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업의 사례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들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몸집 불리기’에 치중했던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내실 경영’으로 돌아섰고, 소유경영 위주에서 주주이익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바뀌면서 기업투명성도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주를 의식한 단기 실적 및 경영권 방어를 위한 보수경영에 급급한 나머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한국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던 공격적인 경영은 실종되고 말았다.
◆건전해진 재무상태, 저성장의 늪=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들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끝에 재무구조 부문 성적표에서 ‘우수’를 받았다. 외환위기 당시 400%에 달하던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99%로 급감했다. 미국(131.5%), 일본(232.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도 끊어져 SK·LG·두산 등 주요 그룹들이 잇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사업구조도 문어발식 경영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전문화됐다.
‘거수기’로 불렸던 이사회 기능이 강화되면서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개선되고, 주주 이익 실현이 최대 가치로 떠오르면서 공시를 통한 정보공개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해졌다.
하지만, 주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자본이동이 자율화되면서 기업의 지배력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과감한 투자나 공격적인 경영을 회피하고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경향을 나타냈다.
그 결과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유기업원이 최근 전국 경제학과 교수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저성장’을 꼽았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박사는 “부채비율이 크게 감소한 것은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자본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갖고 있던 자산을 팔아 부채를 줄였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겉으로 재무 건전성은 좋아졌지만 성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운 게 아니라 굶어서 살을 뺀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다.
◆성장동력을 키워라=외환위기로 인해 나타난 지나친 기업들의 ‘몸사리기’가 자칫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재무 건전성이나 경영의 투명성 등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이 ‘돈’은 쓰지 않으면서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필요한 성장 동력이 떨어져 쫓아오는 중국과 앞서가는 선진국 사이에서 언제 낙오될지 모른다는 경계감이 팽배해 있다.
기업들은 ‘외환위기 졸업장’을 받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유가와 환율, 금리 등 대외 변수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내성을 키우기 위해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신수종사업 발굴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고 새로운 차세대 먹을거리 찾기에 나섰다. 현대·기아차그룹도 2010년까지 총 6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이 중 절반인 300만대를 해외에서 생산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 도약의 사활을 걸고 있다.
LG그룹은 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태양광사업에 진출했으며 LG전자의 시스템에어컨사업, LG필립스LCD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통신분야의 유비쿼터스 사업 등을 강화했다. SK그룹은 ‘무자원 산유국’의 신화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전 세계 14개국 26개 광구에서 생산 및 탐사활동을 진행하며 에너지 메이저사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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