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사유재산을 침해하지 말자

자유기업원 / 2006-05-03 / 조회: 6,947       매경 이코노미, 84쪽

최근에 부동산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지난 20년간 우리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무엇을 배웠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기라도 하면 강력한 규제와 투기 억제책이 등장하게 되고 잠시 동안 매매가격이 내리지만 얼마 되지 않아서 오히려 규제의 후유증으로 전세가격이 오르게 되고 공급 물량을 줄어드는 까닭에 매매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띠게 된다.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급확대가 뒤를 따라야 하는데 가격이 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것은 투기억제와 규제강화책이다.

이 모든 것은 무지와 조급함 때문일 것이다. 하기야 조급함 역시 무지에서 비롯됨을 생각하면 김정호, ‘토지는 사유재산이다’는 우리 사회의 주택과 토지 문제 전반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는데 손색이 없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주요 주장은 사유재산을 침해하지 않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토지와 주택문제를 왜곡하지 않고 순리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사유재산을 존중하자는 말을 가진 자들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말 정도로 여긴다. 정교한 사유재산보다는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문에나 나올 법한 토지 공유제 같은 것에 더 마음을 빼앗긴다. 싱가포르나 홍콩의 발전이 세계 최고 수준의 사유재산제와 경제적 자유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또 다른 모습인 토지 국유제나 주택의 공영개발 때문에 경제발전이 가능했다고 억지를 부린다. 만약 그런 것들이 번영의 원인이라면 수많은 인민들이 굶어 죽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토지의 사유재산권은 온전히 인정해 주어야 땅은 가장 가치가 높은 용도로, 다시 말해서 소비자들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용도로 이용된다. 규제는 그 과정을 방해할 뿐이다.”

저자는 부족할수록 사유재산제의 원칙에 충실히 운용될 때만이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최고로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희소한 자원을 아껴 쓰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유재산제도이며, 이것으로부터 결코 예외가 아닌 것이 토지라는 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토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공유제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구현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실제로 근래에 정책입안자들 가운데는 이미 죽은 헨리 조지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저자는 정책입안자들에게 이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값이 올라가면 투기단속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지 살펴보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십중팔구 사유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를 보장해 줄 때 공급도 왕성해지고, 부족현상도 가장 빨리 해소될 수 있다. 부족할수록 사유재산으로 삼아라. 그리고 부족할수록 시장에 맡겨라.”

그러면 한국에선 왜 이렇게 주택가격이 턱없이 높은가? 저자의 주장은 본래 한국이 좁은 나라이거나 임야와 농지의 소유 집중이 돼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임야와 농지를 도시용지로 전환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 정부의 토지이용규제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도권을 대상으로 하는 저자의 간단한 계산을 참고하면 수도권의 그린벨트가 모두 4억 7000만평인데 이 가운데 최소한 2억평은 평지이기 때문에 대부분 비닐하우스나 축사 같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 원래의 그린 의미하고는 한참 멀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를 도시적 용도로 전용이 가능하도록 하면 얼마든지 주택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불가능한가? 그것은 그린벨트법, 농지법, 산림법 같은 제도들이 땅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싼 땅을 고밀도로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

결국 한국의 주택과 토지 문제의 해법은 고정관념과 선입견 그리고 무지로부터의 탈출이 가능할 때만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을 이루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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