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27일 공포되고 그 해 8월 4일 개정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으로 약칭)의 ‘형식적’ 입법 목적은 신문법 제1조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형식적 입법 목적일 뿐이다. ‘실질적인’ 입법 목적 또는 동기는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 또는 말살하는 것이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우리 사회의 주요 신문들과 격심한 갈등을 겪어왔고 그런 신문들의 비판을 억제하고 현 정부에 호의적인 신문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신문법이 제정되었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또는 백번 양보하여 정부가 신문법 제정 당시에 그런 목적이나 동기를 가지지 않았다하더라도, 즉 신문법 제정 목적이 순수했다하더라도 현재의 신문법은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 또는 말살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매우 클 것으로 여겨진다.
역사적으로 권력과 언론은 그 속성상 갈등 관계와 유착 관계를 되풀이해왔다. 권력은 현행 신문법으로 언론의 비판을 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권련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비밀스러운 관계에서 명시적이고 공개적인 관계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현행 신문법 하에서 언론은 점차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그런 신문법을 폐지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2. 신문법의 주요 내용과 그 폐해
43개 조항들로 이루어진 신문법은 그 조항의 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그 속에는 독소 조항들이 많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큰 폐해가 예측되는 주요 내용과 그것이 초래할 폐해만을 다루고자 한다.
신문법 제4조는 신문(편의상 여기에서 ‘신문’이란 정기간행물뿐만 아니라 인터넷신문도 포함한다)의 각종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6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사회적 책임에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존중에서부터 건전한 가정생활과 아동 및 청소년의 선도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음란ㆍ퇴폐 또는 폭력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신문법이 제4조에서 나열한 많은 사회적 책임을 신문이 담당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신문을 공익을 위하는 조직으로 간주하고 있는 ‘묵시적’ 증거이다. 비록 명시적으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신문은 기본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조직일 뿐이다. 신문도 상업세계의 기업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정보를 팔아서 이윤을 내지 못하면 망하는 것이다. 제4조는 그 점에서 영리기관으로서의 신문을 부정하고 있는 조항이다. 물론 신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업세계의 기업과 같은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신문법 제4조가 신문에게 요구하는 과다한 사회적 책임은 신문과 언론의 자유를 탄압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
신문법 제5조는 신문에게 공정성과 공익성을 요구한다. 5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공정성과 공익성에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에서부터 이해 당사자 간의 균형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내용까지, 엄청나게 다양하고 폭넓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신문의 편집 방향은 신문사의 고유 권한이고 공정성과 공익성 요구는 신문 편집에 대한 침해 또는 언론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것이다. 신문의 공정성과 공익성은 신문사들을 포함하는 언론사들 간의 경쟁에 의해 확보될 수 있다. 언론사들 간의 경쟁은 독자가 요구하는 공정성과 공익성을 신문에 포함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다.
신문법 제6조는 정기간행물사업자가 종사자의 능력과 자질향상을 위한 연수제도를 설치할 경우에 신문발전기금에서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세금으로 신문사 직원의 능력을 함양하기 위하여 교육을 시키자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자신의 비용으로 자신이 사용할 직원을 교육시킨다. 그러나 신문법의 연수제도는 신문사와 기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그런 보조금은 장기적으로는 신문사와 기자의 능력을 보조금이 없을 때보다도 퇴보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보조금은 정부에게 신문사와 기자를 통제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연수제도는 정부가 자신의 견해를 전파하는 도구로 활용될 소지가 크다.
신문법 제8조부터 제11조까지는 독자의 권익보호와 관련한 항목들이다. 독자가 신문으로부터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다면 그 피해를 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으면 될 것이다. 독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되는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또, 신문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보호해야 할 독자의 권익이 있다면 그것을 최대한 보호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왜냐하면 신문사간 경쟁이 그렇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독자의 권익보호 조항이 따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특히 제10조에서는 무가지와 무상의 경품 제공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간주하여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을 깎거나 낮추어 주는 행위는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가격 인하야말로 소비자의 이익을 위하는 수단이다. 그리고 가격인하는 경쟁의 한 가지 수단이기 때문에 무가지와 무상의 경품 제공을 억제하는 것은 경쟁을 억제하는 것이다. 제10조는 경쟁력이 약한 신문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경쟁력이 있는 신문사와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조항이다.
신문법 제15조는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은 상호 겸영을 금지하고, 일간신문은 방송사업을 겸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은 각 매체의 융합에 따른 복합효과를 억제하는 것으로 비효율적인 규제이다. 일간신문, 뉴스통신, 방송사업 등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언론 매체와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이런 제한이야말로 뒤에서 보겠지만 독점으로서 비효율과 폐해를 초래한다. 또, 제15조는 다른 일간신문 또는 뉴스통신 주식 소유의 제한, 대규모 기업집단의 일간신문이나 뉴스통신 주식 소유 제한, 친족 관계에 있는 자의 수적 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한들은 일부 경제주체의 경제 행위를 억제하여 다른 경제주체를 지원하는 것이다.
