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정부와 국회에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를 요구하면서 오는 24일 총파업(운송거부)을 예고했다. 지난 6월 화물연대가 8일간 총파업을 나선 후 5개월 만이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산업계 전반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월 파업 당시 물류와 생산 차질로 산업현장 곳곳에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쌓여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는데 이번 총파업 선언으로 또 다시 같은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16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4일 0시부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안전운임 제도 개악 저지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차종·품목 확대 등을 정치권에 요구하면서 파업을 전면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6월에도 안전운임제 연장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인 지 5개월 만에 또 다시 운송 거부에 돌입한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2018년 화물차 운전자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며 오는 12월31일 폐지된다.
업계 안팎에선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재개한 배경에 대해 6월 총파업 철회 조건으로 합의한 내용이 안전운임제 일몰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전히 제자리 걸음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합의문에서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안전운임제 시행 성과에 대한 국회 보고 ▲ 컨테이너·시멘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및 품목 확대 등 논의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유가보조금 제도 확대 검토 및 운송료 합리화 등 지원·협력 ▲화물연대 즉시 현업 복귀 및 국토부의 화물차주 협업 복귀 최대한 노력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은 유래없이 강력한 총파업으로 일시에 모든 산업을 멈추겠다”고 강조하면서 일각에선 사실상 사태 장기화를 시사하는 대목이 아니냐고 풀이한다. 화물연대본부는 각 지역별로 전략 품목 봉쇄를 결의했다. 주로 강원에선 시멘트, 경남에선 조선 기자재, 대구·경북엔 구미산단, 부산에선 부산항 수출입 컨테이너 등을 지목했다.
만일 24일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산업계 금전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시 정부는 6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산업계 피해액을 약 1조6000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무엇보다 철강 및 시멘트 업계는 고심이 더욱 증폭된 상황이다. 파업 당시 철강업계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됐는데 운송이 거부될 시 철강 물류가 전면 봉쇄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국철강협회가 6월 화물연대 파업 일주일 동안 국내 5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철강제품 72만1000t, 1조1500억원어치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15일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총파업이 진행될 경우 그 피해 규모액은 현재로써 예단할 수 없다”면서 “만약 물류대란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협회로선 비상대응 전담반(TF)을 꾸려 대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도 최근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발생한 사고로 수도권 시멘트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위기감이 한 층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일 시멘트 수송용 열차의 연결·분리 작업을 하던 한 직원이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부분작업중지명령’을 받은 바 있으며 중지명령 해제 날짜 통보를 전달받지 못한 상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도 통화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이 현실화 된다면 시멘트 운송 차질로 인한 공사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다”면서 “그저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화물연대 간의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 바랄 뿐이다”고 설명했다.
5개월 만에 파업을 예고한 화물연대에 재계는 즉각적인 철회조치를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14일 총파업 선언 후 입장문을 통해 “화물연대가 지난 6월에 이어 오는 24일 재차 무기한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면서 "국가경제 피해를 초래하는 집단운송거부 계획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맡은 수출이 둔화하고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나설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계 전문가들은 오늘날 소위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 시대에 도래한 가운데 이같은 총파업 선언은 한국경제를 볼모로 삼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과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자동차, 조선업, 철강 등의 국가기간산업이 총파업에 따른 공급망 불균형, 물류 대란으로 자칫 제2의 IMF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물론 정당한 권리를 얻는다는 것이 노조가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지만 경제 종합적으로 봤을 때 파업할 타이밍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이어 “약자라는 동점심으로 지지세력을 얻는다고 하지만 과연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스스로 곱씨이다”면서 “사태 장기화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조속히 노사정 협의체를 설치해 도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이번 파업 성격을 보면 대정부적 투쟁 색깔을 띠고 있어 사실상 정치적 파업에 가깝다”면서 “사업장 내에서의 노조 활동이 아닌 국가산업 전체를 마비시키겠다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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