 대부분의 시행은 1750~1830년이라는 짧은 시기동안 이뤄지게 됩니다. 이 의회인클로저운동에 의해 전 시기 인클로저의 20% 가량이 진행되는데, 소농에 미친 영향력이 더욱 파괴적이었습니다. 이는 법적 강제력에 의해 짧은 기간 동안 전격적으로 시행된 급격하고 광범위한 변화였던 탓이 컸고, 또한 구빈법의 강제조항과 맞물린 탓도 컸습니다.


의회인클로저의 결과 토지의 관습소작권이나 공동이용권과 같은 중세적인 단체권이 완전히 소멸되고 토지에 대한 영주지배권 혹은 조세권이 사적 소유권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발생된 대량의 농촌 실업자들이 빈민으로 전락하고 이들은 이후 산업혁명을 통해서야 일자리를 찾고 구제되게 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농업혁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인클로저의 악영향을 심화시킨 구빈법과 도시 길드의 문제를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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