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설왕설래> 시민단체의 권력화

자유기업원 / 2006-09-05 / 조회: 6,861       세계일보, 23면


21세기는 시민단체의 시대라고 한다. 시민의 지지를 받는 훌륭한 시민단체들이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및 비판 기능을 적극적으로 벌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시대가 된다는 말이다. 시민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직되어 평화적 수단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비정부, 비정당 단체인 시민단체가 국가권력이나 특정 정당 또는 특정 이익단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국민의 권익을 증대하기 위해 참신하게 시민운동을 벌이면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21세기에 시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시민단체가 큰 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도 사회 각 분야에서 시민단체들의 활동 영역은 물론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다. 그러나 시민단체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의 구성이 순수하지 않거나, 이념적으로 편향성을 지니거나, 또는 정치를 지향하는 인물들이 시민단체 활동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운동을 벌여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민단체 ‘참여연대’에 대한 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유석춘 교수 등이 발표한 이 보고서는 참여연대가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인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보다는 오히려 ‘관변화’ ‘권력화’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비판의 골자는 첫째, 참여연대는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연대가 아니라 소수 명망가나 특정 엘리트 집단들이 지배하는 ‘엘리트 연대’라는 것이다. 둘째, 참여연대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들의 정부기관 및 위원회 진출이 두드러져 ‘신권력연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권력연대화의 증거로 유 교수는 1994년 참여연대 창립 이후 전·현직 임원 416명 중 36.1%에 달하는 150명이 청와대와 정부 고위직, 산하 각종위원회 위원 등의 자리를 맡았던 사실을 들고 있다.

참여연대에 대한 이러한 비판에 반론이 제기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시민 누구나 참여하는 개방형 조직이 아니고 소수 엘리트가 주축이 돼 권력과 유착되고 있다면 더는 시민단체로서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석형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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