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는 2011년까지 전체병력을 7만4000명 늘어난 54만7000명까지 증원시키고, 해외 주둔군을 재배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병력 재배치안은 지난 2004년 부시 미 대통령이 공식 발표한 ‘전 세계적 방어태세 재검토 계획’(GPR-Global Posture Review)을 확정지은 것으로 냉전시대 서유럽과 동북아 지역을 중심으로 배치했던 해외 주둔 미군을 크게 줄이고 새로운 전략 거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현재 6만 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는 독일 주둔 2개 여단 병력의 경우 1개 여단은 2012년, 다른 1개 여단은 2013년에 각각 철수할 예정이다. 이후 유럽에는 독일과 이탈리아에 각각 1개 여단, 총 3만7000명가량이 주둔하게 된다. (미 뉴욕타임스 12월 20일 보도)
주일미군 재배치와 주한미군 감축·재배치의 상관관계
이와 함께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는 일본 가나가와 현에 주둔한 자마기지(CP Jama)를 제1군단 전진사령부로 이름을 바꿔 아시아의 핵심 작전 허브로 격상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1군단 사령부는 현재 미 서부 워싱턴 주 포트루이스(Fort Lewis)에 있지만 전진사령부(FOB)는 긴급 상황 발상 시 지휘 네트워크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제1군단 사령부의 일본이동은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교도통신은 지난 2일자 보도에서 미1군단 전진 사령부(FOB) 휘하에 주한미군이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經) 신문은 최근 보도에서 미일 양국정부가 주일미군 재배치와 관련해 이미 △주일미군 도쿄 소재 요코다 비행장을 항공자위대와 공동 사용, 미사일 방어를 위한 공동작전센터를 설치하고 △미 본토의 육군 제1군단사령부를 자마기지로 이전 배치, 미래형 사단(UEx)으로 운용하는데 사실상 합의했다고 전한 바 있다.
신문은 또 자마기지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한반도 유사시 미 본토 등에서 실전부대가 파견 됐을 때 작전을 지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한미연합사령부(CFC)의 해체로 볼 수 있으며, 주한미군의 추가감축과도 연계되어 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측은 23일 미국의 병력배치 개편 안이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군 당국이 병력배치 계획안을 공식적으로 확정하거나 발표하지 않았다”면서 “만약 병력을 재배치하는 계획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할로란 기자 “주한미군, 전원철수 검토하고 있어”
미국은 한국정부와 합의에 따라 내년 9월 말까지 주한미군 1만2천500명을 감축, 2009년부터는 2만5천여 명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주한미군 고위관계자들은 추가 감축 가능성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주한미군 병력은 지난 2004년 8월 이라크로 차출된 미 2사단 3천600명을 시작으로 5천명이 1단계로 철수했고, 2단계로 2005년과 2006년 각각 3천명과 2천명이 빠져 나갔다. 마지막 3단계인 2007∼2008년 9월말 사이에는 2천500명이 감축될 예정이다.
문제는 2009년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이와 관련, 미국의 대표적 군사전문 언론인인 리차드 할로란은 최근 칼럼에서 “주한 미군이 2008년 이후에는 소규모 상징적인 부대만 남겨 놓거나 ‘전원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언급한 바 있다. (2006년 7월 29일 프리존뉴스 단독보도)
할로란 기자는 지난 2003년 주한미군 감축을 최초로 보도했던 인물로 당시 미 국방부와 한국정부는 그의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 주한미군은 수차례에 걸쳐 병력을 감축, 그의 발언은 사실로 입증됐다. 할로란 기자가 언급한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여파로 육군과 공군의 밀집도가 약화됐다. 현재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미군은 모든 경우의 우발적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미 주한미군의 일부 병력이 이라크로 차출된 상태이며 더 많은 병력이 이 지역으로 파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유사시 북한의 공격이 있을 경우 미국으로부터 최소한의 도움만 받고서도 자체 방어가 가능하다. 윌리엄 팰런 미 태평양 사령관은 “한국은 북한의 공격을 자체 방어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에 최소한의 도움만 제공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촉발된 한국의 ‘반미주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의(CRS)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쉬 박사는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 한국인 다수가 주한 미군의 철수를 지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한국 정부는 또한 미국의 강경한 노선과는 달리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동시에 미국의 잠재적 경쟁국인 중국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아시아에서 미국의 제1우방 국가인 일본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 이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 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전력 증강에 사용될 110억 달러의 예산은 미군의 주요 거점 기지가 될 괌(Guam)에 전용될 것으로 여겨진다.
할로란 기자의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할 자료가 또 하나 있다. 지난 2006년 7월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일본에 주둔하게 될 미1군단 아래에 배치할 것 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바로 그것.
