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방안에 대한 평가-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중심으로

윤창현 / 2010-06-30 / 조회: 6,171
정책배경

우리나라가 경험한 두 차례의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외화유출입 변동성이 높았던 점에 기인하고 있는바 외화자금이 호황기에 대규모로 유입되고 불황기에 빠르게 유출되어 금융․외환시장이 실물경제보다 더 크게 변동하고 이로 인해 실물경제가 다시 영향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던 점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주식․채권투자의 변동성보다 은행부문 외화차입의 변동성이 더 높은 편인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어 감에 따라 우리나라로의 단기 자본 유입이 재개되는 추세를 볼 수가 있다. 외환시장의 안정과 대외신인도 제고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권투자가 활성화되고 해외차입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 1월에서 올해 4월까지 주식은 366억불, 채권 310억불, 단기차입 140억불 등 총 816억불이 유입되었다. 그런데 이처럼 국내로 유입된 외화가 또 다시 해외로 일시에 유출될 경우 위기가 재발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외환건전성을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G-20, IMF, ADB 등을 중심으로 금융규제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국가별로도 자국의 경제상황에 맞는 방안을 마련․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의 경우 자본이동성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하는데 이는 우선적으로 금융 및 실물부문에 있어서 높은 개방도가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선진국에 비해 무역의존도가 높아 이로 인한 무역관련 외화자금의 유입 및 유출이 빈번한데 무역의존도의 경우 2009년 기준 우리나라가 82%인데 비해 일본은 22% 미국은 19% 중국은 45% 대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009년 9월말 기준 우리나라가 57.6%인데 비해 인도네시아는 35.2% 말레이시아는 33.1% 브라질은 16.9%를 기록하여 우리나라가 아직도 상당히 높다는 점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우리나라의 외국인 자금 유출입규모는 매우 극적이다. 1995년에서 1997년 10월까지 해외자본은 약 800억 달러가 유입되었다. 그러나 1997년 11월부터 1998년 3월까지 단 5개월만에 200억 달러가 넘는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그리고 1998년 4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약 10여년간 2200억 달러가 다시 유입되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8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700억 달러가 빠져나간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정책내용: 

