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은 시민운동단체를 대표하는 참여연대로서는 굴욕적인 날이었다. 그날 새벽 참여연대 건물이 창립 14년 만에 처음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형식상 참여연대 건물에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지만 실제로는 대책회의 핵심 단체인 참여연대가 수색을 당한 것이다. 그날 참여연대 건물 입구에 걸려 있던 ‘미친 소 싫소!’라는 구호는 참여연대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굴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불법 폭력 시위 때문에 참여연대 핵심 활동가 1명이 구속되고 1명은 2개월째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일대 상인과 경찰로부터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당했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변상금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참여연대에 청구했다. 변호사단체라고 해도 괜찮을 참여연대의 이런 굴욕은 법치주의를 무시한 자업자득이다.
참여연대가 8일 개최한 후원의 밤 행사 결과도 굴욕감을 느낄 만하다. 그동안 후원금을 냈던 재벌들이 이번에는 안면을 바꿔버렸다. 법인 명의로 한 푼의 후원금도 내지 않았다. 권력의 눈치 보는 데 귀신인 재벌들이 정권이 바뀐 뒤 후원금을 끊은 것은 이들이 왜 과거 정권 때는 후원금을 냈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행사에서는 “참여연대가 핍박당한다고 좌절해서는 안 된다”는 격려도 나왔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후원의 밤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그동안 정부 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고 회원 회비와 소액다수 후원의 원칙을 지켜온 참여연대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참여연대의 행적을 아는 사람들에게 정부 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주장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자유기업원의 2006년 ‘참여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연대 전현직 임원 416명 중 36%인 150명이 청와대와 정부기관에 진출했다. 시민단체를 국정 파트너로 삼았던 노무현 정부에서는 초기 3년 반 동안에만 158개 직위에 진출하기도 했다.
참여연대의 주장대로 자문위원과 고문을 빼더라도 집행위원 이상 임원 출신이 두 정부에서 차지한 자리는 97개나 됐다. 이 밖에도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사외이사 등으로 호시절을 보낸 참여연대 출신도 적지 않을 것이다.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도 17개 부처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연대 임원 출신 45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참여연대의 권력 참여는 군사정권 시절 육사 출신이 권력에 참여했던 속도와 수준을 능가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참여연대는 권력의 일부로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런데도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은 걸 내세워 순수 시민단체였다고 주장하겠다는 건가.
문제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란 시민단체의 본분을 벗어나 권력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참여연대의 굴욕은 진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보수 우파 시민단체 출신들의 정부 참여가 늘어날 것이다. 정부의 직간접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들의 인적 구성도 바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권력과의 유착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해쳐 순수 시민운동을 고사(枯死)시키는 ‘치명적 유혹’이 된다는 걸 참여연대의 굴욕에서 배워야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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