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영 성균관대학교 교수 작성 촛불시위 해법담은 보고서 발표
자유기업원은 7월 7일 “촛불시위-왜 일어났고, 성격이 무엇이며,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김일영 성균관대학교 교수(정치외교학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촛불시위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중심을 거리에서 국회로 돌려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촛불시위의 근본원인을“지난 10년간 누적되어온 반(反)글로벌화의 정서와 양극화의 심화”에서 찾고 있으며,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검역주권을 포기한 듯한’ 인상을 주면서 국민들의 불만을 폭발시켰다고 분석했다.
자유기업원은 현재의 촛불시위에 대해, 초기의 자발적이며 비폭력적이고 축제적 양상은 사라지고, 폭력성이 짙은 ‘깃발시위’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촛불시위가 일부 방송매체가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전달해 국민들의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해서 시작됐다는 점을 볼 때, 초기의 순수한 초기의 시위에서도 반미적 성격이 숨어있었다고 밝혔다.
자유기업원은 촛불시위를 수습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은 진정성을 지닌 ‘위대한 소통자’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되, 불법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통적 지지 세력을 복원하고, 사회통합을 추진해야 하며, 정치의 중심을 거리에서 국회로 돌려서 정치를 복원하는데 전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금처럼 거리에서 시위대와 청와대가 맞닥뜨리는 모습은 정상적인 대의민주주의라고 볼 수 없다”며, 각 정당과 청와대는 국회가 제 모습과 제 기능을 회복해 정상적인 대의정치가 복원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일영 교수의 보고서를 요약한 내용이다.
김일영 교수 보고서 <요약>
지난 두 달 동안 광화문을 밝힌 촛불이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촛불장난’ 때문에 나라가 전부 타버리겠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촛불을 밝혀서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정부 당국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촛불시위’는 직접적으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그를 둘러싼 일부 언론매체의 왜곡된 정보전달을 통해 촉발되었지만, 반드시 그것 때문에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시위발생 원인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우선 근본적 배경 요인으로는 지난 10년간 누적되어온 반(反)글로벌화의 정서와 양극화의 심화를 들 수 있다. 이런 누적적 요인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이미 불만과 불안에 싸여있는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가 등장해 부적절한 사람을 고위직에 앉히고 설익은 정책을 남발하며 초기 경제정책의 방향을 잘못 잡아 생활경제를 오히려 더 악화시키자 시민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졌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시민들의 이런 불만을 외면한 채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졸속으로 처리하자 사람들의 불만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협상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굴욕적 태도(‘검역주권을 포기한 듯한’)는 한국 국민들이 지닌 민족주의적 감정을 건드렸고, 그 결과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촛불시위는 발생 원인이 다층적인 것만큼 성격도 매우 복합적이며, 더구나 시간의 추이에 따라 그 성격이 변했다. 초기의 촛불시위는 탈중심적이고 자발적이며 비폭력적이고 축제적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런 특징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포스트 모던적(post modern)’ 성격을 지닌 시위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 기존의 한국의 시위가 전형적으로 보여주었던 속성, 즉 반미적, 반정부적, 폭력적 성격도 ‘내재’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불안한(부정적) 요소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더구나 시간이 지나고 시위가 폭력화되면서 초기 촛불시위가 지녔던 복합적 성격은 점차 단순화되고 ‘깃발시위’로 변해갔으며, 그 결과 희망보다는 불안의 요소만 남게 된 것이 현재의 양상이다.
촛불시위는 한국 사회에 엄청난 과제를 던졌다. 따라서 촛불시위를 수습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 및 정책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거시적 관점에서 촛불시위가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해 던진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생각해 보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선 단기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가 진정성을 지닌 ‘위대한 소통자’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며,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되 불법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문화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애써야 하며, 그 기초 위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셋째로 전통적 지지 세력을 복원하는 일이 시급하며, 사회통합은 그 기초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정치의 중심을 거리에서 국회로 돌려서 정치를 복원하는데 전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촛불시위가 한국 사회에 던진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모든 분야에서의 권위구조가 붕괴되어 한국이 통치불능(ungovernability)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짧게는 이명박 정부가 과연 남은 기간 동안 제대로 통치할 수 있을까(governability)라는 문제를 던져주고 있고, 보다 길게는 앞으로 등장할 정부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던질 개연성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정권의 성격-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향후 등장할 정권들이 거의 모두, 그것도 조기에 통치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하나의 공동체로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먼저 최소한의 공적 권위구조가 회복되고 그 결과 통치력이 복원되어야만 한다. 그를 위해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계약을 제시한 홉스의 지혜를 빌어 지금이야말로 구성원들 사이에 ‘새로운 사회계약(new social contract)’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문일석 기자 mooilsu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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