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노무현 대통령 연두기자회견: 일자리 창출 등...

권혁철 / 2004-01-19 / 조회: 12,858       KBS1라디오 생방송일요일 2부

■ : 주제, ▶ : 사회자 질문, ▷ : 권혁철(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답변

■ 노무현 대통령 연두기자회견: 일자리 창출

▶ 경제불황과 실업문제가 상당히 심각한데 정부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 지난 14일에 있은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서도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는데...

▷ 연두기자회견문의 3분의 2를 경제문제에 할애하면서 『올해는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다짐을 했음. 특히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복지이고 가장 효과적인 소득분배 방안』이라는 언급을 해서 신선한 충격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음. 왜냐하면 지난 대선 이후 분배냐 성장이냐 하는 이분법에서 출발해 분배를 중시하던 입장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분배와 복지 그리고 성장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며 파이를 키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분배와 복지방안이라고 언급을 한 것이기 때문임. 대통령과 정부가 그만큼 경제활성화와 실업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음.

▶ 경제활성화와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여러 징후나 지표가 있는데, 먼저 기업들이 국내에서는 투자하지 않고 중국 등 해외투자를 급속하게 늘리고 있는데다가 투자의 대부분이 특히 제조업에 집중되고 있어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음.

▷ 무역협회가 입수한 중국 상무부의 「2003년 국가별 대 중국 투자 실적」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 중국 투자는 40억5천만 달러로 2002년에 비해 48.9%나 늘어난 액수이며, 홍콩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임. 더구나 홍콩은 내국간 거래라는 점, 그리고 일본은 제조업 투자비중이 50%선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 중국 투자의 80%가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나라가 실질적으로 중국에 대한 최대 제조업 투자국이 되는 셈임.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 해 2.4분기와 3.4분기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각각 -0.8%와 -4.7%를 기록하면서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임.

▶ 국내기업들의 해외이전과도 연관되는 사항이지만, 요즈음에는 특히 경제성장을 이루더라도 고용증가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음.

▷ 한국개발연구원인 KDI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자 증가율을 경제성장률로 나눈 「고용 탄성치」가 외환위기 이전 평균수준인 0.33에서 작년에는 그 절반수준인 0.16으로 떨어졌음. 이 말은 1%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질 때 취업자수 증가율이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함. 구체적으로 보면 1%의 성장이 이루어졌을 때 과거에는 6만~7만명의 고용창출이 이루어졌는데 지난해에는 이 숫자가 절반인 약 3만6천명 정도로 급감한 것임.

▶ 「고용 없는 성장」과 관련해 이번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더라도 실업자 수도 늘고 있지만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가 지난 1년 동안 19만3천개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음.

▷ 지난해에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체 취업자가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약 3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실업자도 5년 만에 처음으로 6만9천명이 늘어났음. 특히 29세 이하 청년층의 일자리가 19만3천개나 감소했고 또 30대의 일자리도 2만6천개나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 30대 이하 청년층의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음. 청년실업자가 총 43만여명으로 전체 실업자 82만여명의 절반을 넘는 수준임.

▶ 여러 가지를 살펴볼 때 실업자문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인데, 이번 연두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일자리 창출의 대책은 무엇인가?

▷ 여러 가지를 언급했는데, 주요 골자는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를 늘리고 서비스산업과 지식산업에 대한 집중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임. 일자리 창출 내용을 보면 올해 공무원 채용규모를 3만4천명으로 확대하고, 군부사관도 지난해보다 2배 많은 2천명을 선발하게 됨. 또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도 3천개 이상 만들 계획임. 이렇게 해서 공공부문에서 총 4만4천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정부가 앞장서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임.
그런데 이번 연두기자회견에서 나온 대책을 보면 일자리 창출의 주안점을 기업의 투자활성화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두기보다는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하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됨. 또 유한킴벌리의 사례를 분석중이라는 언급이 나오고 있어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실업문제해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되는 부분임. 나아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지도자 회의」를 개최해 국민적 합의를 한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 경제문제, 특히 일자리 창출 문제에 관해 노와 사는 물론 정치권과 시민단체까지 모여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도 어렵거니와, 일자리 창출이 국민적 합의를 통해 달성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말했듯이 사회협약을 체결한다고 없던 일자리가 당장 생겨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임.

