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장경제 어디까지 왔나
10월 발효 물권법 또다른 실험
통제불구 시장경제화 가속페달
對韓FTA체결 적극 추진 예상
“정부개입 축소 등 제도화 필요”
9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와 함께 경제개발을 본격화한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비로소 세계 시장경제 체제의 울타리 속으로 들어왔다. 이후 연평균 10%에 가까운 고공성장을 지속하면서 WTO 가입 4년 만에 세계 4위의 경제대국, 세계 3위의 무역대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외형적인 경제성장 외에 오는 10월부터 사유재산 인정과 보상 원칙을 포함하는 물권법(物權法)이 발효돼 중국식 사회주의와 시장경제에 또 다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중국의 시장경제와 개방의 정도는 과연 어느 수준까지 와 있으며 향후 중국이 진정한 시장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중 수교 15년을 맞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이에 헤럴드경제와 자유기업원은 지난 23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중국의 시장경제,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 아래 19명의 경제 및 법률 전문가와 함께 중국의 시장경제를 해부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면서 개혁개방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국가통제에 따른 불확실성과 계획경제의 비효율성이 여전한 만큼 경제정책이나 법적 측면에서 이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향후 대외개방과 외국인 투자유치 등의 노력은 지속되겠지만 이는 철저히 중국경제의 이익에 기반해 진행될 것으로 분석했다.
▶국가통제 아래 선별적 개방=전문가들은 높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사회주의라는 국가 이데올로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선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경원 대진대 교수는 “중국은 개방 초기 부족한 외화와 기술을 얻기 위해 개방이 비교적 덜 선택적이었지만 이제는 1조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와 기록적 무역흑자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저부가가치와 환경오염형 가공무역을 제한하거나 증치세의 환급률을 업종에 따라 차등화하는 등 개방이 선택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강위석 경제평론가는 “중국에서의 개방과 자유의 신장은 괄목할 만하지만 이러한 진전은 정부가 가늠하는 필요성과 제어능력에 한계를 두고 있다”면서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개방이나 개방 자체를 정부가 제어할 수 없는 정도의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외국자본 유치에 대해 조전혁 인천대 교수는 “중국은 이제 넘쳐나는 달러가 문제가 될 정도로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갈증이 없다”면서 “이제는 중국경제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냐 여부에 따라 선별적으로 외국자본의 투자를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 같은 선별적 외자유치 전략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의 세계시장 편입이 가속화하면서 향후 중국의 시장 개방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또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 개방 문제에 있어서 향후 중국은 한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규 전 대구대 총장은 “한.중 FTA가 체결되면 북한도 경제협력에 적극 참여할 수 있고 남북한 경제공동체 건설은 물론 남북한 통일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진영 인제대 교수는 “중국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와 FTA를 체결해 자국시장의 반응을 점검한 뒤 강대국과 FTA를 추진하려 할 것”이라며 “한국과의 FTA도 향후 일본 및 미국 등과의 FTA 추진과 정치적 이유 등으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 개입 줄이고 재산권 보호 안정성 높여야=중국이 진정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외국인 투자재산 등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중국은 1980년 사회주의 경쟁을 도입했으나 행정독점, 지역독점 등 여전히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면서 “최근 마련된 반독점법은 과거의 반경쟁적 병폐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을 처벌하는 식으로 변질되는 등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 역시 “사회주의적 통제 의식과 관행, 제도 등이 불식되지 않으면 높은 경제성장률로 인해 중국의 경제체제는 권위주의적 자본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권 보호와 관련해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외국인 투자와 재산권 보호에 대한 중국정부의 시각을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질서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중국의 재산권 보호 수준도 문제지만 보호가 장기적.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독립성 제고 역시 향후 중국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정기화 전남대 교수는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률 제정과 이의 유효성을 보장할 수 있는 독립된 사법부가 존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수근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이 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 재산권 보호에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문제는 지적 소유권 분야인데 아직 단속이 미흡하고 보생액도 낮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극복할는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톈진(天津)=안현태 기자(pop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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