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을 뽑고 등용시킨 인사였다.”
새 정부의 고위 공직자 인선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희망제작소(이사장 김창국)가 19일 오전 개최한 ‘새 정부 인사정책에 대한 평가와 대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제대로 된 인사정책이 없고, 검증 시스템도 부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정부가 내건 ‘선진일류국가 건설’에 걸맞는 인사정책이 마련되지 못한 탓에 국가발전과는 전혀 관련 없는 소모전을 벌인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준비 안된’ 새정부 각료 인선
대부분 참석자들은 새 정부 첫 각료 등 고위 공직자 인선작업을 ‘실패작’으로 평가했다. 장관 후보자 3명이 도덕성 문제로 임명되기도 전에 낙마하고, 또다른 후보자들도 논문 표절 의혹 등에 휩싸였던 것은 결국 ‘준비가 덜 됐던 인사’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첫 발제자로 나선 박천오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 고위 공직 후보자 인사검증시스템 개선방안’을 발표하기 앞서 “이번 인사 파동은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인선 과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도 “이번 인사를 바라보는 서민들 심정의 밑바닥에는 ‘정부가 내걸고 있는 실용이란 결국 비도덕성을 묵인하자는 말인가’라는 정서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준비 안된 상태에서 들어선 아마추어 정권”이라고 새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 처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을 돌이켜 보면 일종의 ‘점령군’처럼 빨리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모습만 역력해 보였다”며 “고위 공직자 인사를 하면서 도덕성보다 능력을 앞세웠다지만 부처의 최대 현안도 모르고 있던 일부 장관들과 최근 환율상승 사태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대응 등을 보면 능력도 의문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관장 교체 요구, 방법론의 문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으로 불거진 공기업 및 정부산하단체 기관장의 퇴진 논란에 대해선 다소 입장이 엇갈렸다.
박 교수는 “임기제는 기관장 업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 존중돼야 한다”며 “물론 해당 기관의 성격에 따라 정치 성향의 문제가 고려될 수는 있겠지만 무조건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은 알아서 물러나라’는 것은 세련되지 못한 접근법”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볼 때 공공기관의 기관장도 전문성과 정치성향 중 어떤 것이 중시되느냐에 따라 정무직과 임기제로 나누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도 “이번 퇴진 논란을 보면 합법적 방법으로 ‘노란 낙하산’을 ‘파란 낙하산’으로 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만하다”며 “결국 논란의 핵심은 법치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반면 “기관장 교체는 당연한 일”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국민의 투표로 정권이 바뀐 이상 이전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은 스스로 새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물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임기를 보장받겠다고 버티는 것은 개인적 욕심이며, 제도로써 임기 보장을 하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용구 미래경영개발연구원장은 “이번 논란은 총선 국면에서 나온 돌발변수 수준”이라며 “앞으로 새 정부의 인사정책이 확립되고 나면 다시 차분하게 논의해 볼 만하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 정비 시급
참석자들은 정권 교체 때마다 이 같은 인사 난맥상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꼼꼼하고 철저한 인사 검증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행위가 밀실인사니, 낙하산인사니 하는 것들로 호도되는 것을 불식시키려면 관련 법률 제정을 통해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 권한과 범위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의 인사검증 체제와의 비교를 통해 ▦전문적 검증 실무 전담기구 신설 ▦검증 단계에서 후보자 본인 참여 ▦검증기간 확대 등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 희망제작소 상임고문은 “전문성 하나만을 믿고 일을 잘하겠거니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며 “조직의 특성과 후보자의 조직 적응능력을 함께 고려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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