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글로벌 자산배분 계획에 따라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자 이에 주식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그들은 “국민연금이 시대 변화를 못 쫓아가는 것”이라며 비판했고 이에 대해 “글로벌 자산배분은 당연한 것”이란 반론도 나왔다.
연금을 낸 국민의 입장은 어떨까? 당연히 안정성과 수익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길 것이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연금과 복지서비스는 곧바로 국민의 생활 안정에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자들은 환경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기업들이 가속화된 4차 산업혁명으로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금융자산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선진국 형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투자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금운용자들이 당연히 참고해야 할 내용이다.
하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전세계 주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글로벌 자산배분은 이견이 없는 원칙이다.
특정 집단의 이익이나 정치적 압박에서 벗어나 기금운용의 원칙은 지켜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정부 사업에 국민연금을 활용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연금 가입자가 개인계좌 방식으로 연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보니, 관리 책임을 갖고 있는 정부당국이 연금을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곤 한다.
정부가 연금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을 간섭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 이는 국민연금 운용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에 대한 부작용도 크다. 국내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기업경영과 기업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고, 경영자의 위상을 실추시켜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연금의 수익성을 위협한다.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무리한 반대 의사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LG화학의 분할을 반대하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두 기업 모두 안건 통과 이후 주가가 오히려 상승한 바 있다.
3월 26일 국민연금이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충격적이다. 국민연금이 2019년 3월 27일 고 조양호 회장의 연임을 부결시킨 이후 발생한 불행한 사태와 혼란을 기억한다면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대한항공을 다시 안정시키는 데 성공한 조원태 회장에 대해 다시 반대한 것은 국민연금이 과연 어떤 목적을 가진 조직인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자를 정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기금 운용자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을 통솔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취지에서 벗어난 일이다. 공적 기금의 의결권 행사가 남발되어서는 안된다. 기업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연금의 역할이 아니며, 경영권 침해로 인해 기업과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위한 것이지, 특정집단이나 정부의 기업 통제를 위한 도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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