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이래 천년 동안 불교가 국교였던 우리나라는 조선 왕조가 불교를 억제하고 유교를 숭상함으로써 20세기 중엽까지 종교색이 약한 나라였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그리스도교의 약진은 종교의 판도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3년 전 정부 통계에서는, 그리스도교가 27.2%로 22.8%의 불교를 따돌렸다. 아직도 국민의 반이 종교가 없지만 상류사회에서는 어디 가나 그리스도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한국이 그리스도교 나라라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한국 가톨릭은 일찍이 제사를 받아들였고 불교와도 사이가 좋다. 개신교는 다른 종교들을 관용하는 감리교도 있지만 근본주의적인 보수가 지배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는 국외에서 공격적인 선교로 악명 높으며 국내에서는 세계적인 큰 교회를 짓고 막강한 돈과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리스도교도들이 창조설을 믿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창조설을 과학이라 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1920년대에 ‘원숭이 재판’을 한 미국에서 60년대에 ‘창조과학’ 운동이 일어났다. 80년대 한국에 들어온 이 운동은 천여명의 과학자들을 끌어들여 로널드 넘버스의 <창조론자들>(1992)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한국 과학계는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
철학자 신중섭 교수는 <종교와 정치>(자유기업원 보고서)에서 이 논란의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종교 편향의 뿌리는 시장일 때 ‘서울을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한 장로를 대통령으로 뽑은 데까지 올라간다. 교우들을 중용한 인사가 첫 말썽이었다. ‘경찰의 복음화’는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청장은 파면되었어야 했다. 모든 책임은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를 어긴 대통령에게 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여러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해 온 나라다. 한국 사람들은 종교를 가리지 않고 투표했다. 그 결과 역대 대통령의 반 이상이 그리스도교도들이다. 정치가 잘못되면 종교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는 종교 편향을 시정하는 확고한 조처를 해야 한다.
서양은 로마시대 공인 종교가 된 그리스도교가 전횡을 부린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이에 항거해 온 단체들이 1952년 암스테르담에 모여 국제휴머니즘 및 윤리주의연합(IHEU)을 결성했다. 국제휴머니즘 운동은 계시종교와 전체주의를 거부하고 제3의 길로서 과학적·윤리적·민주적 휴머니즘을 표방했다. 한국에서도 1958년 상우회라는 휴머니즘 연구 동아리가 태어났고 4·19 혁명 직후 이를 모체로 한국휴머니스트회가 발족했다. 이상은, 정석해, 최재희, 손우성, 이종진, 황산덕, 조지훈, 김태길, 이석희, 김영철, 신일철, 지명관, 홍승직, 박동운, 송건호 등 교수, 언론인, 작가들이 참여했다. 나도 창립 때부터 5년 동안 간사로 심부름했다. 그때 한국은 종교의 횡포가 없었으므로 운동의 초점을 사회개혁에 두었다. 우리는 사형폐지·산아제한·한-미 행정협정 체결 촉구운동을 했다.
박정희 독재가 강화되면서 휴머니즘 운동도 침체에 빠졌다. 70년대에는 유신철학자들이 회의 명맥을 이었고 그 다음에는 휴머니스트학생회가 청년회를 거쳐 한국휴머니스트회의 간판을 달고 있으나 친목단체일 뿐이다. 종교 편향이라는 새로운 상황에서 휴머니스트들은 어디에 있는가?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발언해야 할 때다.
송상용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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