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 공무원들이 모여 수시간 토론 끝에 규제 1개를 줄이는 동안 다른 부처에서는 공무원 1명이 몇분 만에 규제 2개를 만들고 있다.”
규제를 줄이기보다는 하나라도 더 늘리려고 하는 공직사회의 ‘규제 만연’ 풍조를 빗댄 얘기다.
정부가 말로는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규제를 ‘공무원의 파워’로 생각하고 거들먹거리는 공무원들을 대하다보면 사업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진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이중삼중의 부담을 주고 있는 기업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은 기업부담 감축 중” = 네덜란드는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인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네덜란드는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이른바 행정부담 완화작업에 돌입했다. 정부가 요구하는 각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민간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작업이었다.
네덜란드 정부가 규제비용을 계량화한 표준비용모델(SCM)을 활용해 2003년 중앙정부 규제로 인한 행정부담을 측정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기업이 연간 부담하는 행정비용이 무려 163억유로(약 20조원)에 달했던 것. 재무부 등 4개 부처가 행정부담의 75%를 점유하고 53%의 행정부담이 10개 법률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네덜란드는 즉각 2003년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하는 기업의 행정부담을 2007년까지 25% 줄이는 것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이를 통해 2003~2006년 40억유로(약 5조원)에 이르는 기업의 행정부담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네덜란드 재무부는 기업설립 신고를 온라인으로 가능토록 간소화했고, 근로소득세와 근로자 사회보험료 징수절차를 통합했다. 이 같은 네덜란드의 성공에 힘입어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SCM을 도입, 기업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행정규제는 계속 증가” = 한국행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정규제 총량은 노무현정부 들어 지난해까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문별 행정규제 총량은 1998년 1만717건에서 1999년 7127건으로 떨어졌다가 2003년 7836건, 2004년 7846건, 2005년 8017건, 2006년 8083건 등으로 늘어났다.
자유기업원은 “특히 기업 관련 부처인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등록 규제는 노무현정부 들어 한 해도 빠짐없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적했다. 자유기업원은 “노동 규제, 경제력 집중억제 규제, 수도권 규제 등 기업을 옥죄는 핵심 규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거나 강화됐다”며 “우리나라의 기업 활동 규제 수준은 미국·영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주요 경쟁국인 일본·싱가포르·홍콩 등에도 크게 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유기업원 관계자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상호출자 금지, 출자총액 제한, 지주회사 설립 금지, 특정업의 진입 금지 등 기업을 압박하는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보다 시장 규율을 중심으로 규제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친시장적이고 효과적”이라고 말했다.세계은행이 175개 국가를 대상으로 매년 발표하는 사업환경지수(2006년 기준)에서도 한국은 특히 창업(116위), 고용(110위), 재산등록(67위), 투자자보호(60위) 등 항목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곤기자 k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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