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65세 연장 청원 올리며 포문
정부 일괄 연장 아닌 '재고용' 방안 검토
테이블 석상에서의 대화는 멈춰섰지만 물밑 논쟁은 치열하다. 정년(停年)이 대표적인 주제다. 한국노총이 법정 정년을 65세로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계속 근로'라는 맞불 카드를 꺼냈다. 정년 이슈를 공론화 기회로 삼아 노동계를 사회적 대화의 장으로 불러오기 위한 김문수 위원장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24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률 관련 국회 청원은 5만명 이상이 되면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심사를 받게 된다. 지난 16일 시작해 9월 15일까지 30일간 진행하는 해당 청원은 24일 기준 1만8142명을 기록 중이다.
김동명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김모 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연금개시연령과 법정 정년을 맞추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청원 배경을 밝혔다. 오는 2033년까지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늘리자는 것이 한국노총의 주장이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 노조도 정년을 64세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의 요청에 따라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연구를 먼저 시작한 곳은 경사노위다. 김문수 위원장은 지난 7월 초고령사회 계속 고용 연구회(이하 연구회)를 발족해 정년 나이에 이른 직원을 1~2년 단위로 추가로 고용하는 '재고용' 제도 도입을 모색해 왔다.
한국 경제는 지난 2016년 법정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과정에서 '기업 인건비 부담 가중'과 '조기퇴직 증가'를 경험했다.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까지 소득 공백으로 인한 노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너도나도 자영업으로 뛰어들었다. 또 이는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겐 큰 장벽이 됐다.
은퇴 연령 획일화 따른 후유증 커
일본은 다양한 형태 재고용 선택
경사노위는 단순히 정년 연장을 법제화하는 것에 선을 긋고 있다. 특히 많은 사업장에서 임금 방식이 호봉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정년 연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성과의 격차를 임금피크제, 연봉제, 직무급제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정년 폐지와 재고용을 통한 '계속 고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계도 법정 정년 연장에 매우 부정적이다. 모든 근로자에게 획일화된 기준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정년을 넘긴 60세 이상의 고용 계약을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리고 근로자의 존속 여부에 대한 평가 및 결정은 업종별 고려와 함께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에 따른 자율적인 노사 간 합의를 통한 유연한 근로계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2016년 정년 연장 시행 이전 연평균 약 37만명에서 이후 약 51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났고 20대 실업자 수 추이를 보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한 뒤 이전보다 7만여명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7.2%)에 진입한 뒤 18년 만인 2018년 고령사회(14.3%)로 들어섰으며, 7년 뒤인 2025년 초고령사회(20.6%)로의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산업현장의 인력난 심화가 예상되며,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인구 급감으로 국가의 잠재성장률 하락, 노년부양비 증가로 인한 재정의 건전성 저하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면 일본은 2021년 4월부터 근로자가 원하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고연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벌칙 없는 노력 의무로서 강제되지 않는다. 기업들은 임직원이 66세가 되면 퇴직이나 5년간 정년 연장, 다양한 형태의 재고용을 선택할 수 있고, 회사는 임직원의 재고용을 위해 노력한다.
지난 6월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선언 이후에도 김문수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간의 물밑 만남은 꾸준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3일과 24일 만난 두 사람은 이달 10일에도 만남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사노위는 이번 초고령사회 계속 고용 이슈와 관련해서도 "언제든 노사 당사자가 참여하기를 기대하면서 사회적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이상현 여성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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