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국가·시장·시민사회 '견제와 균형' 필요

강국진 기자 / 2004-05-21 / 조회: 10,135       시민의 신문, 6면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시민운동가 출신인 이오경숙(열린우리당),박세일(한나라당),조승수(민주노동당) 당선자, 그리고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이구동성으로 “견제와 균형”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시민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이오 당선자가 “민주주의 급진운동 등 다양한 대안운동”을 강조한 반면 박 당선자는 “정치적 중립성을 전제로 한 체제내운동”을 역설했다. 조 당선자는 “진보정당 원내진출이라는 변화된 상황을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김 원장은 “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에 초점을 맞췄다.


“계급과 생활세계 전선으로”

이오경숙 열린우리당 당선자

이오경숙 열린우리당 당선자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이후 국가의 자유민주주의적 정상화단계로 이행중이며 국가와 시장의 개혁 진행으로 정치,시장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계와 태도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면서 “시민사회의 요구가 일정부분 제도화된 통로를 통해 발현되는 만큼 협조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오 당선자는 시민사회의 미래에 대해 “국가와 시장의 민주화, 투명화가 진전되면 제도권이 아직 담보해내지 못하고 있는 영역으로 중심축을 이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예상한 방향은 바로 “개방화와 고용불안정에 따른 민주주의 급진운동이라든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운동과 대안운동 등으로 계급전선과 생활세계 전선”이었다.

이오 당선자는 “지난해까지 한국시민사회는 공익적 활동이 활발하고 다양화되면서 영향력을 극대화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시민사회의 역동성이 점차 제도권에 수렴되고 시민사회가 다양해지면서 힘도 분산됐다”고 진단했다.

“자발성에 기초한 국가와 시장의 견제와 비판이 활발하고 네티즌의 신속하고도 활발한 이슈대응력이 현재 시민운동의 장점”이라고 꼽은 이오 당선자는 “그러나 물적,인적 자원이 부족하고 대중조직화가 미진하다”며 “영향력에 걸맞는 책임성을 담보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민노당과 시민사회,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관계에 대해서는 ‘따로 또 함께’ 라는 원칙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시민사회의 진보진영은 기존 제도권보다는 협조정도나 연대의 정도가 긴밀하겠지만 민노당의 주요대상과 우선관심사는 민중진영일 것이므로 시민사회가 추구하는 부분과 꼭 일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타 시민사회 진영과의 관계는 민노당의 정체성 변화와 열린우리당의 개혁추진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오 당선자는 “민중운동진영은 시민사회내 자본과 노동의 적대와 모순을 주요영역으로 삼지만 시민운동진영은 시민사회내 다양한 사회적 적대와 모순이 주요영역”이라며 “독자활동을 중심으로 하면서 전체사회의 모순에 대해 연대하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


“자유,정의,박애 삼박자 맞아야”

박세일 한나라당 당선자

“국가는 정의,분배, 시장은 자유, 시민사회는 사랑(박애)을 지향한다. 자유,정의,박애가 함께 갈 때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박세일 한나라당 당선자는 “예전엔 국가와 시장만 갖고 문제를 풀려고 했는데 그걸로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삼자가 서로 상보관계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앞으로는 분권,현장중심,작고 많은 조직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가능하면 현장에서 작은 많은 운동이 자원봉사와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사회는 국가와 시장을 견제하는 것이 기본 역할”이라며 시민운동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준법과 정치적 중립성을 역설하며 “시민운동은 체제내 운동이고 준법운동이며 가치중립적인 운동”이라는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박 당선자는 “시민운동은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대의민주주의를 견제하고 분배강조를 통해 생산과 효율을 보완해야 한다”며 “국가는 오만해지기 쉽고 시장은 약자를 무시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견제와 감시 기능을 잘 하려면 시민운동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최근 시민운동은 당파성이 커지는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이와 함께 정책 전문성 강화와 운동성과 전문성의 조화를 강조했다. 그는 “운동성이 전문성을 압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회가 갈수록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학자와 전문가 지원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당선자는 “계급적 가치를 추구하는 건 시민운동이 아니다”라며 “그점이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중운동은 체제밖 성향을 가질 수 있고 특정한 가치나 계급이익을 지향한다”면서 “민중운동이 시민적 가치를 높이는 기능을 높이는 범위 안에서 양자는 서로 협력할 수 있겠지만 민중운동이 특정 계급적 가치를 앞세운다면 시민운동이 이를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의제 조정에 주목을”

조승수 민주노동당 당선자

“사회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정망을 구축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하며 시장은 단기적이고 수치적인 성장이데올로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사회적 책임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시민사회는 이러한 국가적 의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정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조승수 민주노동당 당선자는 “국가-시장-시민사회가 각각의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면서 상호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현재 한국사회는 시장의 이해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 반면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 국가의 역할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조 당선자는 “80년대 후반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은 열정적인 활동과 우월한 도덕성을 기반으로 국민적 지지와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며 “세계적으로 매우 독특한 자기 영역을 창출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가 진보정당의 공백기에서 준 정당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수행했다”고 말한 조 당선자는 “앞으로는 진보정당의 등장이라는 변화된 조건을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시민사회와 당의 관계는 일정한 긴장관계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서로 합의가 가능한 사회개혁 의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보수정당과의 관계와 질적으로 다른 신뢰에 기반한 실질적인 연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는 “사회개혁 의제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나름의 활동영역을 인정해야 하며 구체적인 연대활동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당선자는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관계에 대해서도 “원론적으로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이라는 구분법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구분법이 상식화된 것은 상호 인정과 신뢰의 부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차이에 주목하기보다는 합의가 가능한 공동 과제를 관철시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적당한 긴장은 상호 도움이 되겠지만 차이에 천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시장경제의 감시자돼야”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완전한 시장경제체제만이 국민들을 잘 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하는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시민단체가 사회적 약자 편만 드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시민단체의 감시자 구실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국가와 시장이 시장경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막고 견제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라며 “지금까지는 국회가 제구실을 못했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실질적인 정당 구실을 했고 그 덕분에 지금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민노당 원내진출로 시민단체의 정책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며 “앞으로는 정당이 하지 못하는 일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 원장은 “시민의식을 높이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교통질서 캠페인 등을 예로 들었다.

시민단체가 잘못하는 점으로 김 원장은 “이익집단의 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시장개방에 반대한다”는 점을 들었다.

“시민단체가 복지지향적이지만 복지정책으로 이 나라를 살릴 순 없다”고 역설한 김 원장은 “시장경제에서 물질적인 평등은 있을 수 없으며 파이를 나눠서 더 많이 생산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모든 국민이 복지정책의 수혜자가 되는 것은 시장경제가 아니라 사회주의”라며 “소득을 기준으로 5-10% 정도 최빈층은 복지정책 대상이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스스로 알아서 살아야 한다”며 자유방임정책 입장을 밝혔다. 특히 김 원장은 “차상위 빈곤층은 시장경제에서는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라며 “최빈층만 보호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정부에 기대서 살아가려는 어리광이들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방정책에 대해서도 그는 “개방은 약자에게 유리한 것인데 시민단체가 왜 그걸 부정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농민들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농업을 유지하는 것과 농민의 생활을 해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개방으로 인해 최빈층으로 전락한 농민이 생기면 그들을 복지정책 대상으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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