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실타래… 해법은?

자유기업원 / 2020-07-15 / 조회: 9,440       아시아투데이

[격변의 시대, 정의선의 현대차 생존전략]③

기아차·현대제철 보유분 사려면

총 23.07% 4조4850억 현금 필요

글로비스 최정점으로 구조단순화

혹은 오너직접 사재 털 가능성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풀어내고 경영권을 승계하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2년 전 야심차게 개편을 추진했지만 핵심계열사 지분을 대거 매입한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올 초 엘리엇이 관련 지분을 모두 팔고 떠나면서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재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현대모비스는 그룹의 정체성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의 지분 21.43%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모비스 최대주주는 지분 17.28%를 갖고 있는 기아차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끊어내야 하는 숙제가 발생한 배경이다. 다양한 방법론이 거론되지만 결국 핵심은 정 수석부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이용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는 거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 가치는 낮아질수록, 현대글로비스는 높아질수록 좋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23.07%를 사들이려면 총 4조4850억원(7월 13일 종가 기준)이 필요하다. 2년 전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던 2018년 3월 28일 시점의 5조7352억원에 비하면 자금을 21.8% 아낄 수 있게 됐다.


현대모비스의 시총액이 작아졌다고 좋아하기엔 이르다. 정 수석부회장이 활용해야 할 카드 역시 쪼그라들어서다. 정 수석 부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자동차(2.62%)와 기아자동차(1.74%), 현대모비스(0.32%) 지분이 많지 않아 갖고 있는 계열사를 이용해 그룹 장악력을 키우는 게 과제다. 정 수석 부회장이 보유한 핵심 캐시카우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지분 23.29%의 가치는 같은 기간 1조5150억원에서 9431억원으로 37.7% 줄었다.


정 수석부회장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카드인 현대엔지니어링(11.7%), 현대오토에버(19.5%), 현대위아(1.95%), 이노션(2.0%) 지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지배구조 재편과 승계를 위한 중요한 열쇠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단독으로 상장하거나 현대건설과 합병한 뒤 우회상장하는 방식으로 정 수석부회장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의 막대한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블록체인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향후 현대차그룹과의 연계가 기대된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의 보유주식과 재산을 털어내면 오너 일가가 현대모비스 1대주주로 올라가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순환출자 해소 이후 경영권 승계까지 이어져야 하는 그림에서 완전한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배권을 갖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이용해 기아차·현대제철이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다.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유동 자산은 4조6929억원이다. 자금 동원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지만 성공한다면 그룹 지배구조는 현대글로비스를 최정점으로 해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단순화되며 얽힌 실타래를 끊어낼 수 있다.


물론 현대차가 처음 제시했던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 분할과 상장,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시나리오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대규모 투자 로드맵을 발표하며 갈 길이 먼 현대모비스가 자본을 축소시키거나 영업현금흐름을 악화시키는 사업 분할 추진이 쉽지 않아보인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현대차그룹이 갖고 있는 순환출자고리를 끊어야 하기 때문에 기아차가 쥐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가져가야 하는 건 확실하다”면서 “다만 주체가 현대글로비스를 정점에 둔 그룹 재편일지 정몽구·정의선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일지에 대해선 모두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본업에 대한 대외 변수가 많아 지배구조 개편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단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대내외 명분은 갖춰졌다. 유보금이 많다며 8조원 규모 배당에 나서라는 엘리엇의 경영권을 흔드는 공격에 대규모 투자 로드맵을 발표하는 행보로 방어했고 2018년 9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올라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보다 더 강력하게 미국으로 달려가 아웃리치 활동을 벌였다.


범국가적으로 청사진을 그려야 하는 친환경차 전환에 대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그린 뉴딜’ 정책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전기차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한 달여 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재계 빅4와의 전격적 회동을 벌이며 리더십을 입증하기도 했다. 도심형항공모빌리티(UAM) 사업 역시 범정부와 협력하며 로드맵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2003년 글로벌 헤지펀드 소버린이 불과 1700억원으로 SK그룹 경영권 전체를 뒤흔들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 대한 경각심을 키운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이 32.9% 갖고 있던 SK C&C와 SK㈜와의 합병을 통해 지주사 체제전환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진 바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행동주의 펀드는 자신들의 단기적 수익을 위해 움직이는 세력”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이를 막아내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들이는 부정적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차등의결권 허용 등 기업이 정상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현대차뿐 아니라 모든 기업집단들이 정부의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지속적인 강화로 지분 확보에 치중하다 보니 장기적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책 불확실성 탓에 장기적 연구개발 투자나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없게 되면서 고용과 국가경제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원영 기자 lucas201@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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