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유기업원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서 작성된 연세대 유석춘 교수의 ‘참여연대 보고서’를 몇몇 일간지가 대서특필한 것도 그 전형적인 사례다. 보도의 뼈대는 참여연대 임원 출신들이 정부기관에 대거 진출하여 참여연대가 권력을 비판하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권력기구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단순분석에 기초하고 있다. 지난 12년 동안 참여연대 전·현직 임원 150명이 청와대, 정부고위직, 각종 위원회 등 313개의 자리를 맡았고, 참여연대 임원 출신의 참여는 김영삼 정부 7%, 김대중 정부 36.1%, 노무현 정부 50.5%로 계속 증가한 것으로 제시되었다. 제시된 수치로만 본다면 참여연대가 노무현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무현 정부와 참여연대가 거의 일심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분야 전문 연구자들은 이 보도가 ‘부실한 분석에 기초한 과감한 주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언급된 참여연대 전·현직 임원은 참여연대 활동과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명숙 총리도 참여연대 임원으로 분류되어 있다. 한명숙 총리는 참여연대가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많은 사회운동에 관여하고 있었고, 이후에도 여성단체연합 대표 활동을 하면서 참여연대의 취지에 동조하여 회원이 되었지만 실질적인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총리에 임명된 것도 참여연대 임원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의 여성단체 대표 활동과 장관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이루어진 것이다. 참여연대 조직과 활동에 대한 이해가 좀더 있었다면, 여러 단체에 이름만 걸어놓은 사람들을 마치 참여연대 핵심인물처럼 인식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위원회 참여를 권력기구화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다. 청와대, 국회와 정부 고위직은 권력기구라 할 수 있지만, 위원회는 실제로 권력기구가 아니라 대변기구다. 실질적인 권한도 없고 또 사회의 다양한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이뤄진다. 환경 관련 위원회에는 환경운동단체의 대표가, 여성 관련 위원회에는 여성단체 대표가, 그리고 각종 개혁 관련 위원회에는 참여연대뿐만 아니라 경실련 등 많은 시민단체들의 대표가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위원회에는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재계·언론계·종교계·여성계 등 다양한 집단들의 대표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현대 민주주의 의사결정 방식의 한 형태이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에서도 위원회가 늘어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보도된 내용만 보아도, 보고서의 내용은 문제가 심각하다. 이번 사례는 현실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없이 이루어지는 단순 통계분석이 얼마나 심각하게 현실을 왜곡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사회 현상을 양적으로 분석하기에 앞서 분석 대상에 대한 치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열린사회에서 비판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나 비판은 제대로 된 분석에 바탕을 두어야만 한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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