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와 평가 1 경제 인식과 해법
경제전문가 “경기논리 자가당착…흐름 지켜봐야”
강봉균 “하락세 뚜렷…부양책 써서 6% 성장 달성해야”
권오규 “내년에 유가 안정되면서 체감경기 나아질 것”
이성태 “상승기조 유효…지나친 성장 매달리면 안 돼”
강봉균·권오규·이성태 경제 3인방의 극명한 시각차는 현재와 향후 경제의 인식과 해법에서 드러난다. 강 의장은 성장률 정체-재정확대-경기부양을 주장. 이에 반해 권 부총리와 이 총재는 성장률 달성 가능-현 기조 유지 입장을 견지하면서 특히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거나 지나친 성장론에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봉균 의장은 지난 7월 5일 정부 8개 부처와 확대 당정협의회를 연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우리 경제가 거시경제면에서 큰 문제가 없으나 민생경제는 어려운 현실이라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걱정은 더 많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 상반기 6%대에서 하반기 4%대로 낮아지고 이러한 하향국면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국민들의 경제회복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4% 성장이 낮은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GDP가 4% 성장하더라도 원유가 상승 등으로 국민총소득(GNI)은 거의 늘지 않는 현실(지난해의 경우 0.5%)이기 때문에 1~2%의 추가성장이 필요하다.”
강 의장은 “내년에 경제상황을 호전시키려면 올해 하반기에 대응책을 강구해야지 내년에 가서 대응하면 늦다. 앞으로 경제관련 당정협의는 정부설명만 비공개로 듣고 몇 가지 질의응답을 거쳐 끝내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여당과 강봉균 의장은 권오규 부총리에게도 똑같이 주문했다. 하지만 권오규 부총리는 “내년 유가가 안정되면서 국민총소득이 올라 체감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인사청문회에서 강봉균 의장은 경기대책에 당정 간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찾아 노력하는 것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잠재성장률을 넘는 경기진작책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권오규 부총리와 다른 생각.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대해서도 강봉균 의장이 “경기가 나쁠 때 국민들이 정부를 이상하게 생각할 것 아니냐”는 것과 달리 권오규 부총리는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며 “잘못된 신호를 주거나 지나친 확장정책의 메시지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최근 국내경기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속도가 많이 감속되었지만 상승기조는 유지하고 있으며 유가· 환율 등의 변수가 예상외로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면서 올해 연간 5% 정도, 2007년에도 완만하나마 상승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 경기논리 자가당착…
경제 그 자체를 봐라
이성태 총재는 “국민 대부분이 성장에 경도되어 있고 특히 정책에 영향력 있는 분들이 그런 거 같다”는 말을 통해 재정확대·금리안정 등을 통해 내수경기 회복에 나서는 여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정책적 변수를 사용하여 성장률을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며 보수적 입장을 취했다.
사실 시장경제주의자에게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유기업원은 “경제성장률이 참여정부 집권 첫 해인 2003년 3.1%, 2004년 4.6%, 2005년 4.0%로 3년 연속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시장의 기능을 무시하고 성장보다 분배, 복지에 치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투자원천인 자본이 넘치고 우수한 인적자원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무기력해지는 것은 과잉 규제와 관리 그리고 징벌주의 등으로 인해 모든 성장요소들이 움츠러들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향후 경제운용 방향을 둘러싼 당정 경제팀의 대립에 대해 민간 연구기관들은 약간의 시각차를 갖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경기를 갖고 논쟁에 한창이지만, 다들 자기 논리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면서 “지금은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심각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 않은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며 좀 더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 수석연구원은 또“하반기 경제 전망이 상반기보다 낮고,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급격하게 경기가 둔화되거나 침체로 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로선 경기 진작 대책은 필요하나, 추경 예산 편성 등의 경기 부양 대책을 쓸 시점은 아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그 동안 해오던 경제 운용 방향을 일순간에 바꾼다는 것은 혼란만 야기할 뿐”이라며 “큰 틀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추진해오던 것을 유지해 가면서, 경기 하강을 지연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동향실장은 “재정 지출 계획만 봐도 하반기 들어 상반기보다 지출을 조금 늘리겠다는 심산인데, 이를 두고 경기 부양책이라고 하기는 부족하다”며 “7월 지표들이 더욱 안 좋아진다면 추경 예산까지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반기 경제 상황이 좋아질 여지는 없어 보이며, 지금으로선 정책적인 효과로 경기 상황이 변하기를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 이슈와 평가 2 통화정책
기업 “금리인상 신중” 중론…강봉균에 한표
강봉균 “인플레 우려 없어 금리인상 신중해야”
이성태 “물가상승 압력 커져 선제적 대응 필요”
물가 금리와 관련된 통화정책에 대해 강봉균 의장은 “현 경기 상황에 맞게 조절되어야 함”을 강조한 반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통화정책은 미래의 물가에 맞추어져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봉균 의장은 “한은이 물가압력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경기전망을 낙관하는 것 같은데 상반기 근원인플레이션(외부충격을 제외한 장기 물가상승율)이 1.8% 밖에 안돼서 목표인 2.5~3.5%의 하한선보다 밑도는 상황”이라며 금리를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잘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성태 총재는 “물가는 하반기 중 내수관련 공업제품, 서비스요금, 일부 공공요금 등의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근원인플레이션율 모두 3% 가까이 이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예상되는 물가상승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암시했다.
이 총재는 또한 “거시정책은 안정화 정책이며 이를 위해 중앙은행이 구체적으로 부여받은 수단은 본원통화의 양 조절 밖에 없다.
