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에게 노무현 정부 5년은‘고단한 세월’이었다.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호언했지만 이처럼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핵심규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사회통합’을 내세운 원칙없는 노동정책은 노사갈등을 부추긴 결과가 됐다. 그러는 사이 반(反)기업정서는 더욱 확산됐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구호에 머물고 말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4년 민·관합동으로 규제개혁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취지는 화려했다. 투자, 창업, 공장설립 절차 등 기업활동을 불필요하게 가로막는 규제를 큰 폭으로 정비해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규제는 엉뚱하게 늘었다. 경제부처의 규제 총계는 2003년 7837건이었다. 그러나 2006년에는 8084건으로 증가했다. 자유기업원은 “기업활동을 옥죄는 핵심규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강화돼 기업을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라며 “기업활동과 직접 관련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2003년 161건에서 2006년 167건으로, 재정경제부의 규제 역시 같은 기간 409건에서 422건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당연한 결과로, 세계은행이 분석한 2004∼2007년 기간의 기업활동 규제수준은 23위를 기록하며 아시아 경쟁국들보다 한참 밀렸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은 “기업지배구조는 물론, 대기업집단 규제를 정책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중소기업 규제 역시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수집한 것을 조율하다보니 현장성이 떨어졌고, 여러 위원회가 남발되면서 규제의 절대적 총량을 줄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큰 정부’를 지향한 정부의 몸집 자체도 규제를 줄이기에 한계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 중앙부처 공무원수는 2002년 56만2000명, 2006년에는 59만명으로 증가했다. 공무원수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규제총계와 규제비용, 재정지출 및 세금의 증가로 이어졌다.
노동정책의 경우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보호란 양축을 중심으로 친노(親勞)성향의 노동정책을 운용했지만 노사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우울한 결과를 낳았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정부 출범초기부터 노동계 기대를 지나치게 부풀려 놓았다”면서 “노동계 편에 섰지만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자 반발을 샀고, 사용자편에서도 포퓰리즘(대중영합)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에 봉착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기업환경 개선에 필요한 노사안정, 규제완화, 기술개발지원 등의 노력이 겉돌면서 반기업정서도 더 악화됐다. 대한상의가 2007년 하반기 기업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기업호감지수(CFI)는 100점 만점에 46.6점으로 지난해 상반기(48.1점)에 이어 재차 하락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차별해소 등에서 알 수 있듯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명분에 지나치게 집착해 실질적으로 고용확대, 노동시장 유연성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면서 “결국 단추를 잘못 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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