신문법 제16조는 신문사의 전체 발행부수, 유가 판매 부수, 구독수입과 광고수입, 주식 또는 지분 소유 내역 등을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신문사가 주식회사라면 수입과 지출에 관한 사항은 증권거래소에서 담당할 사항이다. 신문사의 경영에 관한 사항을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하는 것은 신문사를 통제할 빌미를 제공할 소지가 크다.
신문법 제17조는 1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이거나 3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이면 1개 신문사 또는 3개 신문사가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어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1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이면 1개 기업 또는 3개 기업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에 있어서 신문법은 현행 공정거래법에 비하여 더 엄격하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에 있어서 신문법은 현행 공정거래법보다 차별적이다.
더 나쁜 점은 시장점유율에 의하여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하는 것은 독점에 관한 잘못된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산업 내에서 하나의 생산자나 판매자가 독점자라는 이론은 틀린 것이다. 독점은 정부가 개인이나 기업에게 수여하는 ‘특권’이나 ‘특혜’를 지칭한다. 이 정의에 의하면 신문법에 의해 지원을 받는 신문사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어 경제 행위가 억제될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지 않는 신문사가 독점자가 된다. 그러므로 역설적이게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하는 현행 공정거래법은 그것 자체가 독점의 원천이기 때문에 현행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은 폐지해야 하고, 따라서 공정거래법보다 더 엄격한 신문법 제17조도 폐지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신문법 제27조부터 제36조까지는 신문발전위원회의 설치와 신문발전기금의 설치와 조성을 규정하고 있다. 신문발전기금은 정부의 출연금, 즉 세금 등으로 설치된다. 특히 제34조는 신문발전기금의 용도를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다. 신문발전기금은 명목적으로는 신문발전을 위한 기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신문을 통제할 수 있는 기구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신문발전위원회 위원 9명 중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이 3명을 임명하고 그 이외에도 3명 정도는 친정부적인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사실은 신문발전기금이 정부에 호의적인 언론사를 지원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억제하는 기구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신문발전기금은 신문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신문을 통제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신문발전기금은 일종의 보조금으로 그것이 없을 때보다 신문의 발전을 저해하게 될 공산이 크다.
신문법 제37조는 신문유통원의 설립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신문유통원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고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문유통원은 신문을 포함한 간행물의 공동배달, 신문수송의 대행 등을 목적으로 한다고 제37조는 규정하고 있다. 신문유통원의 설립은 자금 부족으로 신문의 배달망을 구축하기 어려운 신문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하는 목적은 “국민의 폭넓은 언론매체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신문법은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세금으로 배달망을 구축하도록 돕는 것은 정부가 전적으로 일부 신문사를 돕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지원을 통해 정부에 호의적인 신문을 육성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한 마디로, 신문유통원 설립을 통해 정부는 세금으로 신문을 통제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언론의 자유는 억제될 수 있다.
3. 신문법을 폐지해야 한다
앞 절에서 지적한 내용 이외에도 신문법에는 더 많은 조항들이 문제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신문법 제12조는 정기간행물의 발행과 인터넷신문의 경영ㆍ관리를 등록관청에 등록할 것을 의무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의 자유 발행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동록도 미약하나마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법 제21조부터 제23조까지는 등록 취소의 심판청구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들이야말로 신문의 등록이 비록 인가나 허가 사항은 아니지만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등록이 취소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등록도 미약한 통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조항들이 언론 탄압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문법 제18조는 신문사가 편집위원회를 둘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편집위원회 구성은 신문사가 자신의 필요성에 따라 자신의 책임 하에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 신문법 제26조는 외국정기간행물의 지사 또는 지국의 국내 설치 시에는 문화관광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국정기간행물도 국내정기간행물과 같은 정도의 언론 자유를 향유해야 할 것이다.
신문법은 아직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앞 절에서 언급한 내용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만 알 뿐, 신문법의 구체적인 폐해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확실한 것은 미래의 언젠가 정부가 신문법을 악용하여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말살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되는 폐해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도 국민의 세금으로 신문 산업을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원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독소조항들로 가득한 신문법을 폐지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정부의 부정, 비리, 부패 등은 그것을 감소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가해왔다. 사건과 사고도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경찰이나 감사원과 같은 사정기관만으로는 부정, 비리, 부패 등을 일소하고 사건과 사고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음이 명백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언론에게는 거의 무한정한 자유가 발전의 토양이고 지원이나 통제는 발전을 저해하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자유가 억제되어 그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무소불위한 권력을 감시ㆍ감독할 수 없다. 신문법 폐지의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전용덕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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