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1면 톱기사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 등 12개사 국민세금 157억 지원>에서 이같은 소식을 전하고, 2면 만평과 5면 관련기사로 자신의 입장을 설파했다. 그러나 각 언론사들이 실제로 지원받는 돈은 <조선> 기사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
<조선>은 1면에서 "이 자금은 지난달 시장지배적 사업자 등 일부 조항에서 위헌 판결이 난 신문법에 따라 신문산업 진흥에 지원되는 것으로, 국민의 세금을 사기업인 민간 신문에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의 신문발전기금 '난타'
특히 5면 기사에서는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신문사가 국민세금을 그냥 받는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책임연구원) 등의 말을 인용해 신문사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선>은 특히 "이미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일부 신문이 '친노언론'으로 분류돼 있다"며 "언론학자들과 법학자들이 정부의 지원을 '언론자유 침해'라고 지적하는 이유는 바로 돈을 미끼로 한 정부의 '언론 우군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면 만평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고 입이 벌어져 좋아하는 신문사들의 모습을 그렸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문화일보>도 <조선>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신문발전기금에 부정적인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는 "(신문발전)기금을 관리하는 신발위가 문화관광부 소속이어서 정부가 돈으로 여론시장에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고 전했고, <중앙>도 "이번 사업자 선정을 놓고 언론계 일각에선 '친여매체가 다수 포함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화>는 "성역이 없어야 할 언론사가 정부기금을 받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양식 있는 언론이라면 국고 지원을 받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는 유일상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의 주장을 다뤘다.
그러나 실제 지원내역을 살펴보면 <조선> 등의 기사는 '침소봉대'의 성격이 강하다.
우선 <조선> 기사 중 "신문발전위가 정부 예산으로 조성된 157억원의 기금을 이들(12개) 신문사에 지원한다"는 부분도 사실이 아니다.
신발위에 따르면,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2006년 신문발전기금 운용 계획 중 사업비로 책정된 액수가 157억원이다. 157억원 중 올해 집행되는 65억1100만원을 12개사 가 지원받기로 되어있고, 이마저도 63억원은 융자사업에 쓰이기 때문에 직접지원액은 2억1100만원에 불과하다.
독자권익위원회 지원에 8천만원(8개사가 각 1000만원씩 신청), 고충처리인 운영 지원에 4천만원(8개사가 각 500만원씩 신청), 경영컨설팅 지원에 5개사 9100만원이 들어가는 것이 직접지원의 내역이다.
<오마이뉴스>는 다른 4개사(일간지 2, 인터넷신문 2)와 함께 경영컨설팅 부문에 자금을 신청해 웹사이트 경영컨설팅 비용으로 1000만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그러나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 등 12개사 국민세금 157억 지원>이라는 <조선> 기사의 제목만 보면, 지원대상 언론사들이 마치 십수억원을 지원받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 언론들의 의도적인 신문법 '흠집내기'
신문발전기금에 대한 <조선>의 주장이 '자기편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발위에 따르면, <조선><동아><문화>를 포함해 모든 일간지들이 정부로부터 ▲ 신문판매 부문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 윤전기ㆍ용지 수입에 대한 관세 면제 ▲ 기자들의 취재비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 취재용 기자재에 대한 특별소비세 면제 ▲ 지방영업소에 대한 사업소세 감면 ▲ 우편요금 인하 등의 갖가지 혜택들을 간접 지원의 형태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언 신발위 사무총장은 "신문발전기금에 비판적인 일부 신문들도 정부로부터 이러저러한 지원을 받고 있다"며 "이들이 아예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문발전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발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자기들이 그동안 받아온 혜택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다가 신문발전기금에 대해서만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신문들을 과연 '사회적 공기'라고 부를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신발위는 정부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입맛에 맞는 신문사를 선별해 신문발전기금을 지원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신발위가 여야 정치권과 신문협회, 언론학계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위원들이 참여하는 독립기구"임을 들어 일축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신문법의 신문발전기금 조항들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이같은 비난들이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신문발전기금이 일부 조항에서 위헌 판결이 난 신문법에 따라 지원되는 것"이라는 <조선>의 주장은 마치 신문발전기금 자체가 위헌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이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신문발전기금의 설치 및 조성(신문법 33조)과 용도(34조), 관리ㆍ운용(35조)에 관한 조항들에 대해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 내지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기금을 지원할 수 없도록 한 34조 2항 2호는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았다.
<조선> 등은 지난해 헌법소원을 내며 "신문발전위원회를 통해 신문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의도하는 것 자체가 국가의 중립성 의무에 반하고, 신문발전위원회의 구성상 독립성과 중립성이 부족하므로 신문기업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관련조항들의 위헌 결정을 받아내려고 했다.
김서중 교수는 "일부 신문들이 이미 합헌 결정을 받은 조항을 문제 삼는데, 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신문법을 흠집 내려는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신발위는 5일 <조선> 기사에 대해 반론 및 정정보도를 청구하기로 했다.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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