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책-노예의 길

자유기업원 / 2006-07-19 / 조회: 6,801       세계일보, 15면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지 말라.” 시장 신봉자인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의 주장을 요약하면 그렇다. 1930년 대공황 때 케인스식 재정정책이 세계를 구했어도 그는 정부의 시장 개입에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 정부 개입이 극대화한 사회주의는 곧 예속의 길이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개인은 기계장치의 톱니에 불과하다. 사회 구성원은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정부의 계획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이렇게 정부가 부와 명예를 얻는 유일한 통로가 되면 종착점은 전체주의 체제다. 전체주의 국가에서 개인은 기꺼이 독재자의 영도력에 홀린 노예로 전락한다. 유럽에 섬뜩한 핏자국을 남긴 나치즘, 피의 숙청을 자행했던 스탈린 체제는 바로 사회주의와 형제지간이다.

사회주의의 대척점에 자유주의가 있다. 자유주의는 권력의 간섭 없이 경쟁에 의해 합의점을 찾는다는 점에서 다른 원칙보다 우월하다. 자유주의가 떠받치는 시장 안에서 개인은 스스로 거래상대를 찾고 물건을 자유롭게 팔고 산다. 경제활동의 자유는 결국 인간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한다. 경제적 자유는 사상의 자유, 정치적 자유를 지탱하는 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이에크는 “인간이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경제체제의 제약이 느슨해져야 한다”고 선언한다.

하이에크의 주장은 1970년대 케인스식 처방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때 힘을 얻었다. 이후 태동한 신자유주의 물살은 그가 1944년 내놓은 ‘노예의 길’을 수원지로 삼은 것이다. 이 공로로 그는 7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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