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2008년 8월과 10월 세 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으로서 민영화, 기관통합, 기관폐지, 기능조정 등의 방안을 수립 공표하였다.
여기서 민영화 대상 기관은 모두 38개 기관인데, 이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원래 민간기업이었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일시적으로 공공기관이 된 14개 기업을 들 수 있다. 둘째, 모회사 또는 모기관 형태로서 공공기관인 8개 기관을 들 수 있다. 셋째, 모회사가 아닌 자회사 형태의 공공기관으로 16개 기관이 해당된다.
<표 1> 2008년 확정 발표된 민영화 39개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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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2008. 8. 11 및 2009. 7. 31 참조.
세 가지 유형의 민영화 중 가장 강력한 개혁의지가 수반되어야 추진이 가능한 경우는 두 번째 유형이다. 첫 번째 유형은 민영화가 당연히 예정되어 있었던 기관들이며, 세 번째 유형은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기능조정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두 번째 유형의 민영화에는 인천공항공사와 같이 49% 이내의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도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51%의 지분은 여전히 정부가 보유하고 일부 지분만을 민간에 매각하는 경우인데, 이는 공공기관의 통제를 민간에 이전하는 민영화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자금조달을 위해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정책내용: 지분매각과 공공성 보완대책
국토해양부는 2009년 12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선 2010년에 인천공항공사의 정부보유주식 15%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2011년 이후 전략적 제휴나 추가 상장 등을 검토한다고 발표하였다.
국토해양부에 의하면 인천공항공사 지분매각의 정책적 이유는, ‘세계적 허브공항으로 성장하기 위해 민간의 일부 지분참여를 통해 경영효율성 및 허브기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공항이용료 인상, 서비스수준 저하, 해외 헐값매각 등 지분매각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첫째, 항공법을 개정하여 현재 신고제인 공항이용료 제도를 승인제로 변경하고, 객관적인 서비스 평가시스템을 구축하여 평가결과를 이용료 규제와 연계하여 세계 최고의 서비스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둘째, 해외 국부유출 및 특정 주주로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외국인 등 특정 주주에 대한 지분제한 제도를 마련 할 것이다.
셋째, 활주로와 같은 이착륙시설 등 핵심 자산을 국고로 환수하고, 대신 공항시설관리권을 부여하여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고 국부유출, 헐값매각 등의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할 것이다.
정책평가: 핵심적 보완대책은 공항운영권의 시장계약
세계적 허브공항으로의 육성이라는 정책목표를 위해 인천공항공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 정책수단인가? 다시 말해 지분매각을 통한 민간의 지분참여가 없다면, 인천공항공사는 과연 세계적 허브공항으로 도약하기 어려울 것인가?
금번 지분매각은 15% 내외에 불과하고 향후에도 49%를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의 지분참여가 인천공항공사에 대한 정부소유․정부통제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물론 민간의 지분소유자들이 요구하는 배당금은 인천공항공사의 경영에 영향을 줄 것이지만, 이러한 요구가 인천공항공사의 경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는 못할 것이다. 더구나 정부는 주식상장시 그 배당금을 명시적이건 암묵적이건 어떤 형태로든 보장해야 할 것인데, 그 보장의 형태에 따라 상장주식의 가격은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결국 세계적 허브공항 도약을 위해 지분매각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높지 않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재정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하고자 한다면, 이용료․서비스 규제, 특정 주주의 지분제한, 핵심시설의 국유재산 전환 등 보완대책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핵심 시설을 국유재산으로 전환하고 인천공항공사에 공항시설관리권만을 부여하는 일을 반드시 추진하되, 철저한 준비를 하여 국익을 손상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대규모 국제공항으로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와 같은 독점사업에 대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은 대략 두 가지로 구분되어 왔다. 첫째, 정부지분 100%의 공기업을 설립 운영하며 독점이윤을 재정수입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둘째, 독점사업권을 민간지분 100%의 민간기업에 양허하는 것인데 경우에 따라 그 양허수수료를 재정수입으로 획득할 수 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공공사업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민관협력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이 등장하면서, 정부지분과 민간지분이 공존하는 기업에 대해 시장계약 형태의 독점사업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 하에서는 앞서 설명한 전통적 방법 두 가지와 달리 엄격한 시장계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만약 이 사업을 갑(정부)과 을(기업)의 책임과 권한 그리고 위험배분이 엄격한 시장계약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면, 정부지분과 민간지분이 공존하는 민관협력사업은 우리 사회가 장차 감당하기 어려운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독점사업에 민간지분이 참여하는 대표적 사례로서 한국전력공사가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정부가 실질적으로 보증하는 특수법인으로서 독점적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 주식이 상장되어 다수의 민간지분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공사가 보유하는 배전망 등 핵심자산에 대한 소유 그리고 각종의 정책적 사업(소위 교차보조 등)에 대한 갑(정부)과 을(공사)의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 하에서 이윤목적의 민간 지분소유자들이 핵심자산과 정책사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과연 인정할 것인가? 여기에서 비롯되는 갈등은 우리나라의 향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상당한 장애가 될 것이다.
이 같은 우려가 인천공항공사 지분매각에서 재현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인천공항공사에 부여하는 독점적 사업권(공항시설관리권)의 내용을 시장계약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협약을 먼저 체결해야 할 것이다.
옥동석 / 인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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