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하이닉스 공장의 증설 불허 결정을 둘러싸고 구리(Cu)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과연 구리는 인체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정부의 이번 결정에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는가. 경인일보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냉철한 분석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고 판단, 5일 부설 연구기관인 경인발전연구원과 경기Tbroad 수원방송 공동으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과학적 검토를 토대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 사회자(노춘희)=정부는 지난 1월25일 당정협의를 통해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불허방침을 내렸다. 그 사유는 구리를 포함한 하이닉스공장의 배출수가 수질환경보전법과 환경정책기본법에 배치된다는 것이었다. 오늘 긴급 좌담회는 구리가 과연 수질과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정부의 불허 사유가 과연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를 따져보기 위함이다.
먼저 김종찬 원장께서 이번 하이닉스 공장증설 불허와 관련해 전반적인 설명을 한뒤 자연스럽게 토론을 진행하겠다.
■ 김종찬 원장=그동안 경기도에서 하이닉스 공장 증설과 관련해 여러 방면으로 정부에 건의하고 발표회도 많이 했다. 정부는 수질환경보전법을 근거로 구리를 포함한 19종의 특정수질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활동을 하다보면 미량은 배출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상태의 광석이나 하천에도 중금속은 포함돼 있고 우리 일상생활도 노출돼 있다. 그런데 생산활동에서 배출되는 하수에 중금속이 전혀 나오지 말아야 한다면 거의 모든 산업이 제약받을 것이다. 그래서 직접 현장조사도 해봤다. 하이닉스 공장의 방류수는 물론 주변 토양, 그리고 인근 비슷한 공장의 배출수의 구리농도를 종합적으로 검사해본 결과 모든 시료에서 구리가 검출됐다. 남한강 원수, 즉 팔당상수원에 녹아 있는 구리 농도와 비슷했다. 이것은 실제 구리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먹는물의 구리 기준은 1PPM이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배출수의 구리 농도를 0.008PPM, 즉 먹는물 기준의 125분의 1까지 처리할 수 있다. 더구나 이번에 증설할 공장의 방류수량은 하루 3천으로 현재 하이닉스 1일 방류량(3만)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무조건 구리검출은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허용기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에 맞게 공장 증설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 안대희 교수=구리가 함유된 폐수의 처리기술이 어디까지 왔나 볼 필요가 있다. 구리는 중금속의 일종인데 그동안 많은 중금속 제거기술이 실용화됐다. 대표적으로 침전, 응집침전, 흡착, 부유분리, 이온교환, 막분리 등 많은 기술이 보급돼 있다. 특히 구리제거를 위한 특화기술로 응집침전, 초저압 RO막기술 등 효율성과 경제성이 검증된 기술들이 많다. 실제 키스트(KIST)는 하이닉스의 폐수처리공정에서 구리배출량을 0.008PPM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냈다. 기술적으로 구리 처리는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 김충관 처장=수도권의 먹는물이 팔당호에서 거의 대부분 공급이 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한 지역에서 상수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같은 잘못된 상수원 정책 때문에 입지규제, 특정수질유해물질 규제, 공장규제가 발생했다고 본다. 상수원 정책을 변화시키지 않고 과연 지금 얘기되고 있는 여러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질환경보전법 제정시 특정수질유해물질을 누가 정했는지 공개된 바도 없다. 왜 구리가 특정수질유해물질이어야 하는지. 많은 학자들이 구리는 다른 물질에 비해 덜 유해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그렇게 구분이 됐을까. 만약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면 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19개의 특정수질유해물질이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추가돼야 할지 말지도 고민거리다. 그래서 입지규제가 생긴 것이다. 방류수 규제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으니까 입지규제를 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강을 충분히 보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감안해 수질보전 방안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그에 대한 로드맵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외국에서 입지규제를 하고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과연 우리나라처럼 전인구의 절반이 하나의 상수원을 쓰고 있는 나라가 어디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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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순 교수=구리는 특정수질유해물질로 분류돼 있으면서도 굉장히 오묘한 물질이다. 우선 사람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필수원소다. 보통 사람이 하루 2㎎정도를 먹어야 제대로 생활할 수 있다. 그런데 구리는 많이 먹으면 몸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과다섭취로 문제가 난 적은 거의 없다. 또 축산사료에도 구리가 함량돼 있고, 축산폐수에도 상당히 많은 구리가 검출된다. 현재 남한강을 포함해 전국 하천의 구리농도는 0.025PPM정도다. 먹는물 기준은 1PPM이다. 따라서 1PPM보다 적으면 사람이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오묘한 것은 사람에게는 1PPM 정도까지 괜찮지만 물고기에게는 0.1PPM에서도 독성이 나온다. 특히 어린 치어들은 0.015PPM 정도에서 독성을 나타낸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구리를 특정수질유해물질로 분리하는데 사람이 먹는 물 때문이 아니고 생태계 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전국 하천·호수 수질기준에는 구리 항목이 없고 상수원의 먹는 물에만 기준이 있다. 실제로 관리해야할 데는 관리하지 않고 관리하지 않고 높은 농도까지 괜찮은데는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에서는 하이닉스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하루빨리 잘못된 수질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 최승노 실장=이천에서 반도체 공장이 불허된 것은 다른 지역에 공장을 유치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것 같다. 반도체공장 만큼 사실은 환경친화적인 산업 공장은 없다. 1차산업, 광업, 농업, 제조업을 30년 가까이 경험했지만 반도체만큼 오염물질이 적은 산업은 거의 없었다. 반면 부가가치는 상당히 높다. 그래서 서로 유치하려는 마음에서 이런 문제가 생겼고 정부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니까 구리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기업이나 국민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규제로 공장을 허용하지 않으면 기업이 이 땅에서 생활할 수 없다. 특히 우리 사회는 대기업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사실 큰 공장일수록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 아주 심각할 정도로 관리한다. 그래서 작은 기업보다 큰 기업이 환경물질을 보다 철저히 관리하고 감시한다. 오히려 축사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등이 심각한 수준인데, 이런 사회는 이런 부분에 대해선 관심도 적고 관용적이다.
