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폐지해야

전용덕 / 2006-06-14 / 조회: 5,307

1. 산업연수생제와 고용허가제

현행 외국인 근로자 정책의 요체는 외국인 근로자의 공급을 정부가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공급을 제한하는 제도로는 현재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산업연수생제’이고, 다른 하나는 ‘고용허가제’이다. 산업연수생제는 지난 199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서 중소기업에 필요한 외국인 노동력을 산업연수생 명목으로 공급하는 제도이다. 고용허가제란 2003년 8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도입된 제도로서 외국인 근로자의 수입을 총괄하는 제도이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되기 이전에도 산업연수생을 제외한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외국인 근로자 공급 정책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연수생제이기 때문에 산업연수생제를 2003년 이전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정책으로 간주하고자 한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로 고용허가제를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정책의 근간으로 간주하여 분석하고 필요시에 산업연수생제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산업연수생제와 고용허가제, 둘 모두가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공급을 제한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두 제도가 이름만 다를 뿐이지 그 결과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둘째, 두 제도는 지난 3년간 병행되어 실시되어 왔지만 산업연수생제는 2007년 1월부터 고용허가제로 통합되어 일원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2. 고용허가제의 폐해

그런데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많은 폐해를 초래하고 있다. 사실 고용허가제는 그 전신인 산업연수생제가 많은 폐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그런 폐해를 없애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도 산업연수생제와 유사한 폐해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면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폐해는 무엇인가? 첫째, 외국인 근로자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시장가격보다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공급을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양보다 거의 언제나 적게 정할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사용하는 기회비용은 시장가격보다 높게 된다. 물론 기회비용에는 금전적인 것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를 기다리는 시간과 그에 따른 손실과 같은 비금전적인 것도 포함된다.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장가격의 차이는 정부의 고용허가 정책이 얼마나 엄격하느냐에 달려 있게 된다.

둘째, 외국인 근로자는 시장가격보다 낮은 대가를 받게 된다. 외국인 근로자는 고용허가를 받기 위하여 요구되는 각종 교육 비용, 중개알선 비용, 뇌물 비용 등을 지불해야 하고, 그 결과로 외국인 근로자 자신이 획득하는 대가는 시장가격보다 낮아진다. 왜냐하면 사용자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불하는 대가에서 그런 각종 비용을 제외한 것이 근로자가 획득하는 대가이기 때문이다. 허가제가 없는 자유시장에서는 뇌물 비용은 전혀 필요 없고, 중개알선 비용은 크게 적어질 것이며, 불필요한 교육(예를 들어, 과다한 한국어 교육)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교육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가 받는 대가와 시장가격의 차이도 또한 정부의 고용허가 정책에 달려 있게 된다.

셋째,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력 송출국가를 각종 부정과 비리로 얼룩지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외국인력 송출국가에서는 부정과 비리가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는 공무원이 ‘구직자명부’에 올려주는 대가로 1인당 20만-30만원(지방의 경우에는 지방공무원과 중앙공무원을 거치기 때문에 대가는 20만-30만원의 두 배인 40만-60만원), ‘표준근로계약서’를 넘겨주는 대가로 1인당 200만-300만원을 근로자에게 요구한다. 이런 상황은 근로자가 한국 기업에 취업을 못한 근로자의 경우는 더 악화된다. 왜냐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뇌물의 특성상 일부 외국인 근로자는 자국 공무원에게 뇌물만 제공하고 취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 고용허가제 하에서 외국인 근로자 수요자인 기업은 국내 근로자를 수요하는 기업보다 추가적인 각종 보험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외국인 출국 만기 보험, 외국인 근로자 귀국비용 보험, 임금체불 보증 보험 등이다. 외국인 근로자 수요 기업은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도 물론 가입해야 한다. 이러한 추가 보험은 산업연수생제 하에서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이러한 추가 보험은 외국인 근로자의 공급비용을 증가시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노동 수요량을 감소케 한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 수요에 대한 감소는 내국인 노동 수요를 증가하게 만든다. 다시 말하면, 외국인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결과적으로는 내국인 근로자에게 이득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는 ‘고용허가 대행업체’가 고용허가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을 외국인력 수요자인 국내기업이나 정부에 부담시킬 수 있다. 이러한 비용은 외국인력 수요를 감소시키거나 세금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용허가 대행업체가 정부 공무원을 상대로 부정과 비리를 저지를 수 있다. 부정과 비리의 정도는 정부가 고용허가 대행업체에게 이전한 권한의 크기에 달려 있다.

