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자유기업원 공동 세미나서
김용민 진금융조세연구원 대표 '세제합리화 방안' 제시
"상속세, 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낮은 세율로 적용해야"
"최대주주 할증 폐지, 공익법인 주식규제 완화" 주장도
우리나라 상속세는 '살인적인 세율'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고세율(50%, 명목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해서 과세(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되면 세율은 60%까지 치솟는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에 기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상속세 과세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고세율은 OECD 평균(25%)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자본이득세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 요건도 기업들이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처하는데 발목을 잡고 있다.
김용민 진금융조세연구원 대표는 지난 15일 자유기업원과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이 주최한 공동세미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승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부의 이전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정서에 기대어 상속과세를 강화해 왔다"며 "이제는 경제의 주춧돌인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세율과 실효성 없는 가업상속공제 때문에 가업승계 포기 사례가 늘었다"고 했다.
쓰리세븐(손톱깍이 생산업체, 당시 세계 1위)이 2008년 15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로 인해 지분을 전량 매각한 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한 부분이 대표적 예다. 유니더스(콘돔 생산업체, 세계 1위)도 막대한 상속세(50억원) 때문에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으며, 락앤락(밀폐용기 제조업체, 국내 1위)은 생전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서 2017년에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상속세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시점"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은 2020년 기준 0.5%로, OECD 회원국 중 3위에 속한다. OECD 평균(0.2%)보다 2.5배 높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세를 매기지 않는 나라는 15개국, 상속세는 있으나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를 비과세하는 나라가 4개국이다. 상속세를 매기는 OECD 23개 국가 중 15개국은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높은 국가에 속해 상속세로 인한 이중과세, 경제활력 훼손 등의 부작용이 매우 큰 실정"이라고 했다. 이에 현행 10~50%의 5단계 초과 누진세율 구조를 3단계(10~30%)로 축소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또 "최대주주에 대한 획일적인 할증평가로 인해 최대주주 상속·증여세율이 최고 60%에 달해, 상속재산의 크기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경영권의 승계라는 권리 자체가 불확실해져 기업가 정신이 크게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은 최대주주에 대한 획일적인 할증평가제도를 두지 않고 있다.
실효성 떨어지는 가업상속공제
현재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과 매출액 4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상속재산을 일정 한도로 과세대상에서 공제(가업상속공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실효성이 있느냐'가 논란거리다. 까다로운 요건으로 공제를 적용받는 기업 수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가업상속공제 이용 건수는 92.8건이었다. 이러한 공제가 활성화된 독일(연평균 9995건)보다 100배 이상 적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가 저조한 이유는 요건(가업·피상속인·상속인·사후관리)이 지나치게 엄격한데 기인한다"며 "특히 7년간 정규직 근로자 전체 평균 100% 유지·업종 변경 제한 등의 사후관리요건이 대표적인 애로불만 사항"이라고 했다.
기업을 승계할 때 상속세는 기업 실체의 변동 없이, 단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에게 무상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실현이득에 대해 과세가 이루어진다. 이 부분이 기업승계의 큰 장애물로 지목된다. 김 대표는 "현행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통합해 ‘기업승계 과세특례제도’로 명칭을 변경하고, 기업승계 시 자본이득과세 제도(승계취득가액 과세방식)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가업상속공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 한정된 적용대상"이라며 자본이득과세를 적용할 때 '대기업'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일반 공익법인에 기업이 주식을 출연(기부)할 경우 상속·증여세 면세범위는 발행주식의 5%(성실공익법인 10%)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 비율을 완화해야 한단 목소리다. 미국은 발행주식의 20%, 일본은 50% 범위 내에서 인정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상속·증여세 면제 비율을 모든 공익법인에 대해 20%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공익법인은 정부가 세금으로 해야 할 공익사업을 대신하는 것이므로, 공익법인의 활동이 확대된다면 이에 대한 세제상 지원은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세일보 강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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