▶ 경제성장을 이루더라도 고용증가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고, 또 기업들은 해외 이전에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을 하루 속히 탈출해야 할텐데...

▷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막고 또 중국 집중현상도 완화시키며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내 투자가 활성화되고 성장이 이루어져야 함.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 투자처로서 매력있는 경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임. 국내 투자를 기피하고 해외투자로 눈길을 돌리는 주요 원인이 각종 규제와 높은 인건비, 불안한 노사관계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따라서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노사안정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임.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이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 자제와 대기업 노조의 절제와 양보를 당부한 것은 이런 면에서 적절한 지적임. 연두기자회견에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방향은 옳게 정해졌고 이제 제대로 된 대책을 강구하고 실천하는 일만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음.

■ 외화가득률 63%, 20년 전으로 후퇴

▶ 수출은 크게 늘고 있지만 그 과실의 상당부분이 원자재 및 부자재의 수입국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 대책이 시급하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음.

▷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외화가득률 추이를 보면 지난 200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화가득률이 63.3%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음. 외화가득률이란 상품수출액에서 관련 원ㆍ부자재 수입금액을 뺀 외화가득액을 상품수출액으로 나눈 수치인데, 우리나라의 외화가득률 63%라는 말은 간단히 말해 1000원 어치를 수출할 때 6백3십원만 국내 성장에 기여한 반면 나머지 3백70원은 수입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의미임.

▶ 이 외화가득률이 선진국과 비교해서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지난 95년 이후 계속 낮아져 80년대 수준으로 후퇴하고 있어 이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 선진국의 외화가득률을 보면 미국은 95%, 프랑스 88%, 영국 84%, 일본은 91% 등 우리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 또 국내의 외화가득률은 지난 80년 63%를 기점으로 95년 약 70%까지 상승하다가 그 이후 급감해서 지난 2000년에는 다시 63% 수준까지 하락한 것임.

▶ 연세대 정갑영 교수는 『한국은 IT강국이 아니라 IT 과소비 강국』이라는 의미 있는 지적을 하기도 했음.

▷ 우리의 주력수출업종인 전기, 전자의 외화가득률이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수출이 수입을 유발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음. 전기, 전자는 95년 65.3%에서 2000년 54.1%로 11.2%p나 급락해서 부품국산화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음. 특히나 반도체는 외화가득률이 50%에 불과해 평균치인 63%에도 크게 미달하고 있는 것임.

▶ 수출을 아무리 늘려도 그 과실의 상당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음. 원ㆍ부자재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 정책적인 관심을 쏟아야 할 것임.

▷ 부품자급률이 떨어지면 수출이 아무리 늘어도 경제성장 기여도는 크지 않고 고용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에 기초소재와 부품 등의 국산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임.

■ 달라지는 농지제도

▶ 농림부가 14일 「농지제도 개편방안」을 내놓았는데, 주 내용은 농지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의 정책전환이 이루어진다는 것.

▷ 전체적으로 볼 때 정부가 그동안 고수해 오던 경자유전 원칙에서 한발 물러나 농지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진일보한 정책들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 현재로는 도시지역 거주자는 최대 300평까지만 농지를 구입할 수 있는데, 빠르면 내년부터는 최대 900평까지 농지를 살 수 있게 됨. 또 농지 임대차를 통한 영농규모화가 가능하도록 자경목적 소유농지의 위탁영농을 허용하기로 했음. 아울러 올해 7월부터는 지역특구 내 농지는 소유와 이용이 전면 자유화되고 전용제한도 대폭 완화돼 지역특성에 맞는 개발이 촉진될 것으로 보임.

▶ 농림부가 이처럼 농지제도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한 이유는?

▷ 우리 농업은 우루과이 대책으로 수십억원을 투입한 이래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황폐화 일로를 걸으며 도농간 소득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실정임. 농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도시자금을 유입하고 농지활용도를 높여 농업의 경쟁력 강화와 농촌활력증진을 위한 것임.

▶ 이런 좋은 측면도 있겠지만, 이번 농지제도 개편으로 초래될 수 있는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인만큼 대비책을 철저히 세우면서 추진해야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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