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배경
기업지방이전 보조금 지원제도는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국가 균형 발전을 강조한 노무현 정부에 의해 2004년에 도입되었다. 세금 감면과 같은 소극적인 정책보다는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고 정부가 적극 개입한 것인데, 이러한 제도는 이명박 정부가 이어 받아 계속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3년 이상 사업한 실적이 있고 상시 고용 규모가 30인 이상인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경우 지원하는데, 부동산업, 소비성 서비스업, 건설업을 제외한 업종이 대상이고, 해당 지자체에 국가가 매칭 펀드 형식으로 보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보조금의 종류는 입지 보조금, 투자 보조금, 고용 보조금, 그리고 교육 훈련 보조금의 네 가지다. 이 제도는 몇 차례의 개정을 통하여 조금씩 그 적용을 달리해 왔다.
2010년 1월 4일 제6차 개정 이전의 제도는 다음과 같다. 입지 보조금은 부지 매입(임대) 비용의 70% 한도 내에서 지자체가 보조하는 금액의 70%를 국비에서 지원하였다. 투자 보조금은 건축비, 시설 장비 구입비, 기반 시설 설치비 등에 투자한 금액 중 지자체가 보조하는 금액의 70%를 국비에서 지원하였다. 고용 보조금은 신규 고용 20명을 초과할 때 초과 인원 1인당 6개월 범위 내에서 월 60만 원 이하로 지자체가 보조하는 금액의 70%를 국비에서 지원하였다. 교육 훈련 보조금은 신규 고용 20명을 초과하여 교육 훈련을 실시할 때 초과 인원 1인당 6개월 범위 내에서 월 60만 원 이하로 지자체가 보조하는 금액의 70%를 국비에서 지원하였다.
국비 지원 비율은 일반 지역에서는 위의 경우처럼 70%였고, (성장 촉진 지역, 특수 상황 지역 등의) 지원 특례 지역은 90%였다. 이전 기업당 국비 지원은 60억 원이 한도였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총 247개 기업이 2,210억 원의 국비 보조를 받았고, 이를 통해 5조 7천억 원의 투자와 1.8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여 지역 투자 촉진과 고용 창출에 기여하였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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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지식경제부 보도 자료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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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지식경제부 보도 자료에서 발췌 |
그렇지만, 수도권 인근 지역에 편중(충남, 충북에 54.8% 지원)된다든지 특정 보조금에 집중(입지 보조금에 74% 지원)되는 것과 같이 보조금이 지속적으로 편중 지원되는 문제점 등이 제기됨에 따라 이를 시정하기 위해 제6차 고시를 통하여 보조금 제도를 개정하여 2010년 1월 4일부터 실시하기로 하였다.
정책내용: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국가 개입주의가 심화된 개정
기업지방이전 보조금 지원제도의 제6차 개정 내용은 크게 지역 편중 완화, 보조금 집행의 효율성 제고, 그리고 지자체의 자율성 제고로 구분된다.
첫째, 특정 지방 자치 단체들에 보조금이 편중되는 현상을 완화하려고 노력하였다. 그간 보조금이 충남북 지역에 집중되었는데, 이러한 보조금 편중을 막기 위해 지방 자치 단체별 보조금 지원 예산의 최고 한도를 15%로 설정하여 일정 지역에 과도하게 지원되지 않도록 하였다.
낙후 지역(성장 촉진 지역과 특수 상황 지역)으로의 이전이라든가 지역 전략 산업과 지역 선도 산업의 기업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대상 기업의 상시 고용 인원을 현재의 30인에서 10인으로 하향 적용하였다. 따라서 70개 시, 군의 성장 촉진 지역이나 372개 도서(島嶼)의 특수 상황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라든지 지역 전략 산업, 지역 선도 산업의 기업이 이전하는 경우에는 수도권 지역에서 3년 이상 사업한 실적이 있고 상시 고용 규모가 10인 이상인 기업은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 기준으로 대상 기업이 3.7배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역시 별로 이전하지 않는 지역으로의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최근 3년간 교부 실적 5% 미만 지역에 총 투자액 800억 원 이상 기업이 이전하는 경우 최대 지원 한도액을 종전의 60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였다. 또 지역 전략 산업, 지역 선도 산업의 기업이 이전하는 경우 이전 건당 국비를 95% 한도 내에서 5% 추가 지원하기로 하였다.
둘째, 보조금의 효율적 집행 방안을 강구하였다. 기업체 부지 매입을 지원하기 위한 입지 보조금은 투기적 성향이 높아서 입지 보조금 지원 비율을 70%에서 50%로 축소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입지 보조금은 부지 매입(임대) 비용의 50%(최근 3년 보조금 총액의 5% 미만 교부 지역은 여전히 70%) 한도 내에서 지자체가 보조하는 금액의 70%를 국비로 지원한다.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고용 보조금과 교육 훈련 보조금의 지원 기간을 6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하였다. 또 요구되는 신규 고용 인원도 20명에서 10명으로 낮추었다. 따라서 고용 보조금(교육 훈련 보조금)은 신규 고용 10명을 초과할 때(신규 고용 10명을 초과하여 교육 훈련을 실시할 때) 초과 인원 1인당 12개월 범위 내에서 월 60만 원 이하로 지자체가 보조하는 금액의 70%를 국비에서 지원한다.
또한 우량 기업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정 신용 등급 이상(예, BB-) 기업에만 보조금을 지원하고 기업의 투자 규모에 따라 차등 지원하기로 하였다.
