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청주 이어 서초구, 서울 자치구 중 첫 '평일전환' 추진
'골목상권 살리기' 실효성 의문…대형마트 '역차별' 목소리도
마트 노동자 주말 휴식권·전통시장 보호 둘러싼 우려도
서울 서초구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의 평일 전환을 추진하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다른 지자체로도 확산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는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을 추진하는 협약을 공식 체결했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처음이다. 구는 이를 반영해 행정예고, 고시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중에 평일 휴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상생협약 내용은 지역 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현행 매월 2·4주 '일요일'에서 '지정된 평일'(월요일 또는 수요일)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또 대형유통은 중소유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육·공동 마케팅·상품공급 등에 협력한다는 내용과 구는 필요한 행정적, 정책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초구에 의무휴업 규정을 적용받는 곳은 롯데마트, 이마트, 코스트코, 킴스클럽 등 대형마트 4곳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32곳등 모두 36곳이다.
앞서 지난 2월 대구시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월요일로 변경했고, 5월엔 청주시가 수요일로 변경했다. 또 서초구에 이어 동대문구에서도 의무 휴업일의 평일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평일 전환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통해 의무 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도 최근 부산시민의 64% 이상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평일전환 건의서를 부산시와 16개 구·군에 전달한 바 있다.
현재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에 따라 월 2회 공휴일에는 문을 열 수 없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는 등의 영업 규제를 받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 휴업일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정할 수 있는데,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둘째, 넷째주 일요일을 휴무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축소시킨다는 이유로 업계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또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급성장한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대형마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자유기업원이 지난해 펴낸 '대형마트 규제 10년의 그림자와 향후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시장의 경쟁 소매업태별 시장점유율은 2020년 기준 온라인이 60.2%로 절대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5년 전인 2015년(35.7%)과 비교하면 24.5%p 상승한 수치다. 반면 이 기간 2위 슈퍼마켓·잡화점 시장점유율은 28.7%에서 17.6%로 11.1%p, 3위 대형마트는 21.7%에서 12.8%로 8.9%p 떨어졌다. 전통시장도 2015년 13.9%에서 2020년 9.5%로 4.4%p 하락했다.
전국 처음으로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에 나선 대구시의 분석에 따르면 평일 전환이 대형마트뿐 아니라 전통시장 등 지역경제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가 지난 2월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후 6개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대형마트, SSM, 쇼핑센터 제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대형마트 및 SSM 매출은 6.6% 증가했으며, 특히 음식점 25.1%, 편의점 23.1% 등은 타 업종에 비해 큰 폭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또 대구시 내 전통시장의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전년보다 매출액이 증가했고, 2·4주 일·월요일 매출액 증가율은 34.7%로 전체 기간 증가율 32.3%보다 2.4% 정도 높게 나타나 의무휴업일 평일전환이 전통시장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다만 골목상권 침해, 마트노동자의 주말 휴식권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면서 전국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이하 마트노조)는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마트노조는 이날 서울시청 시민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당사자"라며 "당사자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무휴업 평일 변경은 위법적이고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무휴업이 평일로 변경된 노동자들은 '삶의 질이 악화하고 스트레스를 비롯한 신체·정신적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호소한다"며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오히려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축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솔아 오피니언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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