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지상토론]접대비 실명제

최승노 / 2004-03-12 / 조회: 12,147       세계일보

50만원 이상 접대시 상대방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한 ‘접대비 실명제’를 놓고 정부와 기업 간에 찬반논쟁이 치열하다.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도를 100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이 제도가 시의적절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 주장을 들어본다.
정리=임정빈기자

<贊>사치-향락문화 개선해야..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접대비 실명제 시행은 오히려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1988년도에 시작해서 이미 15년이나 지났다. 일본이 접대비를 시행할 때는 지금의 우리와 같이 골프장에서 흥청망청하는 동안 경쟁국들이 뒤쫓아 오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접대비 실명제는 다시 뛰자고 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지는데 접대비는 늘어났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경기부양을 하면 기업들이 돈을 벌어서 쓸 데 써야 하는데 흥청망청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접대비 실명제의 필요성이 나온 것이다.
지금은 반드시 해야 할 시기이다. 일본이 15년 전에 했는데 못할 일이 없다. 일본의 경우 접대비 실명제를 해도 기업들이나 골프장에서 반발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해 반발을 하는 것은 기업들이 정신을 못차린 것이다.
어느 매체의 설문조사에서 시기는 적절한데 한도를 100만원으로 올려줘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을 봤다. 그렇지만 설문조사가 잘못된 것이다. 조사문항을 바꿔서 기업체 오너에게 자기 회사 직원들이 접대를 받고 일해야 하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1000만원어치의 부품이나 원재료를 구매하는 데 자기 직원이 100만원어치 골프접대를 받고 할 것을 원하는지에 그렇다고 대답하겠는가. 자기가 쓸 때는 접대비가 필요하겠지만 그 반대는 아닐 것이다.
또 접대비 실명제가 기업 규제라고 이야기하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있는데 그것은 규제라 할 수 없다. 단지 기록을 하라는 것이다. 기록하는 것을 규제라고 한다면 회계나 세무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가계부에 얼마를 적느냐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내용을 적어야 하는데 이번달 생활비 150만원이라고 적기만 한다면 가계부가 아니다. 단지 가계부를 하라고 한 것인데 왜 기업규제라고 하는가.
그 다음은 접대비 실명제 때문에 대외적으로 수출을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며칠 전 외국기업인과 만났는데 그 외국기업인은 한국 직원이 쓴 비용의 내역을 물어봤다. 신용카드 전표 하나에 300만원이 찍혀 있는데 2명이서 먹은 저녁값이 그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적 차이라고 이야기했더니 알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 금액이면 저녁만 먹는 것이 아니고 2, 3차 술자리를 했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었다.
외국인들이 내막을 알고 나면 한국인들이 넥타이 매고 점잖은 모습으로 일하다가 저녁에는 온갖 나쁜 짓을 다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외국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외국 보스에게 메일을 쓸 것이다. 대표적 기업 누구누구에게 접대해야 하는데 500만원을 쓰겠다고 승인을 받으려 할 것이다. 이렇게 예산을 승인받는 가운데 우리의 내부 문제가 외국에 알려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들조차 술 사주면 다 끝난다고 생각할 것이다.
기업들이 100만원으로 접대비 한도를 올려 달라는 주장도 문제가 있다. 100만원은 골프를 4명이 치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인데 더욱이 골프는 건전한 것이므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 접대비 문제가 나온 것은 골프장과 유흥업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100만원까지 한도를 올린다면 룸살롱을 규제하고 골프장은 허용하는 것이 아닌가. 50만원이 가지는 의미는 정상적인 접대와 그렇지 않은 것을 가르는 의미이다. 뇌물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100만원은 좀 많은 것 같고 50만원이 적절하다고 본다. 그 기준은 세정혁신위원회에서 국세청장과 박원순 변호사 등 여러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서 고민고민해 정한 것이다.

<反>‘50만원 이상’ 지나친 규제..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접대비 한도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회계적으로는 매출액 대비 손비인정 한도라는 것이 있다. 이미 접대비 전체에 한도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 마당에 한도가 정해져 있으면 되는 것이지 굳이 구체적으로 개별한도를 정할 필요는 없다. 기업들이 그것을 알아서 쓰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특정 대기업의 비용이 접대비로 100억원을 쓸 수 있다고 한다면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결정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예컨대 아주 짧은 기간동안 해외바이어에게 1억원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일률적으로 50만원으로 하라고 한다면 정부가 기업의 행위결정에 대해 지나친 간섭이나 규제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사건건 규제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접대비의 한도규제를 하고 있다면 이중적으로 건건이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접대비 실명제를 반대하는 첫번째 이유이다.
두번째 이유는 접대비를 50만원 이상 지출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국세청의 주장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향락적인 부분을 없애자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국세청이 간여할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주주가 주인이고 경영자는 주주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업에서 접대를 어떻게 해야 경영성과를 좋게 할 것인지를 국세청에서 논할 바가 아니다.
향락업소에서 접대하는 것보다 그 어떤 것이 낫다고 결정하는 것은 국세청이 결정할 바가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국세청이 이건 좋고 이건 나쁘다고 말할 바가 아니다. 이 부분은 기업문화 차원의 문제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기업 내에서 찾게 될 것이고 비용을 덜 쓰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규제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도 없을 뿐 아니라 국세청이든 사회든 다른 어떤 곳에서 바꿔라 마라 할 부분이 아니다.
세번째로는 접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점이다. 접대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데 기업들이 왜 접대를 하는가. 정상적인 일반 거래보다는 접대를 필요로 하는 많은 규제가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접대를 필요로 하는 사회인 것이다. 현재는 뇌물을 받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뇌물은 싫어하고 접대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법으로 걸리지 않는 부분이니까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규제를 해소함으로써 접대가 없는 사회로 가면 된다. 굳이 50만원 한도의 규제를 할 필요도 없다. 과다한 접대비를 지출하지 말라 할 필요도 없이 기업들은 접대비를 지출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비용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제를 해소해서 접대비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효율적일 것이다.
지금 기업들은 현행 개별한도의 접대를 원치 않는 것은 명확하다. 기업활동에서 일어나는 업무추진이 제약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외국 바이어를 초청해 1억원의 지출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50만원의 한도내에서 할 수밖에 없다. 대상이 외국바이어건 아니건 그렇게 접대비를 막아놓으면 기업들의 자율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측면이 강한 것은 분명하다.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과거처럼 전체적인 손비인정 한도 내에서 접대비를 수리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손비인정 한도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건당 한도를 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만약 건당으로 한다면 기업들이 원하는 수준인 100만원, 200만원 선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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