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부실이 투자자 피해 불러

곽은경 / 2020-07-17 / 조회: 14,682       데일리안

대형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1조 6000억원대의 라임자산운용펀드부터, 파생결합펀드(DLF), 디스커버리펀드, 옵티머스펀드 등 굵직한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금융감독원이 현재 각 금융사의 상품가격, 수수료율부터 경영 전반까지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연이어 사고가 터지자 금융감독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차적으로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는 금감원의 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금융당국은 2015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시장을 활성화 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제대로 된 규칙을 제공하지 않은 탓에 전문성 낮은 운용사들이 고위험 상품에 뛰어드는 부작용을 낳았고, 이는 곧 금융사고의 원인이 되었다. 시장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이를 감독할 책무를 방기한 금감원이 자신들의 책임은 쏙 빼고 금융사에게만 사고의 책임을 떠넘겼다.


금융사고에 대한 금감원의 후속 대책도 논란이다.


금융감독원은 2019년 터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은행과 보험사가 사모펀드와 신탁상품을 팔지 못하게 했다. 소비자에게 투자 위험을 정확히 알리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이는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치다. 금감원이 진정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기를 원한다면 판매 금지 조치가 아니라 불완전 판매를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민원거리를 원천 차단하는 관료주의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방식은 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


금감원의 인기영합적 결정도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최근 라임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은 피해자들에게 전액을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원금 100% 배상은 역대 최고의 배상 비율이다. 라임사태가 정치권 인사들과 연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책임 소재 여부를 따지지 않고 정치적 해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영역이 민간 금융 시장에 개입하는 이른바, 관치금융은 우리 금융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정치적 의사결정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익은 물론, 그에 따른 위험과 손실을 모두 책임지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다. 투자금을 부실하게 운영한 운용사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판매사에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큰 이윤을 남기기 위해 원금 손실의 위험이 큰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다. 투자의 기본을 무시한 정치적 판결은 운영사와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할 것이며, 그만큼 금융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금융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손실이다. 금융사는 과도한 규제 때문에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지 못할 것이며, 이는 잠재적으로 투자자에게도 손해다.


부실한 금융상품이 시장을 교란시키다 보니 우리 금융시장 전반의 경쟁력도 낮다. 아시아 금융 허브였던 홍콩이 정치적 문제로 위상이 크게 흔들리면서, 해외 금융기업들이 다른 국가로 이동을 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을 택한 기업은 하나도 없다. 금융당국의 통제가 너무 강해 기업의 자율성이 낮고, 금융시장이 정치적 영향력 하에 있기 때문에 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진 탓이다. 금융시장의 발전이 더딘 것은 금융감독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금융경쟁력을 높이는 제도마련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우수한 금융상품이 경쟁하는 시장일수록 소비자의 선택권이 잘 보호되고 사회적 편익도 상승할 수 있다. 금융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사고를 근절하겠다며 금융시장에 대한 통제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금융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상품의 안정성과 수익성도 상승할 수 있다. 시장의 기능을 고려한 규칙 하에서 금융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경쟁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곧 소비자를 보호하는 최선의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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