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차례 집권한 민족사회주의, 과격화로 치달아"
▲ 10일 열린 '한국의 자유주의' 세미나에서, 소설가 복거일(왼쪽 두번째) 씨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발표에 앞서 "자유주의 적(敵 )들이 '자유'란 단어를 가져 갔다"고 말했다.ⓒkonas.net
복거일(소설가) 문화미래포럼 대표가 "자유주의를 위협하는 '민족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1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자유기업원 주최의 '한국의 자유주의'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복거일 대표는 '자유주의의 진화와 미래'라는 주제로 화두를 던졌다.
그는 '한국 민족사회주의의 뿌리'와 관련, "반세기가 넘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두드러진 추세 가운데 하나는 '이념적 좌측 이동'"이라며 "특히 압제적 군부 정권들 아래서 체제에 실망한 사람들은 마르크스주의로 향했고 젊은 세대들의 좌측 이동은 특히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동유럽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으로 드러내놓고 마르크스주의를 추종할 수 없게된 이들에게 이후 '민중주의'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1997년에 "좌파정권"이 들어서 이념을 정책들로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되자 민중주의 사조가 변태해 '민족사회주의'가 되었다고 했다.
이와함께 민족사회주의가 '악마화된 적들'을 자양분 삼아 자라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부의 적들은 친일파·군부정권이었고 외부의 적들은 일본과 미국이었다며, "거센 반일감정과 반미감정이 없었다면 민족사회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빨리 득세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복거일 대표는 "우리 사회의 민족사회주의는 예측가능한 미래까지는 점점 과격해질 것"이라며 "자유주의 이념, 자본주의 체제, 법의 지배와 같은 우리사회의 근본적 원리와 질서에 대한 공격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민족사회주의는 두 차례 집권했으므로 '팩스턴의 마지막 단계'(장기집권을 통한 과격화 등)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며, "과격화는 궁극적으로 파멸로 이끈다. 과격화가 진행되면 합리적 판단이 설 자리는 빠르게 줄어든다. 원래의 목적까지 시야에서 사라지고 오직 과격화 자체의 운동량만이 남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득세한 민족사회주의의 거친 공격'이 결국은 이념문제이며, 이는 '이념'으로 맞서는 것이 "자유주의자들의 과제"라고 했다. 자유주의 이념이 민족사회주의 이념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민족사회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의 대립은 본질적으로 이념적 싸움임을 온 사회에 알려야 한다"며 "널리 흩어지고 서로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현상들과 정책들을 한데 모아 그 바탕에 민족사회주의라는 이념이 있음을 보여주는 일은 긴요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렇게 함으로써 자유주의자들은 이념적 싸움의 전선이 어디에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드러낼 수 있고, 민족사회주의자들에게 그들의 정체를 드러내도록 강요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으로 "자유주의자들은 민족사회주의가 대한민국의 기본이념과 구성원리에 전혀 맞지 않는 이질적 이념임을 지적해야 한다"며 "이질적 이념을 정책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지금 우리사회가 맞은 어려움의 근본적 원인임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지금 집권세력에 적대적이거나 회의적인 다수의 사람들도, 경제정책만 바꾸면 어려움이 사라지리라고 여긴다"며 "근본적 문제가 이질적인 이념을 도입하려는 시도이며, 경제적 어려움을 포함한 다른 문제들은 모두 그런 근본문제에서 파생된 부차적 효과임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 이날 토론회는 자유기업원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konas.net
계속해서 "이념적 싸움을 경제적 논점으로 축소하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며 "그렇게 싸움이 축소되면 집권세력에 의한 이질적 이념의 도입이라는 진정한 문제는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복거일 대표는 "'사람다운 감정과 행동'은 우리가 당연히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애써야 비로소 이룰 수 있는 가치"라며 "자유주의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말로 발표문을 마무리 했다.(konas)
김남균 코나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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