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5년간의 경제학점은 잘 쳐줘도 C를 넘지 못한다.’
경제계 보수인사들은 물론, 개혁적 노선의 학자들조차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정책적 지향이 확연히 다른 양쪽 전문가들 중 상당수가 이 기간을 ‘성장은 그저 그랬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저조했으며, 고용은 악화됐다’고 평가하며 고개를 젓고 있다. 노무현 정부 경제성적에 대해 ▲진보성향의 경제개혁연대는 C ▲전국경제인연합회 유관단체인 자유기업원은 C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D를 각각 매겼다.
◆ 세계 경제성장률에 못미쳐 = 노무현 정부 들어 성장세는 위축됐다. 연도별 성장률은 2003년 3.1%에서 2004년 4.7%, 2005년 4.2%, 2006년 5.0%, 2007년 4.9%로 평균 4.4%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로 집권 첫해(1998년) 성장률이 ―6.9%까지 급락했던 김대중 정부 5년 평균(4.4%)과 같고, 김영삼 정부(평균 7.1%)와 비교하면 2.7%포인트나 뚝 떨어진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같은 성장률이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같은 기간 평균성장률을 웃돌아 ‘그리 나쁘지 않은 수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성장률과 비교하면 크게 못미친다. 이 기간의 세계 경제성장률은 한국에 비해 0.3~0.9%포인트 각각 높았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성장률이 세계 평균치에도 못미쳤다는 것뿐만 아니라, 잠재성장률이 떨어졌다는 것이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의 가장 큰 문제”라며 “잠재성장률을 적어도 6%까지는 올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 투자·소비·고용 모두 저조 =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침체도 심각했다. 김영삼 정부 5년동안 평균 8.6%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김대중 정부 들어 5.3%로 낮아진 뒤 노무현 정부 5년동안 평균 4.7%로 더 떨어졌다. 민간소비도 계속 내리막길이다. 김영삼 정부 5년동안 평균 6.9% 증가했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김대중 정부때 3.9%로 하락한 뒤 노무현 정부때는 2.1%까지 미끄러졌다.
2002년 59만7000개나 생겼던 신규 일자리는 노무현 정부 들어 2005년 29만9000개, 2006년 29만5000개로 뚝 떨어진 뒤 2007년에는 28만2000개로 신규 고용창출능력이 더 위축됐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투자는 미래를 보고 결정하는 것인데, 노무현 정부는 이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어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이는 소비와 고용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 수출·경제개방 의지 평가 = 노무현 정부가 가장 내세울 만한 경제실적은 수출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수출증가율은 2003년 19.3%, 2004년 31.0%, 2005년 12.0%, 2006년 14.4%, 2007년 14.2%로 계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평가도 인색하다. 개혁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김상조(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노무현 정부의 공이라기보다는 개발도상국 특히 중국시장의 성장이 낳은 결과라고 본다”고 전제하고, “노무현 정부는 각 경제주체들에게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주는 데 실패했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노동조합까지도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예상해 대응하는 게 아니라, 그 정책을 바꾸기 위한 행위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다행히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 들어 경제개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한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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