셋째, 지자체의 자율성을 강화하려고 하였다. 지자체의 책임 아래 투자 유치 기업을 결정해서 보조금을 신청하게 하고, 지식경제부는 지자체 평가표만을 토대로 교부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지식경제부는 중앙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투자 유치 컨설팅, 보조금 업무 편람 제작, 이전 기업 발굴 등과 같은 서비스 지원 기능에 치중하기로 하였다.
이상이 기업지방이전 보조금 지원제도 제6차 개정 내용이다. 국가 보조금 제도는 규제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국가 개입주의에 입각한 제도이다. 유감스럽게도 제6차 개정으로 국가 개입주의가 더욱 강화되었다.
정책평가: 보조금 제도는 배분적 비효율과 지대 추구 낭비를 초래
제6차 개정이 지자체의 자율성을 강화하려고 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자체에 자율성을 부여하면 지자체들 간에 효율 경쟁을 유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 정부가 정보 제공 서비스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도 중앙 정부의 불필요한 경제 개입을 축소할 수 있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나머지 개정 내용들은 국가 개입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보조금이 특정 지자체에 편중 지원되는 것을 막고 낙후 지역이라든지 기타 별로 이전하지 않는 지역으로의 이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여러 조치들을 강구하는 것은 형평이라는 이념을 달성하기 위해서 효율성을 희생시키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과반(55% 가량)의 기업들이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북으로 옮기기를 원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균형 발전, 형평 지원을 명분으로 기업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한다.
<표 1>에서 보듯 대부분의 이전 기업들은 입지 보조금(74%)을 신청하고 있고, 고용 보조금은 건수로는 전체 보조금의 5% 정도, 금액상으로는 1% 정도다. 그러자 정부는 입지 보조금이 투기적 성향을 지닌다고 매도하면서 지원 비율을 낮추어 억제하려고 하고 있고, 이전 기업들이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고용 및 교육 훈련 보조금은 고용 창출을 명분으로 지원 금액을 높이고 있다.
정부가 사업을 시장 메커니즘의 작동에 맡기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업에 인위적으로 간섭하게 되면 경제적 비효율이 초래된다. 따라서 기업지방이전 보조금 제도를 그대로 존치한 채 고시 변경을 통하여 미봉책들로 개선을 모색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기업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입지를 교통, 원재료, 시장 상황, 노동 조건, 외부 경제, 에너지, 사회 간접 자본, 토지와 건물, 환경, 정부 정책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이 때 보조금 제도와 같은 정부 정책은 기업의 의사 결정을 왜곡하게 된다. 흔히 정부 정책에서 조세와 정부 규제로 인한 폐해, 특히 규제를 우려하지만, 규제뿐만 아니라 보조금도 주의해야 한다.
정부 보조금 제도로 인한 비효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자원 배분의 왜곡으로 인한 비효율이고 다른 하나는 지대 추구로 인한 낭비이다.
기업지방이전 보조금 지원제도로 5조 7천억 원의 투자와 1.8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였다고 하면서 보조금 제도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것은 눈에 보이는 효과, 한 집단에 대한 효과만 계산한 것이다. 이 지역은 그런 투자 증가와 고용 증가를 가져 왔을지 모르나 기존 수도권 지역에서는 투자가 감소하고 고용이 감소한다.
그러나 보조금의 결과는 단순히 부나 소득의 이전만은 아니다. 이 보조금은 더 유리한 생산 조건을 제공하는 지역으로부터 불리한 지역으로 기업 및 생산을 이전한다. 자본과 노동은 더욱 효율적으로 고용되는 지역으로부터 덜 효율적으로 고용되는 지역으로 이동된다. 그 결과 부가 덜 창출되고, 재화 가격이 올라가며, 소비가 줄어든다. 국민들의 평균 생활수준이 낮아진다. 국가 전체로 순손실이 초래된다.
보조금 제도는 이러한 자원 배분의 왜곡으로 인한 비효율 외에도 지대 추구로 인한 낭비를 야기한다. 이것은 보조금을 획득하기 위해 생산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여러 가지 정치적, 비시장적 활동들을 함으로써 나타나는 낭비이다.
<표 3>에서 보듯이 정부에 의한 보조금이 있게 되자 이전 업체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이러한 보조금이라는 지대를 획득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들을 벌인다. 이들이 보조금 획득을 위해 시간, 노력, 돈을 지출했을 것이지만 이것은 생산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낭비다. 보조금 제도가 없었다면 이런 낭비는 없었을 것이다.
또한 보조금을 획득하기 위해 기업을 이전하였으나 보조금을 얻지 못한 기업들의 실패한 지대 추구도 무시할 수 없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총 1,782개의 기업체가 이전을 하였으나 209개의 기업체만 보조금 지원을 얻었다. 경쟁률은 9:1로서 9개 중 8개꼴로 실패한다. 경쟁률이 높으므로 실패한 기업체의 지대 추구 낭비가 클 것으로 짐작된다. 실패한 기업은 보조금 획득을 위해 시간, 노력, 돈을 지출했을 것이지만 이것은 생산 증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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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지식경제부/한국산업단지공단, 「지방이전 보조금 지원제도 안내」, 2009. 9. |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기업이 선호하는 매력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직접적으로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기보다는 세금(법인세)을 감면하고, 규제를 철폐하며, 법질서를 확립하고, 기반 시설 설치와 같은 공공재를 제공하여야 한다. 또 지방 분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정책들은 배분적 비효율과 지대 추구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황수연 /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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