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1일자 1면 머릿기사와 본지 4면 해설기사를 통해 “참여연대 전현직 임원 416명 중 36.1%에 이르는 150명이 청와대와 정부 고위직, 산하 각종 위원회 위원 등 313개의 자리를 맡았다”며 “시민단체의 권력기구화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자유기업원이 발행한 281쪽 분량의 유석춘 연세대 교수팀 보고서를 인용 보도한 동아일보는 ‘임원 대부분 명문고 출신이 차지’, ‘시민참여 적고 명망가 중심 운영’, ‘핵심인물 들 현정부내 인맥 과시’ 등의 제목을 달았다.
구체적인 사례로 동아일보는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김창국 변호사의 국가인권위 초대위원장 재직, 김상조 전 경제개혁센터 소장의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 역임,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김기식 사무처장은 “위원회 참여까지 공직이라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전세계적으로 대의 민주주의의 형해화를 극복하고 국민주권주의의 일상화를 실현하려는 민관협치(거버넌스)의 확대라는 긍정적 부분을 묻은 채 권력관계만으로 치부, 일면적인 부분만을 부각하려는 것은 학문적 엄밀성에도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일반시민의 참여 저하 부분은 내부적으로도 꾸준히 제기되온 문제”라며 “최근 몇 년 동안 전문가 대비 회원 비중을 늘리는 변화가 있었음에도 이를 반영하려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만 지적에 대해 성찰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라며 “의도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공격적 비판 대응이 아닌 성숙한 처신으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의 이날 보도는 매체가 밝힌 바와 같이 유석춘 교수팀이 지난해 8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가 발표한 ‘삼성보고서-삼성의 인적네트워크를 해부한다’가 계기가 된 연구보고서를 반영했다.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온 자유기업원과 함께 한 일종의 ‘맞대응’ 연구와 보도에 대한 논란이 촉발될 수 있는 지점이다. 유석춘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참여연대는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시민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동아일보는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8월 3일 삼성그룹내 사외이사 99명, 재단이사 85명, 전 고위공직자 44명, 법조인 28명 등 모두 2백78명의 경력과 직위에 대한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삼성에 취업한 공직자들은 특히 10명 중 8명이 감독기구 혹은 준사법기구 출신이다.
또 지난 10여년 동안 삼성에 취업한 공직자는 총 74명으로 행정부 공무원 47명과 전직 판검사 27명 등이었다. 이중 82.4%(총 61명)가 재경부, 금감위 등의 행정감독기구나 경찰, 검찰, 법원과 같은 준사법기관 출신이다. 행정부의 경우 재경부·금감위·공정위·감사원등 감독기관을, 검사의 경우 특수부 출신처럼 기업 및 경제 관련 수사를 한 경험이 있는 검사들이었다.
한편 보수언론들의 시민단체 문제제기는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양상이다. 지난 4월 전경련 주요 회원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한 경제일간지는 참여연대의 38개 재벌 총수일가 주식거래 분석 발표와 사무실 이전 후원 행사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1월 대한상의 산하 지속가능경영원의 공문을 토대로 환경연합의 기업지속가능경영지수 평가계획을 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하는 것이란 요지의 사설을 썼다가 환경연합이 언론중재위에 이를 제소하자 곧바로 ‘바로잡습니다’로 무마했다.
같은 해 8월에는 2000년 총선연대 활동을 정치활동으로 몰아붙인 조선일보에 대해 법원이 명예훼손 판결을 내렸다.
“의도 상관없이 성숙하게 대응”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동아일보의 보도가 나온 1일 참여연대는 정기 간부회의가 있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동아일보 보도건에 대해 당장 특별한 대응은 자제한다는 입장이 마련됐다.
- 유석춘 교수팀의 자유기업원 발간 연구보고서와 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입장은
△ 엘리트주의 비판 등을 우리도 받아들일 부분이 있다고 본다. 다만 시민단체의 성격이 여러 가지인데 정책중심의 대변형 운동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전문가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참여연대의 역할과 성격을 부정하고 일방적인 해석을 했다.일반 시민의 참여 역시 높여야 한다는 것은 맞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꾸준히 지적돼 와서 최근 몇 년 동안은 회원비중이 높아 지금은 임원 절반에 이르고 있다. 그런 변화 노력도 봐줘야 한다. 임원의 재직기간이 늘어난다는 지적도 이들이 사심을 가진 것도 아니고, 비교할 성격도 아니라고 본다.
- 동아일보 취재 과정에서 연구보고서를 ‘숫자 부풀리기’라고 밝혔다
△ 성찰적으로 바라봐서, 내부의 선 순환적 흐름을 형성해 새로운 자극과 역동성을 만드는 과정일 수 있음에도 공직 참여 부분을 의도적으로 숫자 부풀리기를 했다. 위원회 참여까지 공직이라고 하면 말이 안된다. 국록을 받은 경우에만 엄밀하게 봐야 하는 문제다.전 세계적으로 민관협치(거버넌스)와 관련해 대의적 민주주의 형해화와 국민주권주의 일상적 실현 시스템이 논의되고 있지 않은가. 정부의 정책과정과 입법과정에서 민간의 참여를 높임으로써 문제를 극복하는 추세다. 이를 반영해 위원회가 늘어나고 민간위원의 참여가 늘고 있는데 이를 공직이라고 하는 것은 학자로서의 학문적 엄밀성을 차지하더라도 통계에 문제가 있다. 위원회 참여의 민주적 관점과 긍정적 부분은 사장한 채 권력간 관계라는 일면적인 이야기만 꺼내놨다.
- 이 같은 문제제기가 나온 배경이 있다고 보는가. 또 향후 대응은
△ 삼성보고서 이야기를 하는 것만 봐도 의도는 보인다. 그래서 사안을 종합적이고 엄밀하게 보는 게 아닌 일방향으로 몰아간 측면이 있다. 그런데 또 너무 의도의 문제만 집착해서 ‘결국 용역 보고서 아니냐’는 식으로 대응하기 보다 ‘그렇게 말한다면 충분히 성찰하겠다’는 입장에서 성숙하고 여유롭게 처신하겠다. 보다 명확한 입장은 4일 발표되는 보고서 내용을 보고 결정할 것이다. 정치적 의도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끼워 맞추기식 문제제기에 공격적 비판 대응도 문제일 수 있다. ‘진인사 대천명’ 아니겠는가.
이재환 기자 y2kljh@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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