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학계에서는 경제적 번영을 가로막는 제도를 찾아 폐지 또는 개선하는 규제개혁이 중요한 화두이다.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은 한 사회의 상부구조로서 국가 권력의 최종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자유와 번영을 훼손하는 정부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개발연구원(원장 좌승희, www.gri.kr)은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와 공동으로 ‘한국헌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11월 11일 국회도서관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릴 이번 행사는 현 국가헌법이 자유와 번영을 위한 법인가에 대해 점검하고 향후 헌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헌법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정책결정과정에 막중한 영향을 미친다. 원칙보다는 편의를, 장기적이기보다는 단기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정부를 막지 않는다면 국민의 자유와 번영을 훼손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책과 법이 적합한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유와 번영을 위한 헌법인지 검토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민경국 회장은 “세계경제를 강타한 미국의 금융위기는 원칙을 버린 통화정책과 주택정책을 막지 못한 미국헌법의 실패”라며 “한국의 장기적 경제침체와 경제불안의 궁극적인 원인은 정부규제와 경제개입을 막지 못한 헌법 실패”라고 말한다.
이번 행사는 2세션과 종합토론으로 진행된다. 제1세션은 ‘경제와 헌법’에 대해 경기개발연구원 좌승희 원장의 사회로 진행되며 경제관련 헌법조항의 문제와 개헌방향, 기본권 관련 헌법조항의 문제와 개헌방향, 재정관련 헌법조항의 문제와 개헌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제2세션은 ‘정치와 헌법’을 주제로 ▲입헌민주주의와 국가정체성의 헌법, 어떻게 할 것인가 ▲권력구조 개헌: 내각책임제냐 대통령 중심제냐 ▲지방자치 관련 헌법조항의 문제와 개헌방향에 대해 발표한다. 본 세션은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장오현 교수가 사회를 맡는다.
종합토론에는 강위석 前언론인, 한국발전연구원 김광동 부원장,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 이영애 국회의원이 참여한다.
경제관련 헌법의 문제와 개헌 방향
민경국(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 헌법은 자유와 재산을 엄격히 보호해야 한다. 정부가 마음대로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이를 막을 수 있는 헌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헌법은 의회가 마음대로 법과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재분배를 요구하는 복지국가의 환상에서 벗어난 헌법이 번영을 기약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헌법은 이런 번영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1948년 제헌헌법이래 경제관련 한국헌법은 정부의 간섭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다. 1987년 9차 개헌을 거친 현행 헌법은 제119조 2항에서 ‘균형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민주화’ 등을 이유로 국가가 경제에 규제할 수 있도록 넓은 문을 열어놓고 있다. 그리고 120조에서 127조까지 특정 산업의 육성 보호, 중소기업 보호, 건전한 소비행위 장려, 과학기술 혁신 등,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목적들을 광범위하게 국가가 간섭할 것을 허용하고 있다.
국제적인 비교를 하면 경제와 관련된 한국헌법은 간섭이 많기로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자본주의 국가보다는 사회주의 국가에 가깝다. 이런 정부의 간섭은 시장경제의 기반이 되는 자유와 재산권의 침해하고 자유경쟁을 훼손한다. 경제와 관련된 한국헌법의 이런 결함은 대단히 위험스럽다. 성장잠재력의 상실과 고용불안 그리고 실업의 증가, 소득의 불안정과 같은 경제의 불안이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헌법 제119조제2항을 비롯하여 127조까지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법 기본권 조항의 개정 방향
정기화(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하나는 국가권력이 사회통합을 위해 사회적 기본권을 확대한 것이다. 사회적 기본권이란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위하여 국가적 급부와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러한 권리에는 인간다운 생활권, 교육을 받을 권리, 근로의 권리, 근로3권, 환경권, 건강권과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 등이 있다. 그동안 헌법개정을 통해 교육을 받을 권리가 3개항에서 6개항으로, 근로의 권리 및 근로3권이 5개항에서 9개항으로, 그리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1개항에서 6개항으로 증가하였으며 환경권과 모성을 받을 권리는 새롭게 도입되었다.
사회적 기본권의 보장은 사회의 통합과 질서유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사회적 기본권의 확대는 국가의 개인생활에 대한 간섭을 초래하여 자유권적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본권의 확대는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정부지출의 증가를 초래한다. 이로 인하여 때에 따라서는 경제활동의 위축을 초래하여 사회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재원의 축소를 가져와 사회적 기본권 보장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회적 기본권의 확대를 위해서는 자유권적 기본권의 제한을 최소화할 수 방법과 장기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전제되어야 한다.
헌법의 재정관련 조항의 문제점과 개정 방향
최 광(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재정헌법은 국가의 예산, 재산, 채무관련 경제영역 및 조세관련 기본질서영역에서의 재정과정과 재정질서를 규율하는 헌법 규범의 총체이다. 재정질서는 국가기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차지한다. 재정운용에 관한 정치적 정책적 결정을 법적으로 포착하는 과제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현행 헌법은 그 실체적 내용이 매우 미비한 상태이다. 현행 헌법은 재정운용에 관해 실체적 내용면에서 규율을 결여하고 있음은 물론 절차상으로도 미비점이 많다. 특히 헌법과 국가재정법 지방재정법 국가회계법 등 여타 법률과의 연계에서 통합성이 결여되어 있다.
