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사이 카드수수료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2018년 말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을 막고자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해주면서 비롯됐다. 정부가 카드사의 팔을 비틀어 중소자영업자에 대한 수수료를 인하하자, 카드사는 영업손실을 줄이기 위해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형가맹점이 가맹점 해지까지 거론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 수개월째 카드수수료 논란이 지속되게 되었다.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수수료 갈등의 본질은 영세자영업자에게 인하해준 수수료 부담을 누가 떠안느냐에 있다. 정작 최저임금을 인상해 자영업자들을 어렵게 한 것은 정부인데,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고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이 가맹수수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둘 간의 줄다리기에서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그 피해는 소비자 몫이 된다.
대형가맹점이 제시한 협상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카드사는 영업손실 때문에 당장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할인혜택, 포인트 적립, 무이자할부 등을 축소할 우려가 크다. 그동안 정치적 결정에 의해 반복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인하한 결과 소비자들이 선호하던 ‘알짜카드’들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한편 카드사가 원하는 대로 수수료가 인상되더라도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전체 신용카드 사용액의 60~70%가 백화점, 병원, 통신사, 대형마트 등 대형가맹점에서 발생한다.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은 생필품에 대한 물가인상을 초래해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정부의 정책실패를 소비자가 책임지게 된 셈이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정부의 개입이다. 정부의 개입을 통한 수수료의 인상 또는 인하는 카드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소비자들은 물가가 인상되거나, 카드혜택이 축소될 경우 지갑을 닫는다. 소비지출이 줄면 카드사와 자영업자의 매출이 감소하게 되고 중소자영업자의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정부의 개입정책은 정부가 보호하려 했던 영세자영업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 우려가 크다.
해법은 간단하다.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간편결제 시스템은 스마트폰으로 계좌이체나 보험가입까지 가능하게 한다. 소비자들이 여러 가지 결제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한다면 각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원가를 절감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카드수수료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영세자영업자를 돕는 문제도 소비자 선택권 확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열악한 것은 카드 수수료가 높아서가 아니라 매출이 낮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원가를 절감하는 방법,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정부의 지원에 기댈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해야 자영업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의 정책에는 소비자에 대한 고려는 없다. 정부는 기존의 공급자만 고려하고, 새롭게 시장에 등장하는 잠재적 공급자의 혁신이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외면하는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당장은 시장참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 같지만 혁신, 새로운 기업의 등장은 공급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모두 유리한 결과를 낳는다. 경쟁과정에서 공급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져 판매하는 서비스의 품질이 올라가고, 상품의 가격도 내려갈 수 있다.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시장의 규모는 커질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이 절감한 생활비는 사회 다른 분야에 지출되면서 해당분야의 시장을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게 된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로 경제성장의 비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가 무엇을 얼마의 가격에 팔지, 수수료는 얼마나 책정할지, 결정하는 주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최상위로 놓아야 경제가 발전하고, 진보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정부의 무리한 간섭이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의 확대이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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