■ 사회자=그렇다면 외국에서는 구리 배출 기준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봅시다. 또 제도적으로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제시해 달라.
■ 김종찬 원장=미국, 독일, 일본을 예로 보면 미국에서는 상수원 보호구역이나 특별대책지역에서 조건부 특별허가를 내고 있다. 독일에서는 해당 공장에서 수질보전대책 계획을 수립한 후 허가하고, 일본은 기존 다른 시설보다 2~10배 강화된 기준을 설정해 놨다. 어쨌든 일정 기준을 준수하면 허용해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산업입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예는 없다.
■ 안대희 교수=어떤 물질 자체를 특정수질유해물질로 볼 것인가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고 다른 하나는 하천에서 수생생물에 미치는 영향이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천에서의 구리는 하천수가 어떤 상태, 즉 경도나 유기성 탄소 양이 얼마냐에 따라 독성이 달라질 수 있다. 구리의 수질환경 기준을 잡으려면 구리에 대한 새로운 독성자료를 경도나 유기탄성농도 등과 연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인체 뿐만 아니라 수생식물 보호를 위해서도 우리 하천수의 특성에 맞는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
■ 박석순 교수=생태환경의 보전을 위한 환경정책기본법에는 구리 기준을 집어넣고 먹는 물의 보호를 위한 수질환경보전법에서는 구리를 특정수질유해물질에서 빼야 한다. 환경정책기본법에서의 구리 기준은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해 0.1PPM정도로 정하면 적당할 듯 싶다. 특정수질유해물질은 상수원 관리에 필요한 것인데 구리는 상수원보호보다 생태계 관리에 필요하기 때문에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먹는 물은 원래 정서적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는 정서의 덫에 걸려 있다. 미국에 이런 사례가 있다. 돈을 아주 많이 들여 처리한 화장실 물과 록키산맥 물을 갖다놨다. 사실 수질은 화장실 정화수가 더 좋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화장실 처리수를 마시지는 않았다. 그만큼 정서적인 것이 있다. 현재 구리 불허의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모두 정서의 덫에 걸려 있다. 구리 배출에 대한 정서적 덫을 걷어낼 수 없다면 처리한 물을 토양에 침투한다든지, 침전지로 보내는 방법도 있다.
■ 최승노 실장=구리는 조상들이 놋그릇을 만드는데 사용했듯이 일상생활에 늘 있는 물질이다. 그렇게 염려할 만한 물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규제로 남아있는 것은 유감이다. 하이닉스 공장 증설을 위해서나 앞으로 많은 기업의 생산활동을 위해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또 기업이 어느 지역에 위치할 것인가는 기업 자신이 판단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폭넓은 인재를 활용할지는 기업이 알고 있다. 기업이 그런 것을 결정하기 보다는 국민정서나 정치적 이유에 의해 결정되면 효율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큰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환경이 아니라 정치적인데 있다.
■ 김충관 처장=몇년전 불소와 관련된 논란이 되풀이되는 듯한 느낌이다. 구리가 사람에게 필수 영향소이기 때문에 방류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하천에 방류될 때 어떤 문제가 생길지 충분한 조사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남한강에 구리가 배출됐을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환경부와 국회에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적인 문제로 환경문제를 접근해서는 안된다. 환경적인 문제에서 수질기준과 특정수질유해물질 규제를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최근 논의는 경제적 접근으로 환경문제를 풀려는 경향이 있다. 인체, 하천 수생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서 굳이 특정수질유해물질로 분류할 필요가 없다면 합의를 통해 빼면 된다. 또 구리 기준이 없다면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
■ 사회자=마지막으로 간단히 정리해 달라.
■ 박석순 교수=환경정책을 세우는데 너무 환경에 대한 지식이 없어 다른 나라에서 보면 코미디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먹는 물 보다도 100배나 더 깨끗하게 처리해서 버리겠다는데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학보다 정서가 앞서 있는 것이다. 대안으로 하이닉스를 허용하되 주변에 구리가 함유된 폐수들을 사들여 함께 처리하는 방식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또 토양침투나 토양습지를 활용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팔당상수원을 직접 취수가 아닌 간접 취수로 전환해야 한다. 강가에 우물을 파면 강물보다 훨씬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 . 이런 간접취수로 가야 한다. 환경을 지키는 문제와 국토를 균형발전 하는 것은 분리시켜야 한다.
■ 김충관 처장=구리에 대한 수질기준이 필요하다. 구리만 수질기준이 없으니 어떻게 정할지 환경학자, 환경단체, 환경부가 모여 머리를 맞대야 한다.
■ 최승노 실장=환경과 경제는 사실 떼어서 말하기 어렵다.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될수록 환경은 깨끗해진다.
■ 안대희 교수=하이닉스와 관련해 지켜야할 보호 가치들은 크게 세가지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이윤 추구, 이천시 입장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그리고 환경적 측면에서는 상수원 보호다. 물론 국가균형 관점도 중요하다. 이런 가치들 모두 만족하기 위해선 일단 구리에 대한 수질기준을 정해 이천공장은 허용돼야 한다. 그리고 방류수는 한강수계가 아닌 다른 곳으로 빼는 방법을 검토하면 된다. 그 지역에는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또 균형발전 차원에서 이천의 과밀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염총량제 도입으로 충분히 견제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