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시민운동, 변화의 기로에 서다

자유기업원 / 2008-02-20 / 조회: 5,090       머니투데이, 1면
시민운동이 변화의 기로에 섰다. 가장 직접적인 요인 중 하나는 정치적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례가 이명박정부의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폐지다. 권력과 시민운동이 만나는 하나의 접점이 사라지게 되는 것.

이는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보수정권과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명박정부는 뉴라이트시민연대 등 보수 진영의 일부 인사들을 정치적으로 흡수하고 있을 뿐이다.

시민운동과 시민사회단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예전만 못하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통해 정부의 예산을 타다 쓰면서 준정부기관 내지는 관변단체화돼 버린 탓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기업 후원을 요청하다 물의를 빚으며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기도 했다.
권력과 시민운동간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시민단체 출신의 명망가들이 정치권으로 옮겨가면서 최대 자산인 순수성을 의심 받고 있는 것도 손실이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성균관대 조사결과 2004년까지 신뢰도 1위였던 시민단체는 2006년 5위, 2007년 6위로 내려앉았다.

보수적 시민단체 출신들의 MB정부 진출 역시 전체 시민운동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시민들이 개별 시민사회단체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일일이 구분하기도 어렵거니와 '시민운동가'를 잠재적 정치지망생으로 인식하는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1970년대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 1980년대의 사회변혁적 민중운동의 흐름에 이어 1990년대에 태동했던 시민운동은 2000년대 들어 정치적 입지는 확보했지만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는 실패한 채 과거와 전혀 다른 정치사회적 환경에 맞닥뜨리고 있다.

고려대 조대엽 교수(사회학)는 "시민운동이 제도화될수록 시민단체들의 자원과 조직이 안정되고 규모와 권위는 늘어나는 반면 시민으로부터는 점차 멀어지는 경향을 갖는다"며 시민운동이 저항의 전략에서 통합과 소통의 전략으로 획기적인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시민운동의 조짐도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섣불리 평가하기 이르지만 '함께 하는 시민행동'의 예산감시 활동이나 '아름다운 재단'이 벌이고 있는 일련의 사업 등은 권력감시나 사회봉사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국가와 시장에 대한 비판과 감시의 모든 영역에서 넓은 시야를 가질 필요성도 제기된다.

FTA 등 경제문제 역시 일국적 사고에서 벗어나 글로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기업문제를 다룰 때도 '저항과 대립'이라는 1980년대식의 낡은 관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유기업원 최승노 박사는 "태안기름 유출사고의 경우 삼성이 아니라 조그만 해운업체였다면 시민단체들의 대응이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시민들의 승리로 일컬어지는 '태안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시민단체의 '이슈파이팅'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

진보 보수의 성향을 막론하고 운위되는 '뿔뿌리 시민운동'은 이처럼 정치적으로 낮은 수위에서 접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 박사는 "지역화되고 지역의 생활여건과 교육, 환경 등을 편리하게 하는 게 참된 시민운동"이라고 말했다.

김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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