미 CRS 보고서 “주한미군 사령관 계급 낮출 수도”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쉬 선임연구원이 미 의회에 제출한 이 보고서는 “미 국방부는 한국에서 미국의 역할을 낮추는 방향으로, 군사 지휘구조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 계획은 주한미군을 격하시켜 일본으로 이전 예정인 미1군단 하에 두는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이어 “이것은 명백하게 현재 4성 장군이 맡고 있는 주한미군 사령관의 계급을 낮추는 것을 포함할 것이다. 또 이런 계획은 6.25 당시부터 4성 장군에 의해서 지휘 받아 온 유엔사령부(UNC)의 변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주한미군이 ‘완전’ 또는 ‘부분’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공개적으로는 한미간 일치를 보이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와 국방부는 군사협력과 주한미군을 줄이는 방향으로 동맹구조의 변화를 추구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주한미군의 재편이 한국의 정권교체와는 별개로 현 정권이 추진해온 계획대로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알렉산더 버시바우(유태계, 미 외교관계협의회-CFR 멤버) 주한 미 대사는 지난 최근 강연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군 전환 문제는 “한미양국이 이미 합의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재협상 가능성이 없음을 밝혔다.
버시바우 대사는 “우리가 전작권 전환까지 5년이라는 기간을 둔 것은 이양작업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한 것”이라며 “우리가 (이양)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여기에 연합작전능력 대한 검토가 지속해서 이뤄질 것이고,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핵문제와 관련, “부시 대통령의 임기 내에 비핵화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2009년까지 수순을 밟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북한 핵 문제
이 같은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 5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통해 친서를 김정일에게 전달했다. 부시는 친서를 보낸 직후인 6일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7일에는 일본 수상에게도 북한 핵 관련 친서를 보냈다.
상당수의 대북전문가들은 2.13합의 이후 북한 핵문제 해결에 상당히 낙관적인 기대를 해왔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은 핵 폐기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핵 폐기와는 별 관계가 없는 영변 핵 시설 불능화에 거의 반년 이상 약속을 지연 시켰다.
부시는 친서를 통해 김정일에게 ‘연내(12월 31일) 완전한 핵 신고를 촉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미국이 북한에게 요구하는 것은 고농축 우라늄(HEU)을 통한 핵무기 제조 시설을 신고하라는 말이다.
지난 2002년 10월 발발한 제2차 해 위기의 본질인 우라늄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을 성실하게 신고하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NYT)는 부시 대통령의 친서가 그동안 김정일 정권이 제조한 핵탄두 수와 무기급 핵물질 총량, 어떤 핵물질과 기술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고 받았는지 등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정일이 부시 대통령의 요구를 충족 할 정도로 핵시설을 신고하고 핵 폐기에 성의를 보인다면 북한 핵문제는 리비아 핵문제 해결과 유사한 경로로 진행 될 것이다. 리비아는 체제 전환은 없었다. 그러나 북한은 체제의 전환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북전문가들은 김정일 정권의 북한이 과연 이 길을 따를 수 있느냐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프랭크 칭 재팬 타임스(Japan Times) 칼럼니스트는 “문제는 김정일이 얼마만큼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시인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김정일은 일본과의 관계가 좋았던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전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며 13명의 일본인들을 납치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일본은 당시 이 문제를 뒤로 묻어두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했지만 일본인 납치자 문제는 이후 일본의 대북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로 급부상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13명의 납북자 이외에 더 많은 수의 일본인들이 북한 정권에 의해 납치됐다고 판단, 이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김정일은 자신의 비밀스런 핵 프로그램을 공개하기 보다는 미국에게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프리존뉴스 12월 18일자 보도)
한편, 국제정치전문가이자 군사전문가인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지난 2004년 미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웨슬리 클라크 예비역 대장의 발언을 인용, “미국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는 북한·이란·이라크”라며 “이라크의 핵문제는 없는 것으로 끝났고, 이란의 핵문제는 과장 된 것으로 밝혀졌으니 이제 유일하게 남은 것은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불능화라는 별 의미 없는 제스처를 받아들인 것은 완전한 핵 폐기를 향한 장정의 시작”이라며 “부시가 북한에 보냈다는 친서는 폐기할 핵 목록을 완전하게, 금년이 가기 전까지 신속하게 신고하라는 요구다. 2007년 12월은 남북한 모두에게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결단의 시점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이츠 미 국방장관 “한반도 전쟁 발생 위험 높아”
앞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2월 7일 2008년도 국방예산을 심의하는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앞으로 세계 도처의 분쟁에 대비 미군의 군사력 증강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특히 북한은 앞으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고 거듭 증언한 바 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테러와의 전쟁 이외에 우리는 이란과 북한의 핵 야망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이란과 북한의 핵 야망으로 인해 우리의 이웃과 세계가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장관은 또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지에서 앞으로 어떤 사태가 발생해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정규군은 물론 특수부대를 증강시켜 충분한 군사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하원의원들의 여러 질문들에 조리 있게 답하면서 “한반도는 여전히 재래식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곳” 이라고 증언했다. 한편, 게이츠 장관과 함께 청문회에 출석한 피터 페이스 합참 의장도 “이라크와 태평양 지역 특히 한반도에서도 전쟁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페이스 합참 의장은 ‘북한에서 전쟁을 일으킬 위험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비밀평가 보고서를 통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알린 게이츠 장관과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의 연방 하원 증언은 향후 5년간 미군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5년간 육성 계획안을 증언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2009년 2월 퇴임 예정인 부시 대통령, 그리고 한국의 정권교체와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과 주한미군 감축 및 재편, 그리고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북핵 문제가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2009년은 한반도의 대(大)지각 변동이 예고되는 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리존뉴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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