3. 고용허가제 폐해의 발생원인

그러면 고용허가제의 폐해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고용허가제는 문자 그대로 정부가 고용을 허가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피고용인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 시장임금과 고용허가에 의해 결정되는 임금의 차이가 정부가 고용을 허가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의 고용허가제를 ‘독점’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독점이란 정부가 개인이나 기업에게 허가한 각종 특권이나 특혜를 지칭한다. 그리고 정부가 허가하는 독점이 외국인 근로자가 받는 임금을 자유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보다 높게 만든다. 적어도 명목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독점으로 인한 특혜를 외국인 근로자는 향유할 수 없다. 외국인 근로자는 높아진 명목 소득에서 그런 특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필연적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받는 대가는 시장가격보다 낮게 된다. 그런 특혜는 앞 절에서 보듯이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로서 인력 송출국가의 공무원과 중개알선기관과 국내의 고용허가 대행업체이다.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거나 그 권한의 행사를 대리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각종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는 이유는 그들이 바로 그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용허가제로 인한 각종 폐해는 고용허가제라는 독점에서 발생하고 있다.

4. 경제 내에서의 외국인 근로자의 역할

먼저 노동을 공급한다는 관점에서 자국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가 다르지 않다. 만약 언어의 해득 능력이 다르지 않다면, 둘의 차이는 각자가 보유한 기술이 다른 경우에 다른 기술을 보유한 노동자라는 점뿐이다. 그러나 국내의 근로자도 각자의 보유 기술이 다른 것이 현실이고 그런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모든 근로자가 같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근로자들은 사실상 로봇일 것이다. 그러므로 언어 해득 능력을 제외한다면 노동 공급자라는 관점에서 외국인 근로자와 자국 근로자가 다르다고 생각하거나 그런 생각을 기초로 입안된 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둘째, 외국인 근로자는 노동을 공급하지만 경제 내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오로지 그 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 내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한 사람의 소비자의 기능도 한다. 소비자로서 외국인은 내국인과 본질에서 다를 바가 없다. 다만 그들이 내국인과 다른 선호 체계를 가질 수 있다. 그에 따라 외국인은 내국인과 다른 재화를 소비하거나 저축의 정도를 달리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외국인은 내국인과 다르지 않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투자자 또는 저축자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내국인 근로자와 다를 바가 없다. 외국인 근로자가 저축을 자신의 나라로 보낸다는 점을 들어 내국인 근로자와 다르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국인도 자신의 저축을 해외에 송금하는 일은 오늘날 매우 흔하다. 결국 투자자 또는 저축자 관점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와 내국인 근로자는 다를 바가 없다.

5. 외국인 근로자 정책을 위한 제안

노동력으로서의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에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많은 폐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런 폐해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독점이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인한 폐해는 독점을 폐지하면 제거할 수 있다.

독점의 폐지, 즉 외국인 근로자와 내국인 근로자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매우 잘 부합한다.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은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매우 귀중한 보편적 가치 중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폐지하여 국내에 서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근로자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 만큼 평등한 사회가 된다는 것이고, 그 점은 매우 자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국인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가 인종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세계가 점점 좁아지면서 그런 인종적인 차이는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종적인 차이는 종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인종적인 차이는 노동력이라는 관점에서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전용덕(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ydjeon@dae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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