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SK 선대회장 20주기] ‘21세기 일등국가론’ 외친 故최종현의 기업가정신…혜안과 도전의 일생

자유기업원 / 2018-08-23 / 조회: 12,571       헤럴드경제

-최종현 회장이 1970년대 제시한 ‘21세기 일등국가론’, 세계화와 시장경제 활성화

-에너지ㆍ 화학 사업 진출 이후에도 쉬지 않고 미래 준비.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정보통신 사업

-자원이 무기인 시대에 이뤄낸 무자원 산유국의 꿈



“21세기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SK는 세계 100대 기업이 될 것입니다.” 


이는 일생을 한국경제의 성장과 함께한 고() 최종현 SK 선대 회장이 1970년대 제시한 '21세기 일등국가론’이다. SK그룹의 기반을 닦은 최 선대회장 타계 20주기가 오는 26일로 다가오면서 그의 기업가정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수출 6위, GDP 11위 등 경제강국으로 성장했으며 SK는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 84위에 선정됐다. 최 선대회장이 꿈꾼 '21세기 일등국가’의 길을 가고 있다. 


미래 혜안과 국가 경제에 대한 충언= 최 선대회장은 21세기 '일등 국가’가 되기 위한 방안으로 '세계화’와 '시장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최 선대회장의 지론이었다. 


최 선대회장은 1980년대 세계변화의 흐름이 민족주의에서 지역주의의 시대를 거쳐 세계화의 시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화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당시, 시장의 힘이 한 국가의 경제를 넘어 주변 지역과 세계를 통합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공산권 개방에 대비해서도 중국과 긴밀히 교류했던 최 선대회장은 한ㆍ중 수교의 민간 메신저 역할을 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과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 선대회장은 1993년 전국경제인 회장에 취임하며 경제5단체 공동으로 국가경쟁력 민간위원회를 발족해 'Mr.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실물경제 이론에 해박했던 최 선대회장은 학자, 관료들과 열띤 토론을 하며 시장경제 시스템과 질서를 강조했다. 


그는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겪으면서도 금리인하, 규제철폐, 쌀 시장 개방과 같은 민감한 문제에 고언을 서슴지 않았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 자금지원을 받기 직전인 1997년 가을, 폐암 투병 중이던 최 선대회장은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청와대를 찾아 “한국경제는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김영상 대통령에게 고언 했다. 


최 선대회장은 한국의 헤리티지재단을 만드는데도 열정을 쏟았다. 헤리티지재단은 브루킹스연구소와 함께 미국 정치사회를 이끌어가는 양대 싱크탱크로 꼽힌다. 최 선대회장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회적 이해도를 제고함으로써 한국이 경제적인 강국으로 자리를 잡고, 이를 기초로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민족의 생존을 보존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전경련 회장 시절인 1993년 자유기업센터(현재 자유기업원)이 발족됐다. 자유기업센터는 아담 스미스, 프리드리히 폰 미제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자유주의 시장경제학파의 명저 발간을 주도했다.



뚝심과 도전정신으로 일궈낸 글로벌 석유화학ㆍ에너지 기업= 최 선대회장은 단순히 돈 버는 사업보다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먹고살 산업을 발굴하고 키우는데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작은 직물공장에서 출발한 SK가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세계 수준의 에너지ㆍ화학 기업으로 거듭난 것도 이 같은 최종현 회장의 열정이 있어 가능했다.


최 선대회장이 1973년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겠다는 비전을 밝혔을 때 주변에서는 허황된 꿈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 선대회장은 차근차근 준비했다. 1973년 선경석유를 설립하고 나서 일본 이토추상사와 함께 정유공장을 설립키로 하고,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원유공급을 약속받았다. 정부로부터는 정유공장 설립 허가를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오일쇼크로 무산됐고 관련 글로벌 합작사업들도 수포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최선대회장은 장기적 안목으로 중동지역 왕실 등과 석유 네트워크를 구축해갔다. 최 선대회장의 진정성에 마음을 연 중동 인사들은 2차 오일쇼크 때 우리나라가 에너지 위기를 벗어나게 도와준 우군이 됐다. 


대한석유공사(유공) 합작사인 걸프의 철수를 사전에 예상한 최 선대회장은 걸프 보유 지분 인수를 위해 직접 TF를 이끌었고, 결국 1980년 지분인수에 성공하며 유공의 1대 주주가 됐다. 원유 확보와 중동 오일머니 유치 측면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이후 유공은 세계 최대의 정유공장이자 복합 석유화학 단지를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최 선대회장은 국가전체가 흔들렸던 오일쇼크를 교훈 삼아 해외유전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진정한 수직계열화 완성은 결국 석유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최 선대회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를 경험하면서 자원이 곧 무기이고, 국력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다.


결국 SK는 9개국 13개 광구에서 일평균 5만000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4개의 LNG 프로젝트를 일구며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이뤄냈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정보통신, ICT코리아 초석=에너지ㆍ화학 사업 진출 이후에도 쉬지 않고 미래를 준비한 최 선대회장은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정보통신 사업을 택했다. 선진 산업동향을 분석하고자 1984년 미국에 미주경영실을 설립했던 그는 가까운 미래에 정보통신 분야가 핵심성장 동력이 될 것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후 최 선대회장은 미국 현지 이동통신사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이통사에 직원을 파견, 실제 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통신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정보통신 경영 노하우를 축적해 나갔다. 1990년에는 미국 IT업체와 합작, 선경텔레콤을 설립하면서 정보통신산업 진출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런 철저한 준비로 1992년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 당시 2위와 압도적인 격차로 사업권을 획득했지만, 특혜시비에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최 선대회장은 정보통신 사업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2년 뒤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했다. 이후 SK텔레콤은 초라한 아날로그 수준의 국내 기술을 넘어 1996년 CDMA 상용화 등 세계 최초 신화를 쏟아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 환경 구축과 혁신기술 개발은 ICT코리아로서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승환 기자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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