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발전위원회가 4일 2006년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을 비롯한 중앙 일간지와 인터넷 신문·잡지 등 12개 신문사에 모두 157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하면서 개별 신문사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이들 신문사는 독자권익위원회 운영비용으로 1개사당 최고 1000만원, 고충처리인제도 운영을 위해 최고 500만원까지 나라에서 받을 수 있다. 경영컨설팅 비용도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된다. 올해 7억원이 책정된 이 직접 지원금은 돈을 받아도 상환할 의무가 없다. 단 구조 개선 및 신규 사업, 시설 도입, 정보화사업 등에 책정된 150억원은 1개사에 최고 10억원(잡지·인터넷 신문은 1억원)까지 융자를 해준다. 12개 신문은 구체적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자금을 타 가게 된다.
국민 세금을 사(私)기업인 신문사의 경영컨설팅 등에 사용할 수 있는지, 과연 이런 돈을 받는 언론사가 언론 고유의 기능인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견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문발전기금은 정부 출연금이나 다른 기금으로부터의 전입금 등으로 조성되는 ‘공적자금’이다. 첫해인 올해는 100%로 정부 출연금으로 만들어졌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책임연구원은 “과거 공적 자금을 투입했던 은행 등은 그 대가로 구조조정과 함께 경영 부실의 책임을 지고 기존 주주를 퇴출시키는 조치를 거쳤다”며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신문사가 국민 세금을 그냥 받는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언론 활성화를 위한 일부 지방지 지원은 차치하고, 특정 신문에 대한 선별 지원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신문의 기능과 자유를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직접 지원을 더 확대할 방침이어서 ‘국가에 의한 상시적 경영 지원시스템’구축 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신문발전위 관계자는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신문사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직접 지원을 연간 130억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신문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17조)에 위헌 판정을 내리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기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규정한 신문법 34조2항2호에 대해서도 위헌 판정을 내렸다. 이는 ‘발행부수가 많다고 특정신문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판결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신문의 자유는 개별 신문의 존재와 내용에 영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신문의 경쟁을 왜곡하지 말 것까지 요구한다”고 밝혔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대 교수는 “헌재의 결정 취지에 비춰보면, 개별 신문에 대한 정부의 경영자금 지원은 시장을 왜곡하게 돼 헌법의 시장경제 질서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신문발전위가 기금 지원조건으로 요구한 기준은 ‘신문 길들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신문발전위는 한달여의 심사 기간을 거쳐 기금을 신청한 32개사 중 12개사를 선정했다. 평가는 1000점 만점을 기준으로 10여개 평가항목에 100점 내외씩이 부여됐다. 신문발전위가 밝힌 지원 기준은 ㆍ독자권익위원회 설치 ㆍ편집위원회 설치 ㆍ편집규약 제정 ㆍ상업광고 연간 50% 이하 ㆍ자료 신고 ㆍ사회적 책임 ㆍ공정성과 공익성 ㆍ연수제도 운영 ㆍ신문법 위반 여부 ㆍ언론중재법 위반 여부 등이다.
특히 세부 평가 항목의 ‘사회적 물의를 빚었는지, 지역 감정 또는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를 하였는지, 공정 보도 등과 관련해 언론단체·학계·시민단체로부터 심각한 문제 제기가 있었는지’ 여부 등은 “정부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입맛에 맞는 신문사를 선별해 지원할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정부로부터 경영자금을 지원받는 신문사가 언론으로서 ‘감시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냐는 것. 이미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일부 신문이 ‘친노 언론’으로 분류되는 것만 봐도 ‘기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언론학자들과 법학자들이 정부의 지원을 ‘언론 다양성 확보’가 아닌 ‘언론 자유 침해’라고 지적하는 이유는 바로 돈을 미끼로 한 정부의 ‘언론 우군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신동흔 기자 dh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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