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은 결혼의욕 꺾고 육아에부담
지속적 성장통한 소득향상이 관건
규제·노동개혁해 일자리 공급하고
親시장 주택정책으로 공급 늘려야"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뉴욕타임스 칼럼이 “14세기 유럽 흑사병보다 더 심각한 인구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국가는 한국”이라는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의 경고는 가히 충격적이다.
역사적으로 저출생 문제를 겪은 나라들은 대단히 많다. 그중 하나가 영국이다. 영국은 1750년부터 1800년까지 출산율에서 사망률을 뺀 수치가 0.7~0.8일 정도로 심각한 인구감소 문제를 겪었다. 그래서인지 1776년에 발간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저출생 문제에 관한 내용이 있다.
“빈곤은 의심할 여지 없이 결혼할 의향을 꺾는다. (중략) 빈곤이 출산을 방해하지는 않을지라도 육아에는 매우 불리하다.” “노동에 대한 보수가 충분하면 노동자가 자녀에게 더 나은 생활 여건을 제공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더욱더 많은 자녀를 양육할 수 있어서 자연히 출산을 많이 하게 된다.” “여기서 인식해야 할 사실은 노동에 대한 보수가 충분해지려면 노동을 필요로 하는 노동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노동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한다면 노동에 대한 보수(임금) 역시 증가할 것이고 노동자의 결혼과 출산을 촉진할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저출산의 원인이 자녀의 양육 부담이 큰 데에 있으며, 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하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이 이전에 애덤 스미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임금을 받아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수요는 국부가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증가하며, 국부가 증가하지 않고서는 노동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할 수 없다. 노동자의 임금을 증가시키는 요인은 국부의 실제 크기가 아니라 국부의 지속적인 증가다.” 한마디로 애덤 스미스는 저출생의 원인은 경제성장의 저조로 국민의 소득이 충분치 않은 데 있으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 소득이 증가하는 데에 있음을 강조한다. 영국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앞에서 말한 수치가 1800년 이후 1.2로 상승했다.
지금 우리의 저출생 문제의 주요 원인 역시 청년들의 충분치 못한 소득과 양육비 부담에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의 '전국 25~39세 남녀 2000명에 대해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취업, 생활 안정, 집 마련 문제 등)”, “양육비용이 부담되어서”가 가장 많음이 이를 보여준다. 결국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청년들의 상황을 좋게 만들고 양육비 부담을 줄여주는 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왜 우리 청년들의 상황이 나빠졌고 양육비를 걱정하게 된 것인지 그 이유부터 찾아봐야 한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기업활동을 옥죄는 수많은 규제로 인해 경제가 성장하지 않았으며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애덤 스미스의 말을 빌리면 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나친 친노조 정책으로 신규로 진입하는 청년들의 고용 기회가 사라지면서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했다. 또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래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와 청년 고용이 늘어나 청년들이 충분한 소득을 얻고 생활이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되기 위해서는 기업에 가해지고 있는 수많은 규제를 철폐 또는 완화하고, 지나친 친노조 정책을 개혁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친화적인 부동산 정책을 통해 주택공급이 늘어나도록 하여 주거비용이 대폭 줄어들게 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이렇게 혁신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출산과 양육비 보조를 위해 정부가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저출생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청년들은 우리의 미래다. 생활 여건을 개선하여 청년들이 살 만한 사회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희망에 차고, 마음 놓고 공부하며 일하고,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2024년 갑진년은 새로운 시작과 성장을 상징하는 용의 해다.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힘을 합쳐 그런 나라를 만들어 가는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자유기업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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