중앙은행에 상당히 많은 것을 요구하는 데 이것 뿐”이라며 통화정책에 대한 많은 기대를 경계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권오규 부총리는 “거시정책의 판단은 잠재성장률 유지에 있고 지금은 거시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시정책에서 금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해 금리인상을 용인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한은에서는 중립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재 금리 수준은 중립적인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리인상 정책이 경기 흐름과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정책의 효과가 6~12개월 후에 나타난다고 할 때, 현재의 금리 인상 효과가 경기가 꺾인 다음에 나타나 오히려 경기부진을 심화시킬 수 있다. 경기순환 주기가 짧아지는 만큼 금리인상 기간도 짧게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가 최근 300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하반기 기업경영의 애로요인에서 금리인상을 꼽은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2곳 중 1곳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기회복세가 유지되려면 정부의 노력과 환율·유가 안정은 물론 저금리 기조 유지와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활성화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슈와 평가 3 조세 및 부동산 정책
기업·시민단체 “당리당략에 립서비스 전락” 비난
강봉균 : 민심 겨냥 바꾸고 바꾸고 또 바꾸고
권오규 : 거래세 인하 외 추가보완대책 부정적
지난해 야당의 감세론을 반박하던 여당이 하루가 다르게 감세안을 내놓고 있다가 최근에는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선회하고 있다.
재경부는 이미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을 통해 올해 일몰 도래하는 55개 제도를 중심으로 제도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정밀 검토하여 페지 또는 축소하기로 했다. 총 감면규모는 19조9800억원(2005년 기준)으로 총 국세 중 14.5%를 감면할 계획이다.
부동산 관련 세제의 경우 보유세 강화에 따른 세수증가를 감안하여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거래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민·중산층의 재산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6억원 이하 주택(공시가격 기준)에 대한 재산세 상승률 상한을 현행 50%에서 5%(3억원 이하) 또는 10%(3억~6억원)로 하향조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문제는 강봉균 의장을 비롯한 여당쪽에서 비과세, 감면대상을 넓히고 시기를 앞당기자고 나서고 있고 여당 내에서 관련 대책이 우후죽순 나와 혼선을 주고 있다. 강봉균 의장은 7월 11일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오는 8월 중순부터 근로소득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세부담 경감을 위한 세법 개정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강봉균 의장은 이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경부와 협의도 안한 상태에서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세를 낮추는 감세안을 말했다가 소득공제 대상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강 의장은 또 국민연금기금을 BTL 사업(공공시설을 지으면 정부가 임대해 사용하는 민간투자방식)에 활용하여 건설경기를 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이 외에도 종합부동산세 기준완화, 양도세 경감, 재건축 규제완화 등에 대해 연일 엇갈린 대책안을 내놓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책위 부위원장인 채수찬 의원이 종합부동산세 기준 완화·검토를 말했다.
이와 관련, 권오규 부총리는 “다음 정부 후기까지 세율인상, 세목신설 없이 감면 축소나 세원확충으로 대응하면서 재원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 “과세형평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현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며 거래세 관련 인하 외에 추가 보완대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이다.
한 조세전문가는 조세정책은 국민적 공감대와 형평성의 근간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휘둘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무책임한 립서비스로 질타했다. 참여연대는 “세율이나 과표구간을 조정하지 않고 근로소득자의 기본공제를 확대하거나 소득공제 항목을 더 늘린다면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만 경감시킬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비과세 감면 규정을 축소하고 과세계층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온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완기 경실련 정책실장은 “세제를 중심으로 부동산정책을 펼치다 이제는 완화 얘기를 꺼내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세제 완화가 아닌 분양원가 공개를 주문했다.
◇ 이슈와 평가 4 출총제 등 기업투자활성화
폐지하려면 서두르고 대안적 규제는 ‘No’
강봉균 “연내 폐지 가능토록 해야”
권오규 “원론적으로 폐지”
권오승 “대안 마련 뒤 폐지할 것”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조기 폐지는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재계에서 꾸준히 주장해 온 사안이다. 대한상의가 최근 국내 대기업 2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93.0%가 출총제 때문에 신규 사업영역에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는데 직·간접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출총제 폐지 효과에 대해 10명 중 8명은 기업 투자심리가 호전돼 중장기적으로 투자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하는 등 대다수가 폐지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크게 봤다.
강봉균 의장은 이미 출총제를 연내에 폐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출총제 폐지의 목적이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를 없애고 대신 더 많은 규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탈법 불법 상속과 증여 등은 철저히 단속해야 하지만 반대로 투자하는 데는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는 것.
권오규 부총리도 인사청문회에서 연내 폐지라는 기존 경제팀 노선을 그대로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다만 금산분리에 대해서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대한 우려가 더 많다고 말해 시기상조임을 시사.
그러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강 의장, 권 부총리와 거리를 두었다. 대안마련을 작업 중이기 때문에 출총제 폐지가 정부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위에서는 출총제 대신에 직접적으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강철규 전 공정위장은 출자총액을 제한하는 대신에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재벌들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제도 하에서도 순환출자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를 금지하면 당장 지배구조를 바꿔야 하고 재벌에게 더욱 가혹한 조치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은 공정위에서 시장경제 선진화 TF팀이 운영되기도 전에 출총제 폐지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당정 결과에 대해 비난하고 출총제 폐지가 오히려 대중소기업 간, 산업간 불균형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출총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어떠한 규제도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매우 취약하거나 문제가 있다”며 조건없는 폐지를 주장했다.
자유기업원 권혁철 법경제실장도 “출자총액제한제도나 수도권 공장규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등 핵심적인 규제는 요지부동인 채로 남아 있다” 면서 “사후적 규제보다 원천봉쇄하는 식의 사전적 규제가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과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신뢰하고 인정하지 못한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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