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폐지론의 핵심은 국가가 나서서 노후대책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민들 개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저축,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개인연금이나 보험 등을 통해 노후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국민연금을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노후대비가 안된 사람들로만 타깃을 분명히 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권혁철 박사(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는 “국민연금은 가입자, 경영계, 노동계 모두의 불만을 사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조차 노후에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있고, 은행에 그 돈을 넣어두면 오히려 더 많이 받게 되기 때문에 차라리 국민연금을 폐지하는 것이 낳다”고 주장했다. 권박사는 “개인적으로 노후대책을 마련하기 힘든 사람에게는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면 되는데, 이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반가입자들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형평성 문제, 공무원연금 등 타 연금과의 형평성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직장가입자의 경우 납부한 보험료조차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에서는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것으로 경쟁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보험료율 인상 대신에 지급액을 40%까지 하향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 역시 근로자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연금수령액의 현행 유지, 보험료의 소폭인상, 국고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자체 개선안을 마련해 놓고 이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가입자 모두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행 9%인 보험료율과 지급률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2030년에는 적자로 전환되고 2047년에는 재정이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공단측은 국민연금 지급액을 현행 60%에서 55%로 낮추고 2010년에는 50%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에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2010년에는 10.38%로, 이후 5년마다 1.38%씩 올려 2030년에는 15.9%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향후 부담은 늘어나고 지급액은 줄어드는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최근 국민연금 폐지여론이 급등하는 등 반발 기류가 거세지자 연금보험료를 가장 많이 내야하는 연금상한액 납입대상을 현재 월 360만원에서 월 42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연금법 시행령을 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연금상한액 납입대상자가 월 보수기준이 최고 60만원 올라감에 따라 보험료도 직장가입자는 소득의 9%(절반은 기업부담)를 내므로 최고 월 5만4000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한편 국민연금관리공단의 27일 발표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중 휴직 및 실직 등으로 인한 납부예외자가 2개월만에 5만명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앞으로 국민연금 소득등급표를 재조정해 저소득층 연금보험료를 인상할 방침이어서 납부유예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단측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전체 국민연금지역가입자 992만9186명중 46.84%인 465만1454명이 연금보험료 납부예외자로 분류됐다. 이는 지난 1월말 현재 지역가입자 993만3263명중 납부예외자 459만8264명(46.29%)보다 5만3190명 늘어난 수치이다. 납부예외자는 소득이 없는 가입자로 휴직이나 실직, 사업중단,질병, 교도소 수감, 기초생활 곤란 등이 이에 해당된다.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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