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 관리자급 약 100~130명을 정리하고 이들 인력중 일부는 벤처기업 형태로 회사에서 분사시키는 방법을 검토중.’
요즘 시중에 나돌고있는 ‘사설 정보지’에 실린 일부 내용들이다. 속칭 ‘찌라시’라고 불리는 이들 정보지는 내용 대부분이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카더라’통신에 의존하고 있지만 시중의 관심사나 현안을 일정 부분 엿볼 수 있는 ‘거울’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요즘 산업계의 핵심 현안중 하나는 구조조정을 통한 조직 슬림화다. 삼성그룹은 올 상반기(1~6월)에만 무려 6조7000억원의 세전이익을 거뒀음에도 강도높은 ‘군살 빼기’ 작업을 펼치고 있다. 그룹의 얼굴인 삼성전자는 스피드와 슬림화, 효율 등이 생명인 정보통신업계 특성을 감안해 조직 자체를 ‘애니콜 모드’로 바꾸는 조직개편안을 지난 1일자로 단행했다. 부서 통폐합 등으로 조직 안팎의 ‘거품’을 거둬내는 과정에서 일부 임원 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천하의 삼성그룹이 이럴진대 다른 기업이라고 조용할 리 없다. 포스코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광양제철소 운전·정비 부문을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최근 단행한 것을 비롯해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도 조직내 거품과 군살을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당장이야 별 문제는 없겠지만 앞으로 밀려올 급속한 변화에 대비해 지금부터 단단히 ‘몸 만들기’를 해놓지 않으면 한 순간에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서울시가 앞으로 3년간 서울시 공무원중 13%를 감축키로 하는 등 작고 효율적인 지방정부를 만들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불뚝한 배를 두드리며 나홀로 ‘풍년가(?)’를 부르고 있는 곳이 있다. 중앙정부 조직이 그것이다.
정부는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9개 중앙부처 공무원 363명을 증원하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올해만 공무원 1만4000여명이 늘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던 지난 2003년 16조8000억원이었던 공무원 인건비는 올해 21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정부는 이같은 공무원 대폭 증원을 놓고 “필요한 일이 늘어나고 있고, 이런 부분에 쓸 사람은 써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없는 살림에 꼬박 꼬박 세금을 내 공무원 월급을 뒷감당해야 하는 국민들 입장에선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고마운 대통령(?)’ 만나 얼떨결에 조직을 크게 늘린 공무원들 입장에선 자연히 ‘밥 값’을 한답시고 시장에 대한 간섭을 늘리고, 이는 곧 민간부문의 뒷다리를 잡는 독소로 작용한다. 말로는 규제개혁을 외치면서도 지난 2003년 7839건이던 기업규제가 2006년 8084건으로 늘었다는 사실(자유기업원 ‘구호에 그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보고서)은 ‘큰 정부’의 업보인지도 모른다.
민간기업들이 긴장속에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하고 있는 까닭은 소비자와 시장의 평가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소비자(국민)의 정례평가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선거가 99일 앞으로 임박했다. 집권 4년동안 국가부채를 150조원 가량 늘리면서 공무원 조직을 고도비만 상태로 탈바꿈시킨 현 정부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사뭇 궁금하다.
[[김병직 / 경제산업부차장]] bj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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