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서울대 환경대학원
△美 일리노이大 경제학박사
△숭실대 법학박사
△한국경제연구원 규제연구실장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
△자유기업원 원장(現)
“갑작스런 소나기로 교통신호기가 고장나서 사거리에 차가 꽉 막혀 있는 게 현재의 재건축입니다. 정부는 차들이 원활하게 소통될 수 있도록 통행을 유도해야 하는데, 아예 차가 못다니게 교차로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 차는 다니게 하고, 어떤 차는 못다니게 정부 마음대로 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재건축을 바라보는 정부 정책이 틀려도 한참 틀렸습니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정부의 재건축 정책 방향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달말 발표 예정인 재건축 후속대책들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시장경제의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는 김 원장은 토지문제와 회사법, 사이버 로(Cyber Law) 관련 이슈들을 자유주의적·법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일에 독보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 한 마디로 문제를 덮으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2년 뒤에는 다시 집값이 폭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끓는 물이 있는 솥에 얼음을 집어 넣는 형국으로 단기간에는 집값이 잠잠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것도 1~2달에 그칠 뿐입니다. 미봉책일 뿐입니다. 집값을 잡기 위한 근본대책은 금리인상 밖에 없습니다. 금리를 동결한 상태에서 집값을 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입니다.
▲정부는 투기꾼을 색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투기와 투자는 어떻게 구분합니까.
= 집값은 투기꾼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닙니다. 주택이나 토지 등으로 돈을 벌려는 투기꾼은 언제나 있어 왔습니다. 오히려 돈에 무심한 사람들과 이재(理財)에 밝은 사람들만이 있을 뿐입니다.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기준도 없을 뿐더러 구분하는 실익도 없습니다. 더 나아가 오래 보유하고 있는 게 좋은지 단기간에 사고 파는게 유리한지는 나름대로의 손익계산에 따르는 것입니다. 일례로 한 나라의 장관을 선출하는 데 땅의 유무, 재산의 많고 적음이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는 게 도대체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재건축 아파트는 정부정책에 따라 결정됩니다. 통상 아파트의 경우 일반적인 경제상황이라는 큰 물결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데 반해 재건축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거환경이 열악해 재건축 하고자 하는 열망은 있지만 잦은 정부정책 변경과 규제로 재건축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것입니다. 현재 개포지역의 13평형, 15평형 등의 아파트 가격이 7~8억원이라는 데는 시각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들 소형평형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후 30평형대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격이 이미 시세에 반영돼 있는 것입니다. 결국 13평형, 15평형의 아파트값이 아니라 30평형대 아파트값이라는 얘기입니다. 또 일반 언론이나 사람들의 관심이 재건축 가격이 떨어질 때는 무관심하다가, 상승시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더 많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존재합니다.
▲ 정부는 재건축이 주택가격 상승의 주범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강남 재건축을 동결하면 공급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벌써 양천구 목동 지역이 재건축의 반대급부로 가격이 오르고 있지 않습니까. 강남 재건축을 막게 되면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게 될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고강도의 재건축 규제가 지속된다면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게 됩니다. 결국 종국에는 재건축아파트는 존재하지 않는 아파트가 됩니다.
▲ 재건축 승인권을 중앙정부로 환수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 자기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다는데 ‘해라 마라’는 발상 자체가 잘못입니다. 단독주택 소유자가 개인의 집을 부수고, 새로운 집을 짓는데는 정부가 규제하지 않습니다. 공동주택 재건축도 의미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수백~수천명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재건축을 진행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개입하게 된 것입니다. 행정관청의 인·허가 행위는 재건축을 돕자는 취지이지, 결코 재건축을 억제하자는 게 아닙니다. 갈등해결의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사업이 안 되거나 갈등상태에 있는 것을 풀어주기 위해 개입한 것인데 원래 취지를 망각하고 있습니다.
▲ 저층단지들의 경우 대부분 용적률이 70~80%입니다. 재건축 때 대부분 200%대의 용적률을 적용받는데, 정부는 행정행위로 보지 않고 혜택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짐이 곧 국가다’라고 했습니다. 백성의 소유물은 모두 국가 소유인 것입니다. 이에 반해 영국은 국민의 재산은 국민의 것이고, 왕의 소유만 왕의 재산이라는 인식을 가졌습니다. 예를 들어 세금을 20% 걷는다고 해봅시다. 프랑스 관료들의 경우 100% 다 걷어갈 수도 있는데 20%만 걷기 때문에 80%만큼 혜택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국 관료들의 경우 20%를 걷더라도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행정관료의 사고방식에 차이가 큽니다. 결과는 어땠습니까. 프랑스는 대혁명으로 이어졌고,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이어져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행정관료들도 기존의 왕토사상에 젖어 행정행위를 ‘혜택 내지 인센티브’로 보려는 인식이 강합니다. 이를 버려야 합니다.
▲ 안전진단 등 재건축 경과년수를 늘리겠다는 방안도 구상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재건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안전진단 절차가 필요합니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30년 또는 40년 이상’ 등 인위적이어서는 안됩니다. 현재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들의 경우 건축기준으로는 멀쩡한 것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들이 재건축을 추진하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소득수준이 올라갔는데도 계속 13평, 15평 아파트에 살라고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소득수준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정부의 주택정책은 서민주택공급과 서민의 주거안정입니다. 현재 정부정책은 목표를 100% 달성하고 있다고 봅니다. 서민 밀집지역인 강북지역의 경우 7~8년 전이나 지금이나 집값에 별 차이가 없습니다. 현재 집값은 강남 등 일부지역이 오르는 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는 부자들을 위한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택공급 패턴은 10년전이나 20년전이나 똑같습니다. 그래서 소형주택이나 지방아파트의 경우 주택값이 동결돼 있는 반면 강남이나 강남대체지의 경우 폭등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부자들은 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명품주택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나아가 부자들이 선호하는 명품주택이 들어설 곳은 강남밖에 없습니다.
결국 정부는 부자들이 들어설 곳이 강남밖에 없기 때문에 막는 것입니다. 이는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양극화 조장 밖에 안됩니다. 미국의 경우 나라를 세우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다수의 소수에 대한 착취였습니다. 이게 바로 중우정치입니다. 현재 정부도 강남 등 상위 20%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결국 나머지 80%에게는 규제를 원상태로 돌리는 게 특혜처럼 비쳐지기 때문에 풀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정책발상에 대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건축을 터줘야 합니다. 답은 정부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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