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위험을 대비하면 충분히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사고, 전기차 폭발사고에서 보았듯이 배터리의 안전성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임을 알려준다. 배터리를 활용하는 산업 발전의 가능성은 크지만, 이는 안전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사고 원인 규명이 아직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화재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목한다. 데이터센터는 유사시에도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비상전력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설비에 활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크다. 배터리가 일단 손상되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치솟으며 연쇄적으로 인근 셀에 불길이 번진다. 이 경우 초기 화재진압이 어려워 큰 피해로 번지게 된다. 화재 당시 화재자동탐지설비는 정상 작동했음에도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는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다. 기업의 책임의식 부족이나 한국산 배터리의 위험성 등 일각이 지목하는 지점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플랫폼 기업의 책임의식 부족도, 한국기업이 생산하는 배터리 품질 문제도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은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판단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 발전도 안전성에 기반해야 가능하다.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다. 배터리 사고도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명과 재산의 피해도 문제지만, 제품과 산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기도 한다. 2021년 4월 발생한 홍성 태양광에너지 저장장치 화재사건이나 2022년 1월 충북 청주 배터리 제조공장 화재사건, 2년 전 KT 강남 데이터센터 화재, 그리고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사건이 공통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배터리의 안전성이다. 배터리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배터리를 활용하는 산업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원인이 되고 있다. 배터리 활용이 환경친화적이라는 생각과 그래서 위험해도 문제가 없다는 식의 안이함이 부른 현상이다. 원자력 발전 등 다른 산업의 안전 수준을 아직 따라가지 못한 상태임에도 정부가 이를 장려하고 지원하다보니 위험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안전성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관련 설비는 일상 속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배터리 안전에 대한 불감증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아파트마다 골목마다 들어서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시설은 노약자·장애인 주차공간 옆자리에 설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안전을 우선시해야 함에도 배터리 충전시설을 취약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 가까이에 설치하고 있는 점은 또 다른 안전불감증을 드러내는 사례다. 배터리 관련 화재는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사고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배터리 관련 시설을 배치하는 것은 시민의 안전을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어서 안타깝다.
폐배터리 관련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앞으로 수명이 다한 배터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 막대한 규모의 폐배터리를 어떻게 폐기할지, 장기적으로 어떻게 보관할 지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은 폐배터리 문제를 간과하게 만들기도 한다. 폐배터리 활용은 일반 배터리의 경우보다 더욱 위험하다. 폐배터리를 계속 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다 보니, 폐배터리 처리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는 이유가 되고 있다. 현재 폐배터리의 재사용·재활용은 ESG 차원에서 장려되고 있다. 하지만 폐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라는 한계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배터리 산업은 발전성을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안전성이 확보될 경우 큰 폭의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기업들이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 원천기술을 개발하여 산업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안전성이 확보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배터리의 안전성이 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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