금번 조치의 핵심내용은 선물환에 대한 포지션 규제 도입정책이다. 현재는 은행의 선물환매입을 관리할 수 있는 장치는 따로 없는 상황인바 은행은 현・선물환이 모두 포함된 종합포지션만 규제를 받으므로 선물환을 매입하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현물환을 매도하면 종합포지션과 무관하게 선물환을 제한 없이 매수가 가능한 상황이며 현행규제는 현물환 및 선물환 포지션의 합계를 자기자본의 50% 이내로 유지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금번에 도입되는 규제는 은행 등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신설 운영하는 것이 골자이다. 선물, 외환․통화스왑, NDF 등 통화관련 모든 파생상품을 포함, 선물환 자체의 규모를 국내은행의 경우 전월말 자기자본의 50%까지만 허용하고 외은지점은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평균(2010년 4월말 기준 301%)을 감안하여 우선 250%를 한도로 설정하고 있다. 증권회사나 종금사의 경우도 국내은행과 동일하게 50%를 적용할 예정이다. 물론 이는 추후 경제여건, 시장상황,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여 분기별로 한도 조정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이 100억 달러인 A은행이 현물환포지션은 300억불 매도 초과인 상황이고 선물환포지션이 320억불 매입초과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이 경우 선물환포지션은 자기자본의 320%에 해당하지만 종합포지션은 현물환과 선물환을 더하게 되므로 300억 매도초과 + 320억 매입초과 = 20억불 매입초과가 되어 자기자본의 20% 매입초과가 되므로 현행 종합포지션한도 50%를 준수하게 된다. 즉 현행 종합포지션제도 하에서는 선물환매수를 한 후 현물환을 비슷한 규모로 매도하게 되면 사실상 선물환을 제한없이 매수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규제하에서는 이 기업의 선물환 매입포과포지션이 자기자본의 320%이므로 이를 50%까지 줄여야 하는 것이다. 물론 외은지점의 경우 이 비율을 250%로 설정하여 규제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에 노력하였다. 실제로 외은 지점의 4월말 기준 통계를 보면 선물환 매입초과포지션이 300%에 달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고 정부는 이를 감안하여 외은지점의 한도를 250%로 완화하여 설정하였다. 만일 외은 지점에 대해 국내은행과 동일하게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50%로 적용할 경우 외은 지점은 대규모로 선물환을 매도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되고 이로 인해 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을 감안하여 외은지점에 대해서는 우선 250%의 한도를 적용하여 시행하고 경제여건, 시장상황,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아 단계적으로 한도를 조정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또한 금번 제도는 금융기관에의 부담을 감안하여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기존거래분에 대하여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시행 후 3개월의 유예기간을 설정하고 유예기간 중에는 포지션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제도 도입 직전일의 선물환 포지션이 한도를 상회하는 은행은 유예기간 중 도입 직전일의 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 이때 기존 거래분으로 인하여 포지션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한도초과분은 한국은행이 예외를 인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최장 2년까지 허용(필요시 연장)하되, 한국은행이 시장여건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적용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선물환이 이처럼 단기 자본이동과 연결되어 규제대상이 된 것은 그동안 조선사의 선박수출 자산운용사의 해외증권투자과정에서 환위험회피를 위한 선물환거래가 보편화됨에 따라 조선사 및 자산운용사 등이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미래받을 달러 또는 해외펀드 투자수익에 대해 이를 원화로 미리 확정하는 선물환 매도계약을 은행과 체결하는 데에 기인한다. 그런데 문제는 선물환을 매입한 은행이 선물환 매입에 따라 환위험을 지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A조선회사가 1년후 받을 1000만 달러의 선박대금을 미리 매도하는 선물환 매도계약을 체결한다고 하자.(선물환율1000원/$) 이 경우 거래 상대방인 B은행은 선물환 매수계약을 통해 선물환 매수포지션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B은행은 1년후 1000만달러를 수취하고 100억원을 넘겨줄 의무가 생긴다. 만일 1년 후 달러당 환율이 900원이나 800원이 되면 은행은 90억이나 80억원 대신 100억원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사후적 손실을 보게 된다. 결국 B은행은 넘겨줄 100억원의 원화를 확보하기 위해 자기가 받게 될 달러만큼 부채를 빌려온다. 그리고 빌려온 달러를 현물환시장에서 당장 매도하여 원화를 확보한다. 그리고 1년후 A회사가 1000만 달러를 넘겨주면 이를 가지고 달러빚을 갚아버리면 된다. 받을 예정인 달러만큼 미리 달러빚을 일으켜놓고 나면 리스크가 사라지게 되는데 이를 ‘머니마켓 헤지’(money market hedge)라고 한다. 그런데 받게 될 달러만큼 달러 빚을 미리 일으켜서 이를 즉시 현물환시장에 팔아서 원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닌 단기외채가 생기게 된다는 것이 이 전략의 문제이다.  

즉, 국내은행이 선물환을 매입하는 경우 국내은행은 외환스왑시장을 통해 외은지점으로부터 달러를 받고 원화를 주었다가 나중에 다시 달러를 주고 원화를 받게 된다. 이때 확보한 달러는 즉시 현물환시장에 매도하게 되는데 이때 외은지점들은 외환스왑시장에서 달러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외은지점이 국내은행에게 제공하는 달러는 해외본점으로부터 차입하게 되고 이들은 외환스왑시장에서 국내은행에 달러를 공급하고 받은 원화를 주로 국내채권에 투자하게 되어 채권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다. 또한 외은지점이 선물환을 직접 매입하는 경우 외은지점은 해외본점으로부터 달러를 차입한 후 현물시장에 달러를 매도하받은 원화로 국내채권에 투자를 하게 되므로 결국 조선사 및 자산운용사 등의 환위험 회피를 위한 선물환 매도는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과 현물환 매도를 야기하게 되어 결국 외채가 증가하고 외환시장을 교란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선물환 거래행태는 외채증가, 자본유출입 변동성 심화 등 거시건전성 저해요인으로 작용하였다. 2006년에서 2007년까지의 단기외채 급증은 조선사의 선박수주 호조, 해외펀드 양도차익 비과세(07.6월)에 따른 해외증권투자 활성화로 기업의 헤지수요(선물환매도)가 증가한데 기인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기외채의 경우 2005년 말 659억 달러이던 것이 2006년 말에는 1,138억 달러가 되었고 2007년 말에는 1,602억 달러까지 증가한바 있다. 조선사 선박수주액 추정치는 2006년 660억 달러에서 2007년 975억 달러까지 증가한바 있고 해외증권투자 잔액의 경우 2006년말 236억 달러에서 2007년말 865억 달러 까지 증가하였다. 2006년에서 2007년까지의 총외채 증가분 1,953억불의 약 절반 정도가 국내은행․외은지점의 선물환 매입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바 선물환거래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정책평가:

