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 의원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가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사단법인 설립 기념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날 행사는 '친이(親李)계'인 박찬숙, 이재웅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발전연 주최로 열린데다 캠프 좌장인 이재오 최고위원, 캠프 선대위원장 내정자인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이 전 시장의 캠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있는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캠프 행사를 방불케 했다.
이런 행사에 최근 경선 룰을 놓고 이 전 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가 벌이고 있는 신경전의 중간에 서있는 강 대표가 참석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갖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특히 지난 4자회동 이후 박 전 대표측에서 강 대표가 내놓을 '중재안'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만남이 이뤄져 이 전 시장과 강 대표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더욱이 이날 강 대표가 축사에서 이 전 시장에게 "금년 정치가도에 행운이 가득했으면 좋겠다"며 덕담을 건네고, 이 전 시장도 "당이 어려울 때 강 대표께서 직접 와서 축하해 주셨다"며 화답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 대표측이나 이 전 시장은 손사래를 치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당 관계자는 "발전연에서 여러 차례 요청이 있어 강 대표가 단순히 축하 차원에서 간 것"이라고 말했고, 이 전 시장측 관계자도 "이미 오래전부터 참석이 예정돼 있던 행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행사 초반부터 옆자리에 앉아 때때로 귀엣말을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경선 룰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부 행사가 끝난 뒤 자리를 떠나면서도 경선 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 전 시장은 "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으며, 강 대표도 "(중재안에 대해) 생각할 여가가 없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기다려달라"며 언급을 피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단기적 국제정치 변화에 너무 이리저리 휩쓸릴 필요는 없다. 최근 한나라당이 갑자기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꾼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 같은 행태의 전형"이라고 지적한 뒤 "좀더 시간을 두고 상황을 관찰하며 어떻게 국가안보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지 생각해 상황에 대처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도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혁명적으로 변하다 보니 수권야당을 자임하는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겠다며 갑론을박을 시작했는데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 "낡은 반공주의 대(對) 아류 햇볕정책이라는 '오답 택일형'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특히 "대선을 겨냥한 정책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재보선 참패를 탈출하기 위한 얄팍한 성형수술로 치부되기 십상"이라며 원색적인 용어로 비판했다.
이밖에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최근 북한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집권할 때에도 친북세력을 재야권으로 보호하고 과거처럼 우파정부의 대북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계책을 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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