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할 방법

김강식 / 2021-08-12 / 조회: 3,501

1.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의 필요성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노동시장의 환경 변화에 따라 고용, 임금, 근로시간, 노사관계 등 노동의 수요·공급요인을 신속하게 변화시켜 노동이 변화된 경제·사회·기술 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것은 생산요소인 노동을 탄력적,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고용량을 유지·증대시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노동유연성을 통해 새로운 사업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근로자들로 하여금 급격하게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게 하는 능력도 내용으로 한다. 현재 4차 산업혁명, 정보화,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기업은 이전과는 크게 다른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사업구조 재편, 신기술 도입, 조직 재편성 등을 통해 유연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인력투입을 신축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며 근로자들도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습득해서 업무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의 필요성을 증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경제포럼(The World Economic Forum)의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전체 141개국 중 13위로 상위권이지만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는 97위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의 국가경쟁력평가에서 2021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조사대상 전체  64개국(OECD 국가 및 신흥국) 중 23위인데, 이 중 노동시장경쟁력은 37위로서 노동시장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낮은 유연성, 즉 노동시장의 높은 경직성은 국가 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고용 창출을 저해해서 고용절벽을 야기하는 주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2.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방안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하여 특히 임금, 노동시간, 고용 및 해고, 노사관계 등의 각 영역에서 현재의 높은 경직성을 완화시키고 유연성을 신장시키는 것이 요청된다. 


1) 임금유연성의 제고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노동시장 유연성을 구성하는 세부항목 중 임금결정유연성은 2019년 기준 한국이 141개국 중 84위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특히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임금체계는 호봉제에 기초한 연공급체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연공급체계는 유연성이 매우 낮은 경직적인 임금체계이다. 내부노동시장의 기능적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 연공급체계를 직무나 직능, 생산성을 반영하는 유연한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무가치와 직무능력에 기반한 임금체계는 고용형태별 임금격차나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를 완화하는 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급 임금체계로 전환하고, 또 임금과 관련한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단순히 임금체계만을 형식적으로 변경한다고 해서 직무형 임금체계가 정착되는 것이 아니다. 직무급체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직무급을 넘어서서 직무중심 인사제도의 정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직무분석, 직무평가, 직급체계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직무급의 성공 여부는 직무급 체계 자체 보다 인사관리시스템이 얼마나 직무중심으로 전환되는가에 달려있다. 직무급 체계로의 임금체계 개편과 더불어 연봉제와 성과배분제와 같은 성과주의 임금관리의 실시도 요청된다. 이렇게 될 때 근로자의 동기부여, 노동생산성 향상, 노사협력 증진효과 등이 나타나게 되며 노동시장 전체 차원에서 고용총량이 증대하고 실업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발생하게 된다. 


임금유연성의 제고를 위해서 최저임금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 정부 들어 실시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지불능력이 취약한 다수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사업운영에 큰 타격을 주었고, 이와 더불어 다수의 저숙련⋅여성⋅고령 근로자 등 취약근로자들의 고용기회와 소득을 감소시켰다. 현재의 최저임금은 높은 임금수준, 개별 사업장과 개별 근로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임금수준, 최저임금 결정기준의 비합리성 및 모호성, 1년 단위의 짧은 최저임금 결정 주기, 최저임금결정기구로서의 최저임금위원회의 적절성 등의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최저임금제도 개선에 있어서 첫째, 사업장의 업종, 소재 지역, 규모와 근로자 연령 등의 사업장특성과 근로자특성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해서 적용할 것이 요청된다. 이는 현재의 획일적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하여 경쟁력이 취약한 사업자들과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최저임금 결정주기를 현행 1년에서 2년 이상으로 변경해서 매년 최저임금 결정시마다 발생하는 소모적 갈등을 줄이고 경영의 장기적 안정성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산업평균 임금인상률, 물가상승률, 노동생산성 등 각 결정기준과 그 객관적 지표를 정해서 이를 활용해야 한다. 구체적인 결정산식을 만들어서 이를 활용하는 것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최저임금 결정에서 나타나게 될 혼란과 갈등의 상당 부분이 예방되고 최저임금이 예측가능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2) 근로시간의 유연성 제고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근로시간단축이 이루어짐에 따라 근로시간의 유연성 제고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근로시간 유연화로 일감이 적을 때 휴가를 주고 일감이 많을 때 추가 근로를 하는 방식 등으로 근로시간을 운영하면 기업은 적기에 수주 물량을 납품할 수 있고 근로자는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게 된다.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간주근로시간제 등의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제도들이 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단위기간이 확대되고, 도입 및 운영요건이 완화되어 기업이 필요할 때 보다 편리하게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근로시간계좌제를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근로시간계좌제는 실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의 차이를 계좌에 적립하거나, 적립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근로시간계좌제를 1년 이내의 단기계좌와 장기계좌로 운영해서 단기계좌는 근로자들이 주로 휴가로 활용하고, 장기계좌는 안식년, 교육, 장기 휴가, 조기퇴직 등으로 활용하게 할 수 있다. 아울러 재량 근로시간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도들이 체계적 논의를 통해 조속히 입법화·제도화 되어야 한다. 특히 창조적 업무는 시간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되는 근로형태여야 하므로, 고도의 전문적 능력을 지닌 근로자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여건 정비도 서둘러야 하며 스마트워크 등과 고소득 화이트칼라에 맞는 근로시간제와 고소득·전문직 이그젬션도 검토해야 한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해 주4일 근무제 또는 일일 6시간 근무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개발하고 파트타임 형태의 재고용 계약도 확대해야 한다. 


정규직의 근로시간을 신축적으로 운영하여 유연성을 제고할 경우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적 제약이 많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제고할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은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에 반드시 필요하다. 고학력 여성의 노동공급이 증가할 경우 독점적 공급자 위치에 있는 현재 정규직의 독점력을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임금유연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에 있어서 OECD 국가 평균의 70% 수준에 불과한 낮은 노동생산성을 반드시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근로자 능력개발, 동기유발, 합리적 보상제도, 업무관행의 개선, 근로시간의 효율적 관리 등 생산성 향상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근로자들도 올바른 근로윤리와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인 자기개발을 통해 높은 업무역량을 갖추어서 근로시간은 줄어도 업무성과는 감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3) 고용의 유연화

고용을 유연화하여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방안의 하나로 기간제 사용기간 2년 제한의 폐지 내지 완화가 필요하며 사용기간 2년 제한규정에 대한 적용제외 집단의 확대가 요청된다. 이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제한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근로조건이 더 열악한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완화 내지 폐지하기 어려울 경우 적용제외 집단을 확대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전통적 고용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청년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즉,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 이외에 다양한 형태의 고용을 개발,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청년층 창업 지원을 전담하는 기구를 만들고 문화콘텐츠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분야의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고학력 전문사무직 비중이 높고, 적극적 사회참여 특성을 가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대비해서 이들의 직무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기여형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 


인력조정을 통해 경영위기를 벗어나는 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현재의 경영상 해고 제도의 요건 및 절차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경영상의 이유’로 완화하고 사전통보기간도 30일로 단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일률적인 해고보호 규정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신규고용을 기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소기업 대상의 별도의 해고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4) 노사관계의 유연화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사자치가 존중되어 노사문제는 기본적으로 노사당사자들이 자치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노사 간의 문제는 명확하게 기존의 실정법 또는 사회상규에 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규제 성격의 입법적 개입은 지양되어야 한다. 즉, 법적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기능이 이를 대신하도록 해야 한다. 고용,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결정은 경쟁적 시장환경에서 경제주체의 선택에 따라 자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김강식 /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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