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기업 성공 DNA (2) 한국 대표기업◆
약육강식의 경제 정글 속에서 국내 수많은 기업이 몰락과 부침을 거듭했다.
특히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방만한 투자와 독선 경영에 빠져 있던 기업들이 1997년 외환위기(IMF)를 맞아 도미노처럼 잇따라 쓰러지면서 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 1991년 100대 기업 중에서 현재까지 남은 기업은 고작 20여 개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몰락한 기업들의 실패 요인은 뭘까?
무엇보다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의 황제 경영, 독재 경영이 문제였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경영시스템이 마비됐던 것이다. 한보그룹과 대우그룹은 '정태수 회장'과 '김우중 회장'이라는 걸출한 창업자의 능력 때문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들의 독선 경영으로 결국 파국을 맞았다.
대우그룹의 경우 김 회장의 'OK’한마디면 모든 것이 통했다.
다른 경쟁 기업들이 IMF를 맞아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때도, 대우는 김 회장의 진두지휘로 과거 60~70년대식 확장경영에 나서 몸집을 불렸고, IT 등 미래산업보다는 건설ㆍ자동차 등 기존 사업에 돈을 쏟아부었다.
이 같은 독단경영은 방만한 경영과 함께 재무 건전성 부족에 따른 과도한 부채를 초래하게 마련이다.
임태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쉘사의 장수기업 연구를 바탕으로 출간된 '살아있는 기업'에서 가장 강조했던 것은 보수적인 자금운용"이라며 "보수적인 자금운용은 기업의 성장과 진화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보, 대우도 결국 과도한 부채로 무너졌고 1990년대 신흥재벌이던 나산그룹 역시 패션사업에서 탈피하기 위해 건설과 유통을 잇따라 인수하다 무리한 차입금 때문에 쓰러졌다.
몰락 기업들은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예측 능력과 시장 변화에 따른 사업 변신 능력도 부족했다. 삼보컴퓨터가 지난 90년대 여러 분야에 투자할 당시 시장의 포화 상태와 저가 제품에 대한 공세가 예상돼 있었다. 하지만 삼보는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솔루션, 인터넷방송, 벤처캐피털 등 소위 '뜬다'는 모든 분야에 진출했고, 대부분 사업에서 손실을 봤다. 특히 삼보컴퓨터는 1998년 두루넷을 통해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진출했다가 5000억여원의 적자를 본 뒤 법정관리를 겪어야 했다.
최승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거나 기존의 사업 영역만 고집해서는 장수기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무모한 사업 다각화는 오히려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 진로의 경우 사업을 소주에서 맥주, 유통, 건설 등으로 다각화하다 부도가 났다. 시장경쟁이 치열한 맥주시장에 신규 진입하기 위해서는 투자비와 광고비를 과다하게 지출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자금난으로 이어진 것이다.
몰락 기업들은 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었다. 지난 1945년 출발한 해태그룹이 해체된 것은 전자통신업 등에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과업을 발판으로 유업, 관광업, 무역업, 중공업, 전자통신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인켈 나우정밀 등을 인수하면서 과감히 투자했던 전자통신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중공업에서 지속적인 적자를 내면서 결국 모기업인 해태제과까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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