제도는 그 시행과 함께 대규모 선물환매도→ 단기외채증가→ 시스템리스크발생이라는 연결고리를 차단하여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도 시행에 유예기간(3개월)이 설정되어 있고 기존거래분에 따른 한도초과분의 예외 허용 등의 보완조치로 인해 단시일 내에 단기외채가 축소되고 외화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인다. 예를 들어 제도 도입 전까지 기존거래분으로 인한 선물환 매입포지션이 자기자본의 280%인 은행의 경우, 포지션한도인 250%를 30%만큼 초과하게 되는데 이 경우 한도초과분은 즉시 처리할 필요 없이 보유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기존 선물환에 만기가 도래할 것이고 이에 따라 기존 선물환 매입분이 자연스럽게 감소될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포지션을 늘이는 것은 자연스럽게 억제되어 외채가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추가적인 외채증가가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경제 호황시 조선사・자산운용사 등의 선물환매도 증가에 따라 단기외채가 증가하고 경제 불안시 증가된 외채가 빠르게 유출되어 위기를 야기하는 것을 일정 부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 4월말 현재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의 선물환포지션을 각각 50%와 250%로 적용할 경우 한도 초과 선물환 매입 은행은 19개이며, 규모는 총 187억불로 나타나고 있으며 한도를 하회하는 은행은 36개 은행이다. 따라서 한도보다 낮은 선물환 매입포지션을 보유한 은행들이 기업이 매도하는 선물환 중 일부를 추가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바 국내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50%로 할 때, 2010년 4월말 현재 한도에 미달한 국내은행은 최대 354억불까지 추가매입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실물경제 성장에 따라 은행 자본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므로 분모가 늘어나면 분자도 따라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되므로 자기자본 증가에 따라 선물환매입 여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신흥시장국은 우리와 같은 종합포지션 제도를 시행중이나 선물환포지션에 대해서 별도로 한도를 운영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러나 외환정책은 국가별 경제상황과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이 자연스럽다고 보이며 우리나라의 정책당국이 외국의 사례가 없는 선물환 포지션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은행의 대규모 선물환 매입에 따른 단기외채의 증가가 글로벌 금융 위기시 시스템리스크를 야기하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금번 대책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한 규제 강화 조치라고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조선사 수출비중(10%수준)이 높아 이에 따른 환헤지 수요가 크며 자산운용사의 환헤지비율도 높은 특수성을 감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금번 조치는 50%라는 비율을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데에 따른 한계도 있으므로 향후 추이를 보아가면서 각 은행별 특성과 영업행위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이 비율을 은행별로 차등화할 경우 자본이동변동성 완화효과와 아울러 일률적 규제가 가진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210 소비자 편익을 배제한 규제 폐지해야
곽은경 / 2022-03-17
곽은경 2022-03-17
209 정권별 재정권한, 재정준칙으로 관리해야
옥동석 / 2021-09-09
옥동석 2021-09-09
208 미래를 고민하고 정치에서 탈피하는 교육 정책으로
이성호 / 2021-09-08
이성호 2021-09-08
207 효율적인 조세구조 구축 등을 통해 국가부채를 합리화하자
황상현 / 2021-09-08
황상현 2021-09-08
206 에너지 빈곤 없는 탄소중립을 향한 원자력 육성 정책
주한규 / 2021-09-07
주한규 2021-09-07
205 주52시간제를 합리적으로 운영하자
이승길 / 2021-09-06
이승길 2021-09-06
204 친 노조에서 친 노동으로
최승노 / 2021-09-05
최승노 2021-09-05
203 초저출산 초고령화를 이기는 국민연금개혁
김원식 / 2021-09-04
김원식 2021-09-04
202 공기업을 수요자에게 봉사하도록 변모시켜야
김이석 / 2021-09-03
김이석 2021-09-03
201 지속가능한 복지 제도를 구축하자
김상철 / 2021-09-02
김상철 2021-09-02
200 교육을 선택할 자유를 주자
송정석 / 2021-09-01
송정석 2021-09-01
199 대일외교를 정상화하자
신범철 / 2021-08-31
신범철 2021-08-31
198 대학의 적정 규모화 촉진을 위한 방안
이진영 / 2021-08-30
이진영 2021-08-30
197 국민기본보장제도 도입방안
김용하 / 2021-08-27
김용하 2021-08-27
196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분권화 제고와 시장기능 강화
박호정 / 2021-08-25
박호정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