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9월 발족한 이래 참여연대는 지난 10여 년 동안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시민의 다양한 요구를 집약해 사회적 의제로 제기하는 등 비정부기구(NGO)로서 굵직한 일을 많이 해 왔다. 이런 까닭으로 참여연대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참여연대는 탈선(?)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는 정부와 거리를 두고 견제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 참여연대의 정관도 ‘각계각층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국가권력을 감시’한다고 규정해, ‘비정부성’과 ‘권력 감시 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정관으로 금지하는 ‘공직과 참여연대 임원의 겸직’을 묵인함으로써 스스로 규칙을 깨고 있다.
물론 시민단체라 해서 정치 참여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시민운동의 경험이 공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엔 원칙과 엄격한 자기 통제가 필요하다. 이것이 수반되지 않으면 시민단체가 정당인이나 관료 충원의 기지, 나아가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시민단체는 국민의 편에서 다양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는 이 중에서 최선의 것을 채택해 국가 행정으로 연결하는 방향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래야 관변화 내지 ‘정부단체’화를 피할 수 있다.
그동안 참여연대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유 교수팀의 분석도 참여연대 내 지배구조의 독과점과 신입 회원의 참여 제한성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시민 없는 시민단체’화를 부채질할 위험이 있다. 참여연대의 상업주의와 비대화도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4월 초 참여연대는 ‘후원의 밤’ 행사를 연다는 명목으로 850개 기업과 수천 명의 개인에게 초청장을 보낸 일이 있다. 국내 38개 대기업의 편법 경영권 승계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때였다. 물의를 일으킨 것은 당연했다.
또 3월 방영한 참여연대 관련 ‘KBS 스페셜’을 둘러싸고 이 단체의 비리 의혹에 대한 의도적 삭제 논란과 함께 제작 외압설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사건은 시민단체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참여연대는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에서 국익과 신뢰, 통합보다는 이념과 코드에 치중하거나 진보성과는 무관한 친북 반미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극복되고 개선돼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는 오늘날 ‘제5부’라고 불린다. 정부와 언론이 하지 못하는 일을 능히 감당해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시민단체가 많을 때 21세기 선진 한국, 클린 한국의 건설을 앞당길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재벌 비판에 편승해 성장하고 권력 비판보다 권세를 추구하는 명망가 중심의 지식인 네트워크’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제 시민단체가 자기 점검을 할 때가 됐다. 참여연대도 초심으로 돌아가 순수성, 도덕성, 독립성, 공정성을 잃지 말고 ‘비정부기구’로서의 본연의 사명을 다해 주길 바란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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