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12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정책’이 경제적 실속을 확대하기 보다는 정치ㆍ외교적 과시용으로 변질되면서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유기업원(원장 김정호)은 23일 노무현 정부정책 평가 시리즈인 ‘정치논리에 빠진 참여정부의 동북아 경제중심 정책’(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보고서를 내고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고 낮게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념, 경제정책 , 외교ㆍ안보, 공공 및 정부부문, 정치, 교육, 노동, 문화 등 총 17개 주제에 걸쳐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현 정부를 평가, 차기 정부에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작성된 것.
보고서는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비즈니스허브 발전전략 구상에 중장기 동북아 지역협력 목표를 추가하면서 정치ㆍ외교적 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중심을 구축해야 하는 것으로 내용이 변경됐다”면서 “이에 따라 동북아 경제중심 정책은 선의의 역내 지역협력 의지로 보이기보다는 우려의 대상으로 비춰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노무현 정부 인수위원회의 백서가 동북아시대가 도래했음을 전제로 ▲경제적 측면을 초월, 변방의 역사를 극복하고 ▲자주적 역사를 창출하는 계기로 만들며 ▲아시아의 번영과 통합의 질서를 구축해 EU와 같은 지역통합과 지역공존적 발전을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도모해야 함을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확고한 경제중심 역할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이 동북아시대 개척의 선결과제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는 정치ㆍ외교적 개념이 경제개념보다 상위 목표로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같은 경향은 노무현 정부 출범 후 발족한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와 동북아위원회를 확대개편한 동북아시대위원회를 통해 정치화 경향이 더욱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고서는 “경제문제에 초점을 맞춰 우리 경제의 내부개혁을 가속화시키고 비즈니스허브로 발전시켜 경제적 실속을 확대해 나가야 할 정책이 의도와는 달리 대외 정치ㆍ외교적 과시용으로 변질되어 중국과 일본이 한국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과 반발을 불러왔다”고 꼬집었다.
특히 보고서는 동북아시대 홍보책자를 바탕으로 남북관계의 점진적 개선에 무게를 두고 동북아시대 구상 실현을 위해 중장기 대외전략 수립, 남북관계 중장기 발전,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동북아 경제협력, 동북아 사회문화협력 등을 제시했으나, 실제 경제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본래 취지를 상실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 FTA 추진, 경제자유구역 설치 등 일부에서는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시설인프라, 의료, 교육 등 관련 법안들의 처리가 여전히 늦어지고 있어 실효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경쟁력보고서에서 2006년 한국 경제자유도는 46위로 4년 전인 2002년 32위보다 14위나 하락된 것을 예로 들면서 “많은 규제와 후진적 노사문화로 오히려 국제경쟁력 지수와 기업환경이 더 악화된 만큼 외국의 선진교육과 의료기관이 국내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정치적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동북아 금융허브와 같은 정책의 경우 동북아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구체적 목표가 제시되지 않고 개방된 환경을 조성할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데도 정치ㆍ외교적 목표까지 거론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원화의 태환성 제고, 해외금융시장 및 금융기관간의 연계강화, 금융전문인력의 육성, 금융관련 법률체계의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정치ㆍ외교적 관점보다는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과 같이 경제적 성장을 통해 주변국가와 공존번영하는 국가생존전략이 현실적”이라면서 “주변국에 비해 국력이 약한 우리나라가 오히려 상대국을 자극할 수 있는 국가적 전략을 내세우기 보다 물류, 금융, 다국적 기업 지역본부, 첨단산업을 육성시킴으로써 성장동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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