기술적인 성격의 편제상의 변화는 있었지만 우리 헌법은 1948년 제헌헌법 이래 변함없이 재정과 관련하여 실체적인 규정은 두고 있지 아니하다. 이제는 재정헌법의 ‘흠결’을 고칠 시점에 왔다. 재정질서를 독자적인 장에 두어야 한다. 이 경우 현재 국회의 장에 있는 제54조에서 제59조까지의 규정 외에 재정 헌법적 규율의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거쳐 새로운 재정질서가 형성 규정되어야 한다.
입헌민주주의와 국가 정체성의 헌법, 어떻게 할 것인가
강경근(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헌법을 만든다는 것은 국가를 세운다는 말이다. 국가의 법적 표현이 헌법이기 때문이다. 1948년 제헌헌법의 제정으로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가지게 되었고, 그 대한민국은 우리들에게 헌법과 법에 의한 통치와 지배를 행하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공동체적 안정성을 줄 것으로 기대하였다. 하지만 법치국가적 민주주의의 실현은 국민주권적 민주주의에 압도되었다. 1987년 체제의 평가 역시 그러하다. 정부 법집행의 근거가 되는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 ‘떼법’으로 표현되는 법치국가 체제 훼손의 경향성을 가져 왔다. 이는 문민정부를 거쳐 국민의 정부에서 가속화되었다. 특히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48.9%의 득표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지난 수년간은 국가의 헌법과 법과 질서의 자의적 해석으로 이어진 ‘헌법 공황’의 시기였다.
이런 상황들 즉 법치국가적 신뢰이익과 예측가능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기득권 타파라는 정치 구호 및 감성적 대중의 포퓰리즘으로 훼손한 87년 헌정의 체제 는 87년 헌법의 핵심이 된 직선의 대통령의 직이 실패였다는 평가를 나오게 하였고 그것은 그대로 헌법개정 욕구의 가장 강한 고리가 되었다.
국가 정체성과 입헌민주주의라는 건국헌법 이래 헌정의 전통을 망실시켰다. 새 헌법의 제정 내지 부분 개정의 논의가 계속되는 것은, 우리 헌정의 질서에 대한 60년의 결산서를 민주적 법치국가의 틀로 준비하고 실현하겠다는 우리들 자신의 다짐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또한 지난 10년 좌파정권의 국가 정체성과 입헌민주주의의 경시에 대한 우리 헌법의 유연성과 정체성의 조화에 대한 내용과 한계의 정함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일단을 정리하고자 한다.
정치제도의 비교: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제
이준한(인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한국에서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거나 정치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또는 정치학이나 법학을 전공한 학자를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공통적으로 대통령제의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헌정 60년 동안 5.16 군사 쿠데타로 짧은 생을 마감한 제2공화국의 의원내각제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제의 전통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제도 선택에 있어서 이러한 경로의존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정치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풀기 위해서는 대통령제 대신 다른 정치제도를 새롭게 채택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의 대통령제를 좀 더 보완하고 구태를 반복하는 정치인을 교체하며 성숙한 정치문화를 뿌리내리는 방향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의원내각제를 도입한다고 할 때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권력의 분점을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정국의 마비로 이어질 것은 아닌지, 또는 정치의 유연성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의 불안정성과 비연속성으로 이어질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이다.
물론 잦은 의회해산을 막기 위하여 의회선거를 1년 남겨놓거나 1년 지난 시점에는 불신임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같은 정당 내부에서도 권력을 서로 양보하지 않으려고 극한 대결을 일삼고 다른 정당끼리는 심지어 대화와 타협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등 서로 쓰러뜨리고 서로 망하게 만드는 “공도동망”식 정치문화에서는 의원내각제가 매우 위험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지방자치 관련 헌법조항의 문제와 개헌방향
이용환(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 지방자치 관련 헌법조항의 개정은 국가 통치체제의 전환, 정부구조의 개혁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의 통치체제가 그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혁의 일환으로 지방자치 및 지방분권의 강화가 중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 제도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갖고 있으며, 지역의 활력 및 활성화, 국토의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같은 최근의 중앙정부 정책은 기존의 취약한 지방정부의 위상과 정체성을 더욱 초라하게 변모시킬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지방자치 및 지방행정 체제 변화를 추구하는 현재의 시기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 세계적인 지방화의 진전, 남북관계의 개선 등과 함께 우리나라 지방자치 제도가 미래 국가발전의 동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새로운 시대적 변화의 시기에서 헌법 개정을 통한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의 증폭은 새로운 미래에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제 가까운 시일 내에 중앙-지방의 관계, 지방간의 관계, 그리고 광역지방정부와 기초지방정부와의 관계가 보다 수평적 관계로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각 정부계층간에 새로운 역할 및 기능 분담을 통하여 국가발전과 국민의 복리증진에 가장 바람직한 통치체제의 구축에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지방자치 관련 헌법 개정 노력이 이러한 시대적 사명에 그 바탕을 같이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신교은 shinke98@gr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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